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남자가 많은 이유?…"장에 좋은 미생물 여성에 더 많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논문 발표
"55세 이하 저연령층도 유익균 더 많아"

사진=아이클릭아트

남성이 여성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두배에 달하는 이유가 장내 미생물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이 남성보다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고, 나이가 젊은 사람도 나이든 사람보다 장내 유익균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제1저자 송진희 연구교수)은 대장암 등 대장 질환의 발병률이 낮은 여성 및 55세 이하 젊은 연령대에서 유산균(젖산균), 낙산균 등 장내 유익균이 많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최근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 한 해 발생자 수는 3만2751명으로, 폐암을 제치고 국내 발병률 2위를 기록했다. 이는 발병률 1위인 갑상선암(3만5303명)에 근접한 수준으로, 2019년 4위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장암 발병에는 성별, 연령, 가족력, 흡연 여부, 식습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약 2배 높고, 발생 위치도 차이가 있어 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대장암 발병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보고돼 암 발병 원리와 치료법을 밝혀낼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김나영 교수팀은 성차·연령 등의 요인과 장내세균총의 변화, 대장암 발병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해 실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장선종 및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대변 데이터가 사용됐다.

그 결과, 대장선종이나 대장암 환자보다 그렇지 않은 건강한 이들은 장내 유익균이 유의미하게 많았다. 특히 여성과 55세 이하 연령에서 각각 유산균(젖산균)과 낙산균 분포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통계적으로도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은 집단으로, 유산균, 낙산균 등 장내 유익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장내 세균과 대장선종, 대장암 발병의 관계에 있어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이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교수는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라며 "건강한 여성의 장내 세균총에서 발견되는 유익균을 분석해 대장암 예방·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실렸다. 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