R&D ‘선택과 집중’의 한계[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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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초 만점자 오승은 씨는 20년 이상 기초과학을 연구한 물리학자다.
과학고 수재에, 수능 최초 만점,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온 인재가 미국에서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다.
신진 기초학자들의 첫 연구 지원을 없애는 대신 선택과 집중이라면서 중진급 연구과제로 확대 지원한다고 한다.
그간 이른바 돈 되는 연구,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만 지원해왔던 국내 R&D 지원 정책은 수차례 각종 문제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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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초 만점자 오승은 씨는 20년 이상 기초과학을 연구한 물리학자다. 한성과학고 수석이었던 그는 친구의 ‘너 같은 공부 잘하는 애가 인류 지식의 최전선에서 순수학문을 해야지’라는 조언에 물리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당시도 수능 만점자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했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3년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한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거쳐, 현재 UC샌디에이고에서 테뉴어 트랙을 밟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의 공부 방법과 글로벌 명문대 간판에 주목했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아까운 인재를 미국에 빼앗긴 셈이다. 과학고 수재에, 수능 최초 만점,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온 인재가 미국에서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다. 왜일까. 그는 미국 MIT에 들어가자마자 처음부터 연구에 몰입하길 원하는 분위기라 놀랐다고 했다. 이후 공부와 연구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상력이 뛰어난 연구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후 한국은 잠시 쉴 때만 들어올 뿐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국에서 물리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연구를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도 했다. 국내에 돌아왔다면,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
올해 국내 연구·개발(R&D) 예산은 26조5000억 원으로 직전년 본예산보다 약 4조6000억 원이 삭감됐다. R&D 예산이 줄어든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과학계 이권 카르텔 해소, 선택과 집중 등이 삭감 이유로 언급됐다. 과학계 불만이 터져 나오자 최근 정부는 연구의 ‘질적 개선’을 강조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 R&D는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 양자(퀀텀) 등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꼽았다. 최근 유행하는 핫한 연구과제만 적극적으로 지원받아 연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에 생애첫연구사업도 폐지했다. 신진 기초학자들의 첫 연구 지원을 없애는 대신 선택과 집중이라면서 중진급 연구과제로 확대 지원한다고 한다. 생애첫연구사업은 주로 젊은 연구자들의 조기 정착을 돕는다. 젊은 연구자의 저변을 확대하지 않으면, 중진도 나올 수 없다. 기초연구는 풀뿌리 연구로도 불린다. 꾸준하고 장기적인 기초연구를 통해 바닥을 다져놓지 않으면 AI나 첨단 바이오는 물론 전반적인 연구 자체가 도약할 수가 없다.
그간 이른바 돈 되는 연구,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만 지원해왔던 국내 R&D 지원 정책은 수차례 각종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이 대표적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했던 반도체 제조용 첨단 소재는 기초연구의 산물이다. 첨단 소재 공학은 수십 년 이상의 기초연구를 통해 축적돼야 가능하다. 당시 국내 소재 기업은 대체품을 제조하지 못했다.
‘패스트 팔로어’로서 열심히 따라온 과거 한국은 당장 산업기술에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응용연구에 매진하는 게 지름길이었다. 이제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고,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선 탄탄한 기초연구 역량이 필수다. 선택과 집중은 연구 스킬에는 필요하지만, 기초연구 지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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