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빅마마 신연아 호원대 문화예술대학장

조성진 기자 2024. 1.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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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마 스타일은 거의 유일, 2집과 5집 애착”
이영현, 타고난 고음‧100% 진성 발성
이지영, 동양인에선 찾기 힘든 톤
박민혜, ‘좋은 발성’의 모범
남다른 가사쓰기…저작권협회에 94곡 등록
학교선 학생 잘 챙겨주는 ‘엄마 같은’ 선생
학생 단점보다 장점 부각 ‘자존감’ 고취
“이제 화려한 기술은 피곤, 심플한 걸 선호”
스테이시 켄트, 멜로디 가르도 즐겨 들어
대학 시절 롤 모델은 파트리샤 카스
지방대 활성화 프로젝트 ‘K컬처 사업단장’까지
차기 솔로앨범은 샹송 또는 스탠더드 재즈 하고파
노래하는 사람에겐 코어근력 단련 특히 중요
“저음 잘내려면 힘 조절이 관건”
“위로를 주는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3명의 화음에 애들립을 치는 1, 기본적으로 4명 모두 솔로도 가능한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맨하탄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를 좋아했는데, 이들의 스타일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그룹이 빅마마입니다. 맨하탄트랜스퍼도 솔로가 강하진 않아요. 이전의 거의 모든 보컬 팀은 솔로 성향은 약했습니다. 솔로가 약한 사람들이 화음 감각은 좋은 반면 솔로가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화음은 좀 약한 편이죠. 이러한 두 영역을 함께 구사할 수 있는 보컬 팀을 만들고 싶었고 그게 빅마마입니다. 이런 점에서 빅마마는 (세계에서)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보컬 팀이 등장했고 빅마마는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평가합니다."

빅마마 리더 신연아 교수(호원대)의 말이다.

신연아 교수는 빅마마 외에 솔로 및 그 외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중반엔 이탈리아 스토르나렐라 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이탈리아와 프랑스 순회공연을 했다. 2023년 여름 프랑스에서 현지 음악인과 레코딩한 솔로 앨범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 교수가 신작 작업을 위해 피아니스트를 찾던 중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의 소개로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니콜라 세르지오와 앨범 작업을 했고 한국에서도 세 차례 공연할 만큼 둘은 음악적으로 잘 맞았다.

이어 지난해 9월 호원대 문화예술대학 학장으로 취임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빅마마 리더 신연아 교수를 만났다.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시종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3시간 반 넘게 계속됐다.

이탈리아 스토르나렐라 뮤직페스티벌 공연 중인 신연아. [사진제공=신연아]

20주년 소감을 묻자 "빅마마 '20주년'이라고 언론에 많이 노출될 때 좀 민망했다""중간에 휴지기가 길어 20주년이라기엔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뭐든지 일단 시작하면 '적당히'가 아니라 '제대로' 하려는 그녀의 가치관이 잘 묻어나는, 20년 동안 쉬지 않고 팀 활동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따라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읽혔다.

빅마마는 지난 1212일 신곡 '나 없이 잘 살텐데'를 발매했다. 에이밍(Aiming) 김창락 대표가 작사작곡을 했고 엠씨더맥스, , 다비치, 화요비 등 많은 가수와 작업한 유명 레코딩엔지니어 정기홍(서울스튜디오)이 믹싱 작업을 했다. 새 싱글 '나 없이 잘 살 텐데'는 원래 빅마마의 JTBC 예능 '아는 형님' 방송 출연에 맞춰 11월 말 발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는 형님' 방송 일정이 늦춰지며 1212일에 공개된 것.

그간 빅마마가 발매한 6장의 정규앨범에 대해 신연아 교수는 이렇게 정의했다.

1[Like The Bible](2003)"누워서 떡 먹기", 너무 짧은 시간에 '뚝딱'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2[It's Unique](2005)"장인정신", 한마디로 '화음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다. 3[For The People](2006)"세상을 향한 빅마마의 노래", 그리고 4[Blossom](2007)"대중성과의 타협", 그래서 6장의 정규앨범 중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5[5](2010)"아픈 손가락", 그간 빅마마의 히스토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6[Born()](2022)"뜻밖의 선물", 설마 6집을 다시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기 때문. 무려 11년 넘는 휴지기를 뚫고 발매했기에.

빅마마 20주년 공연 마치고 무대에서.

"빅마마 정규앨범 중에서 개인적으론 2집과 5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집은 데모로 한차례 레코딩한 후 다시 본 녹음에 임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작곡가 집에 찾아가서 컴퓨터 파일에 저장된 데모곡을 함께 들으며 '이 부분은 멜로디를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고 이 부분엔 화음을 이렇게 넣고 이 부분은 또' 하는 식으로 적극 관여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5집은 고민을 가장 많이 한 작품이라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빅마마는 신연아를 비롯해 이영현(한양대), 이지영(성신여대), 박민혜(한양대) 모두 교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팀 리더 겸 보컬 전문가로서 신연아 교수는 멤버별 발성 특장점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영현(이영현)이는 '타고난 고음쟁이'로 파워가 대단합니다. 그 힘은 영현이 특유의 체형에서도 나오는 것이죠. 상체가 발달해 있고 골격 자체가 달라요. 남자 골격이죠. 근력도 굉장하고. 거의 남자들 수준 이상으로 압력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힘으로 쭉쭉 밀어도 충분히 되는 것이죠. 이영현은 연습도 굉장히 많이 해요. 예전엔 (소리 구사가) 좀 거칠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깔끔해졌어요. 지금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현처럼 파워풀하게 노래하는 가수는 남자 가수밖에 없을 만큼 선례를 찾기 힘들죠. 현 트렌드는 진성을 세게 구사하는 창법보단 반가성을 많이 쓰거나 가성을 쓰며 부드러운 소리를 구사합니다. 반면 영현이는 힘으로 100% 진성 발성을 구사하는데 이건 체력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해요."

"지영(이지영)인 톤이 타고났어요. 동양인에게선 찾기 힘들 정도로. 이지영처럼 로우와 미들이 풍성한 여자 보이스를 찾기는 힘들죠."

"민혜(박민혜)는 교과서적인 발성, 그것도 클래식 발성법에 나올 법한 창법입니다. 호흡, 공명 등이 특히 그렇죠. 가르치기 위한 모범적인 '좋은 발성'을 예로 든다면 바로 박민혜 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에 무리를 전혀 주지 않는. 사람 몸도 악기라서 울림통이 필요한데 이런 면에서 또 하나의 발성의 교과서인 태연이 바이올린이라면 박민혜는 첼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빅마마는 여러 작곡가와 작업했다. 그중에서도 이현정, 황현, 김도훈과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다.

"현정(이현정) 언니와 할 때 가장 합이 좋았어요. 황현(모노트리 대표)과도 잘 맞았죠. 멜로디라인도 세련되게 썼고 화음도 잘 짠다고 느꼈습니다. 김도훈도 좋았죠. 김도훈 작곡가는 녹음할 때 가창자의 창작 영역을 최대한 존중(인정)해주는 스타일입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와도 ', 이것도 괜찮네'라고 수긍할 만큼 열려있는 마인드가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빅마마 멤버 모두 '안부'란 곡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연 때 한 번도 부르지 않았을 정도로. 스튜디오에서 녹음 중 과하게 감정을 짜내게 했는데 이런 게 빅마마와도 맞지 않았던 것이다.

작사가 중엔 '사랑 날개를 달다'를 쓴 윤경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 날개를 달다'는 굉장히 아름다운 가사였어요. 이 곡을 위해 공연 때 무대 불을 끄고 듣기만 하는 암전 퍼포먼스를 했을 정도니까요."

빅마마 20주년 공연 후 회식.

신연아 교수는 '암전 퍼포먼스'뿐 아니라 빅마마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무대 연출에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다. 방송 연출 출신이 빅마마 공연 무대감독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런데 빅마마 곡을 듣지 않고 연출하는 티가 역력했다. 그래서 티격태격하기도. 이번 20주년 기념 공연 세트리스트도 신 교수가 짰고 무대에 큰 나무를 배치하는 것까지 멤버들과 의견을 조율발전시켜 갔다.

"자연의 위대함! 자연에 들어가면 인간이 편안해지니까 그런 느낌을 공연에 반영하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공연 때 나무를 꼭 해보고 싶었지만 하질 못했죠. 민혜(박민혜)가 나무를 세우면 어떠냐고 의견을 냈고 거기에 좀 더 디테일을 추가했어요. 나무 그늘은 휴식의 공간, 보호받는 느낌도 들고. 20주년 빅마마의 공연이 이러한 휴식과 힐링의 시간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좋은 사람을 보고 큰 나무와 같다는 표현을 쓰듯."

빅마마의 '소녀를 사랑한 소나무' 가사도 그녀의 이러한 생각이 반영됐다.

신연아 교수는 '소녀를 사랑한 소나무' 외에 '소리질러', '태우다' 등 빅마마의 여러 곡 가사를 썼다. 94곡이 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있다.

그간 쓴 빅마마 노랫말 중 '사랑', '외길', '소녀를 사랑한 소나무', '바다로 간 어느 날'을 베스트로 꼽았다. '외길'은 아버지를 추억하며 썼다. 아버지 타계 후 1년간 삶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정신적 방황 후 쓴 게 '외길'이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부귀영화를 누렸어도 결국 인생은 혼자 떠나는 길, 그래서 '외길'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데모를 들으며 가사를 쓰는 편이지만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다가 또는 산책이나 독서 중에도 좋은 가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릴 때 글짓기대회에 나가 종종 상을 탔는데 특히 수필을 잘 썼다. 지금까지 일기를 써오고 있는 것도 가사 쓰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예전엔 문학과 심리학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인문학과 자연과학도 열심히 읽으려고 합니다.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란 책을 접하면서 자연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이외에 '최재천의 아마존'을 보며 인간을 이해하기가 더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신연아의 읽고 쓰는 행위를 인정한 한국신문협회는 2009106'올해의 신문 읽기 스타'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신문협회는 신연아가 "신문을 즐겨 읽을 뿐만 아니라 신문에 글도 게재하고, 강의와 작사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1년엔 '하루만'이란 음악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파트리샤 카스, 로라 피지, 에디트 피아프, 조수미 등 32명의 음악인과 노래,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서술한 단행본이다.

학교에선 학생들을 잘 챙겨주며 소통하는 엄마 같은 존재다. [사진제공=신연아]

가수 활동을 병행하며 호원대학교에서 16년째(강사 시절 제외) 강의를 하고 있다. '긱스' 코러스 원년 멤버로 활동하며 정원영과 인연을 맺게 됐는데 이후 2007년 정원영 교수로부터 보컬 '전임교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강사였던 신연아는 '전임'은 다른 차원의 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음악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정중히 거절했다. 1년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이걸 하면 음악을 더 넓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원영 교수의 조언에 2008년부터 호원대 전임교수로 업무를 시작했다. 정원영 교수는 평소 신연아가 무척 신뢰하고 존경하는 인물이다.

"15년 넘게 (강의)하다 보니 교육 분야가 저한테 잘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학생들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을 만큼. 전임은 단지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임을)하고 보니까 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빅마마를 하지 않는 동안이었지만 그럼에도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와중에 내 마음을 젊게 할 수 있는 동력도 생긴 것이죠.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계속 접할 기회가 되기도 했고."

문화예술대학장에 취임한 신연아 교수는 지난 학기에 주당 10시간 강의했다. 참고로 학장 책임 강의는 9시간이다.

호원대는 지난 2023년 국가 주도의 지방대 활성화 사업 프로젝트를 따왔다. 신연아 교수는 이 사업의 K컬처 사업단장을 맡아 운영한다. 16억 예산 규모의 매우 큰 프로젝트다. 올해부터 20258월까지 1년 반 동안 '융합'을 큰 틀로 해 호원대의 공연미디어학부, 실용음악학부, K팝학부 세 학부 학생이 함께 진행한다. 그 첫 행보로 지난 11월 어청도에서 1시간 30분 분량의 음악다큐를 찍었다. 영화제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올 상반기에 남자 셋 여자 둘 구성의 5인조 혼성 힙합팀을 론칭하며, 하반기엔 실용음악과 보컬 팀도 선보일 계획이다. '기악'이 아닌 빅마마 같은 본격 '보컬' 팀이다.

2024년은 빅마마 활동, 학교 강의, 사업단 운영 등으로 이전보다 더 일에만 파묻혀 살 수밖에 없을 듯. 이렇게 바빠짐에도 차기 솔로 작에 대한 구상도 확고하다.

"다음 솔로 앨범은 100% 샹송 앨범, 또는 100% 스탠더드 재즈를 해보고 싶어요. 스탠더드 재즈의 경우 아메리칸 재즈가 아니라 유럽식 감성으로 해석한 노래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전작이 피아노와의 듀오 앨범이었다면 이번엔 밴드와 함께하는, '리듬이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구체적인 발매 계획은 미정입니다."

티칭 스타일, 즉 학교에선 어떤 타입의 선생님이냐고 물었더니 "학생들로부터 엄마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이것저것 보살피는 걸 좋아한다고 할까요. '이런 거 해봐'부터 회사와 매칭시켜 주는 것, 데리고 나가서 외부 공연을 시킨다거나 등등 수업 외에 하지 않아도 될 걸 자주 하는 편입니다. 학생들을 잘 혼내지 않죠. 그런데 아무 말 하지 않다가 (학생이) 물어볼 때 딱 한 마디 정도 하는데 이게 학생들에겐 무섭게 느껴지나 봐요. 내가 하는 말로 상처를 입거나 의욕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싫습니다. 학생들이 이후 어떻게 발전하는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알 수 없죠. 그럼에도 내가 옳다고 여기는 내 생각으로 던진 말이 오히려 (학생들의) 그 가능성을 줄어들 수 있게 할 수도 있는 거라 조심스러운 겁니다. 제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까 봐서죠."

"저는 일단 학생의 장점부터 먼저 부각해주려고 해요. 단점을 보완하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장점을 키우는 데에도 똑같이 집중하라고 합니다. 단점은 나중에 말해주죠. 장점 키우기와 단점 보완 비중을 약 7:3으로 잡을 만큼. 단점을 보완하는 데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장점을 부각하는 건 훨씬 빠르죠. 학생들의 자존감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노래하는 데엔 자존감이 매우 중요하니까요."

"선생의 입장에선 지적질을 해야 가르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지적하는 건 쉽지만 해결책을 주는 게 어려워요. 학생들도 워낙 많이 지적받다 보니 자기가 못하는 것만 잘 알고 정작 자기가 뭐를 잘하는진 잘 모릅니다. 막상 세상에 나가서 경쟁력을 주는 건 단점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장점이 뭔지를 아는 것입니다. 빅마마 내에서도 완벽한 보컬은 없어요. 각자의 장점을 잘 부각시킨 것일 뿐. 각자 잘하는 것만 추리면 완벽해 보이는 거니까요. 학생들의 자존감을 많이 키워주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음악을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호원대 실용음악과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학생 스스로 더 잘 알고 있기에 그냥 가만히 둡니다. 그럼에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면 계속 뭔가를 끌어주려고 해요. 배가 고프지 않은 애한테 자꾸 밥을 먹이려고 하면 잘 안 먹듯 본인이 하려는 의욕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노래는 더욱 그렇죠. 이런 의욕만 있으며 조금만 가르쳐도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만, 의욕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일 경우 아예 음악을 듣지 말고 쉬라고 말해줍니다. 다른 관점에서 음악을 시도하라고.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네 색깔로 하는 형태로.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무슨 얘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이 분야는 기술적으로 잘해야만 경쟁력이 있는 시장이 아니니까요."

호원대는 타 대학에 비해 예술대가 강점인 학교다. 유명 대학의 음악학과일 경우 그 학과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게 당연하다. 그 학과가 있건 없건 대학 자체 운영에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원대=실용음악'이란 등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를만큼 실용음악과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학생들과 실무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기자재를 신청하면 100% 그대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죠. 올린 그대로 사주지 않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호원대는 주무 부서의 신청은 물론 그 외에 뭐를 더 원하는지까지 물어보고 그에 맞게 거의 그대로 맞춰주려고 합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의 강점을 보컬로 예를 들자면, 한 명도 똑같은 전공생이 없다는 겁니다. 입학 후 학생들은 자기와 같은 스타일이 없다는 걸 알고 서로 놀랄 정도죠. 동기들끼리 봐도 같은 색깔을 가진 학생들이 없어요. 학생을 뽑을 때도 각자 잘할만한 장르부터 모든 장르를 두루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으려고 합니다."

보컬 전공 교수나 보컬트레이너들은 "어느 때부터 고음 쪽에 치중하면서 갈수록 높은 음역 소화력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음을 잘 구사하는 가수는 많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저음은 아무 때나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본 것이다.

저음을 잘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힘 조절이 관건입니다. 고음을 노래할 땐 그에 앞서 자연적으로 힘이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힘을 적절하게 빼는 건 쉽지 않아요. 힘을 빼고 편하게 부르라고 하면 아예 놓아버리거든요. 사실, 이걸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상당수 그렇게 잘못 받아들이는 것이죠. '코어근육'은 갖고 있으면서 목 주변을 이완시키라는 의미인데. 하복부는 압력을 주면서 공명감은 열어놓는 정도의 텐션감은 유지하면서 이완시키라는 것입니다. 이러기 위해선 목을 풀 때 고음부터 풀면 안 됩니다. 저음부터 중음 고음으로 이어지게 푸는 워밍업을 해야 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습할 땐 중저음은 놔버리는 경향이죠. 중저음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곤 고음 쪽만 치중해서 연습하려고들 해요. 말하듯이 노래한다는 의미는 말하는 것처럼 하라는 게 아니라 그만큼 편안하게 들리게 노래하라는 의미입니다. 복압을 유지하고 공명강을 잡아야 하는 건 고음할 때와 똑같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리의) 포지션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발음할 때 공간감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적절하게 열어줘야 해요. 노래할 때 가사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도입부부터 가사 전달을 잘해야 하는데. (특정 곡의) 이야기의 시작이니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잘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저음을 잘 구사하는 가수로 이하이, 악뮤(악동뮤지션) 수현 등을 꼽고 싶어요. 이외에 듣기 편한 저음을 구사하는 곽진언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신연아 교수는 젊은 가수 중 곽진언, 심규선, 잔나비, 아이유 등을 좋아한다고 했다. 심규선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가 "굉장히 문학적"이기 때문이라고. "저 또한 가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인이므로."

"잔나비는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감성적으로 제가 살던 시대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어요. 노랫말도 서정적이고 음악 또한 그렇죠. 잔나비만의 유니크한 색깔이 있습니다."

걸그룹과 보이그룹 통틀어 여전히 BTS(방탄소년단)를 가장 좋아한다.

"R&B는 몸의 공간을 모두 쓰며 노래하기 때문에 노래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재미있는 장르죠. 소리를 갖고 놀기에 가장 좋은 장르입니다. 도전의식도 더욱 고취시켜 주니까요. 온갖 기술(테크닉)에 집중할 수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기술이 피곤해집니다. 왜 이러고 있지란 생각이 들며 점점 심플한 걸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게 되죠. 기술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며 이러한 기술을 빼고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겁니다. 저 또한 지금은 기술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예요. 심지언 비브라토조차 뺄 정도로. 저는 이러한 상태로 노래하는 게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아요."

"요즘엔 기술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재즈 보컬이나 (기악) 연주를 즐겨 듣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죠. 스테이시 켄트, 멜로디 가르도 같은."

"결국 기능인이나 창작인이냐의 차이 같아요. 저는 기능인보다 창작자를 높이 사는 쪽입니다. 기능인으로만 따진다면 실력이 뛰어난 기능인들이 너무 많죠. 그러나 기능과 창작의 생명력은 다릅니다."

빅마마는 보컬트레이너를 거친 적이 없다. 이지영이 한때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잠깐 받은 것 외엔.

신연아 교수는 2001년 프랑스 유학 시절 파리에서 제일 오랜 역사의 재즈학교 CIM에서 공부하며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선 생소한 호흡법을 그곳에서 처음 배웠다. 이어 단국대 대학원에서 대중음악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CIM에서 코어근력에 관한 것을 배웠는데 당시엔 무척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죠. 물론 나중에 보니까 성악(클래식) 발성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어요. 압력을 위주로 해야 하고 힘의 위치는 어디에 둬야 하고 공명강을 얼마만큼 써야 하고 등등. 그 시기에 한국에선 이런 호흡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어요. 소리를 내는 발성 위주로만 가르쳤을 뿐. 이런 호흡법 내용을 한국에 와서 수업 시간에 강의하자 학생들이 좀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당시엔 국내 보컬트레이닝계에 호흡법이란 게 낯선 영역이었습니다. 물론 근래엔 국내 보컬트레이너들도 공명강과 코어 근력에 관해 얘기하는 걸로 알지만."

일부에선 현 단계 한국의 보컬트레이닝 수준이 세계적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입니다. 해외에서 많은 학생이 배우러 올 정도니까요. '기술적'으론 이미 세계적이죠."

자연스럽게 국내 실용음악과의 숙제,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미 세계화되고 있지만 너무 장삿속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음악적 깊이까지 같이 가져가야 하는 것이죠. 지금 기술적인 면은 매우 높지만, 스토리텔링이 좀 약합니다. 이걸 왜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철학적인 질문은 건너뛰고 기술력으로만 접근하는 부분은 아쉽죠. 예를 들어 프랑스인들은 기술력(보컬적인 면)은 떨어지지만 자신의 색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마케팅화하는 덴 대단히 똑똑합니다. 음악엔 정답이 없어요. 기술이 좋지 않아도 매우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거로 생각합니다."

국내 실용음대 베스트를 꼽는다면?

"학과를 운영하는 체계, 입시제도 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느냐, 학생들의 분위기 선호도만 보는 것인지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쟁률이 높다고 좋은 대학이라고 할 수 없듯이. 조금만 뽑으면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죠. 학생 충원율, 유지하는 비율, 즉 학생 만족도도 중요합니다. 재학생의 만족도가 높은가의 여부가 좋은 학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선 서울예대, 동아방송예술대, 호원대, 한양대 등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홍대(홍익대) 실용음악과는 생긴 지가 얼마 안 돼 아직까진 제대로 평가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얼마 전 호원대 실용음악과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전임교수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이렇게 많은 전임은 아마 국내 실용음악과에선 전무후무할 만큼.

"학생 수가 많아서 그래요. 교원 충원율, 즉 학생 수 대비 교원들이 차지해야 하는 퍼센티지가 있는데 이게 떨어지면 대학 기준도 낮아지게 됩니다. 그 많은 학생의 정원이 졸업 때까지 유지된다는 걸 보면 호원대 실용음악과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걸 말해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2002년 프랑스 유학시절의 신연아. 후일 남편이 되는 동급생과 연애 1주일 기념샷. [사진제공=신연아]

신연아는 1973년 직업군인(중령 예편)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3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사병에서 중령까지 진급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2004년 타계했다. 신연아의 음악성은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하던 어머니는 1960년대 초 가수 데뷔를 앞두고 좌절됐다. 당시 경찰서장이던 외삼촌이 방송국에 출연 중인 여동생(신연아 어머니)을 강제로 데려와 집에 감금시켜 버린 것. 이로써 어머니는 가수의 길을 포기해야 했다.

어머니의 끼를 물려받은 신연아는 어디를 가도 틈만 나면 노래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졸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선생님들이 연아에게 노래시켰다. 당시 이선희 노래를 즐겨 불렀다. 노래도 잘했는데 거기에 공부도 잘하는 우등생으로 초교 때부터 고3 때까지 줄곧 반장을 놓치지 않았다. 신연아하면 리더십이 좋다는 평이 많은데 이미 이때부터 체화된 셈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음악에 빠지며 공부를 등한시하게 됐고 고교에 들어가며 성적도 상위권에서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결국 고3 , 음악을 하고 싶은데 굳이 대학을 왜 가나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도 성적을 가파르게 떨어트리는 원인이 됐다. 그러던 중 불문학이 그나마 음악과 비슷한 학문이란 생각이 들어 불문학과에 지원하게 된다. 불문학과에 들어간 언니가 "불문과는 1년에 한 번씩 샹송제를 한다"는 말에 직접 가서 봤더니 불어로 노래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였던 것. 이렇게 해서 인하대 불문학과에 입학해 창작가요동아리 '꼬망스'에서 활동했다. 박영미, 'Break away' 작곡가 이현정, 코러스 보컬로 유명한 김효수 등이 모두 '꼬망스' 출신이다. 후배 가수 김현성도 이곳에서 활동했다.

어릴 땐 우순실, 김민기, 이선희 등 가요를 좋아한 신연아는 대학에 들어와 파트리샤 카스에 심취하게 된다. 블루지한 성향, 100% 프랑스적이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미국적이지도 않은, 이런 스타일이 적절하게 접목된 게 좋았다. 밝은 느낌보단 중저음의 깊은 감성을 내는 여성 보컬을 좋아하던 시절인 만큼 파트리샤 카스의 노래는 신연아에게 특히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외에 휘트니 휴스턴, 아레사 프랭클린, 레지나 벨, 애니타 베이커, 토니 브랙스턴 등도 즐겨 들으며 카피했다.

"원래부터 중저음 소리를 좋아했는데, 중저음에 흑인 특유의 깊이가 남다르게 다가와 그런 부분에 더욱 끌리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블루스 소울에 관심을 두고 많이 들으며 따라 부르게 됐죠."

신연아는 재학 중 강변가요제에 출전했지만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코러스 세션 보컬로 활동하면서다.

96년경 학교 서클 선배(언니)와 재미 삼아 코러스 보컬을 시작했는데 "코러스 보컬은 신연아"라 할 만큼 금세 업계에서 유명해지며 작업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신연아이현정김효수로 구성된 3명은 베이스-미들-하이로 파트를 나눠 코러스 활동을 했다. 이전까진 코러스 혼자 한 화음을 두 번 하니까 최소 4트랙 이상은 써야 했지만 이들 세 명은 스튜디오로 함께 들어가 녹음했다. 트랙 수를 줄여 제작 경비 절감에도 도움을 준 것이다. 여기에 직접 라인까지 만들어 코러스를 입하는 방식이라 이러한 게 관계자들에겐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신연아는 흑인 R&B 필의 코러스에 특히 능했다. 3명이 가면 애들립 파트는 신연아가 도맡을 정도.

소찬휘 1집이 전환점이었다. 이현정이 소찬휘 1집 작곡을 맡게 됐는데 여기에 코러스로 참여하게 된 것. 변성복 당시 소찬휘 앨범 프로듀서는 신연아의 코러스가 너무 좋다며 앨범 전체 코러스를 맡기기에 이른다. 변성복은 광화문스튜디오의 메인 엔지니어로 젝스키스, 핑클, 유승준 등등 많은 유명 가수와 일한 베테랑이다. 이때부터 입소문이 나며 여러 가수 녹음을 맡으며 코러스 보컬로 두각을 보이게 된다.

19961월 소찬휘 1집이 발매될 때 코러스 팀명을 공식적으로 '빈칸채우기'로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빈칸채우기란 이름은 김효수의 아이디어다. 빈칸채우기에서 신연아는 이선희, 박정현, 싸이, 핑클, 패닉, 김동률, 신효범, 강수지, , 보아, God 1500여곡 넘는 코러스 세션을 했다.

싸이 녹음 때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녹음실에 가면 으레 녹음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당연한데 싸이 녹음실에 도착한 순간 캔맥주가 널브러져 있었어요. 데뷔앨범 녹음임에도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런 장면이 당시 제겐 너무 놀라운 풍경이었어요. 싸이야말로 정말 즐기면서 녹음하는 스타일이었던 거죠."

2003'빅마마'란 이름으로 YG에서 데뷔했다.

"팀명을 빅마마로 지어놓았는지도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이미 본인들(담당자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던 거예요. 그러나 멤버 모두 이 이름이 너무 싫었죠. 울고불고하는 멤버들이 있었을 만큼. 그러니까 회사(소속사)에서 그러면 3음절로 된, 한 번만 들어도 잊혀지지 않을 인상적인 대안(이름)을 가져와 보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사군자'였어요. (웃음)"

빅마마는 데뷔 앨범 발매와 함께 출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간혹 개인적 취향을 수록곡에 반영하기도 했다.

"20대엔 흑인소울 R&B를 좋아했고 29살에 프랑스로 가면서 30대부터 취향이 백인음악, 유러피언뮤직 스타일로 바뀌었어요. 이미 성향이 바뀐 상태였는데 빅마마는 흑인음악을 지향했고 따라서 한 곡 정도는 바뀐 취향을 앨범에 넣고 싶었어요. 그게 'Je Ne Veux Pas'입니다."

YG와 계약이 만료되고 테일러스로 넘어가던 찰나 YG 측에서 소속사를 하나 차려줄 테니 빅마마가 직접 운영해보라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운영(경영) 등 음악 외의 것까지 같이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지금은 그때 그러한 제의를 거절한 게 살짝 후회되지만. (웃음)"

2023년 프랑스에서 남편과 함께. [사진제공=신연아]

신연아 교수는 2001년 프랑스 CIM 유학 중 그곳에서 화성악 수업을 함께 듣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처음엔 동급생으로 지내다가 2002년 신 교수가 귀국할 즈음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다. 당시 남편은 신연아 교수의 "훤칠한 외모, 차갑고 시크한" 면에 끌렸다고.

"한국 남자들과는 달랐어요. 이전까지 아주 짧게 드문드문 한국 남자들과 연애를 한 적이 있지만 한 번도 오래간 적이 없었죠. 그런데 남편은 처음 만날 때부터 제 얘기를 너무 잘 들어줬고 만나면 너무 편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 착했어요. 너무 착해서 처음엔 혹시 바보가 아닌가 할 만큼. (웃음)"

신연아 교수보다 4년 연하인 남편은 이탈리아계(아버지) 프랑스인으로 기타, 보컬, 피아노, 색소폰, 트럼펫 등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안다. 명문 소르본대(철학) 졸업 후 "행복해지려면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전공을 음악으로 바꾼 것.

매년 방학 때 프랑스 시댁으로 가 1달 반가량 지낸다. 시댁이지만 한국의 전형적 '시댁'이 아니라 시아버지가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고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해줄 만큼 특급 대우를 해준다. 그래서 2022년 겨울 시아버지가 타계했을 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취미는 독서와 운동. 이틀에 한 번씩 러닝머신과 근력운동(특히 코어근력)을 한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함에도 공연 한 달 전부터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고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바꾼다. 빅마마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서도 보약을 먹어가며 준비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최근에 본 드라마 중 '연인'을 감명 깊게 봤다. 책은 '인간다움(김기현 저)'을 읽는 중이며, 이외에 최인철 '굿 라이프',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도 인상 깊게 읽었다. 쉴 때 듣는 음악으로 앙리 살바도르를 언급했다. 신연아 교수는 새로운 음악보단 좋게 들은 음악을 듣고 또 듣는 스타일이다. 최근 심규선 새 앨범도 좋게 들었다고.

"새해엔 자전거 타기와 골프를 잘 쳤으면 좋겠어요. 중학생 때 자전거를 타다가 화단에 고꾸라져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이때의 트라우마로 자전거를 탈 때 앞에 장애물이 보이면 미리 넘어져 버리게 됩니다. 다시 자전거를 제대로 타보고 싶어요. 이제 골프를 시작한 초보인데, 학교 스포츠 학과 내 골프장에서 프로 골퍼에게 제대로 배워보려 합니다."

"화음이 해결되지 않으면 팀 색깔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는 신연아 교수는 "좀 더 화음이 많아 풍성하고도 덜 대중적인 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중성이란 건 패스트푸드와 같아서 당장은 맛있지만, 오랫동안 두고두고 빅마마의 음악이라고 하기엔 좀 영양분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대중성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빅마마)가 좋아하는 걸 하자고 해서 만든 게 'Break away'이듯. 그래서 수십 년 지난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죠. 음악적으로 음악인이 양심을 걸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음악을 할 때 더 생명력이 길다고 확신합니다."

"위로를 주는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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