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대권 도전 위해 모험 불가피했다… 크로우 계약, KIA 2024년 올인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외국인 투수 선정을 두고 오랜 기간 고민을 거듭했던 KIA가 그 숙제 풀이에서 해답 하나를 내놨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윌 크로우(30)가 KIA 유니폼을 입는다. 어깨 부상이라는 요소가 걸리기는 하지만, KIA는 내부적으로 꼼꼼한 신체검사를 진행했다며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로 포스트시즌에서의 유의미한 성과, 나아가 대권 도전이라는 구단의 꿈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모험은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KIA는 7일 윌 크로우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로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금액 한도를 다 채웠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외국인 투수 슬롯이 비어 있는 구단은 단 하나, KIA뿐이었는데 KIA가 드디어 한 자리를 채운 것이다.
◆ KIA 외국인 투수 잔혹사, 커터칼로 크로우 뽑았다
KIA는 최근 2년간 외국인 선수,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인 투수 농사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2년간 한 시즌을 완주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는 KIA 팀 전력에 큰 변동성으로 작용하며 고비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아마 KIA가 리그 평균 정도의 외국인 투수 라인업을 구성했다면, 적어도 시즌 성적은 최근 2년보다 훨씬 더 좋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들이 낙제점을 받으면서 불펜 투수들의 부하만 심해졌다.
KIA는 2022년에는 션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 체제로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문제가 있었다. 우선 로니는 기량 미달이었다.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이미 그런 평가가 굳어졌다. 영입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선수였는데 그 평가를 바꾸지 못했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무색했다. 당장 KIA는 그것을 기다려 줄 시간이 없었다. 로니는 10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5.89에 머물렀다. 공만 빨랐고, 선발로 성공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을 드러냈다.
놀린은 건강할 때는 괜찮은 투수였다. 좌완으로 공이 그렇게 느린 투수도 아니었고,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도 있었다. 압도적인 스터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2022년 평균자책점(2.47) 자체는 괜찮았다. 그러나 문제는 부상이었다. 경력 내내 부상을 달고 산 놀린은 한국에서도 그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이탈했고, 2022년 결국 124이닝을 던지는 게 머물렀다. 시즌 마지막을 함께하기는 했지만 KIA가 원하는 이닝이터는 아니었다.
KIA는 2023년을 앞두고 이닝이터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구위형 투수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영입된 선수들이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였다. 앤더슨은 구위와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서, 메디나는 투심의 움직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둘 역시 전반기가 끝나기 전 모두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KIA의 기대치와는 다소간 거리가 있었다.
앤더슨은 시즌 초반 안정적인 이닝 소화를 보여주며 순항했지만 갈수록 커맨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구종도 문제였다. 시간이 흐르자 앤더슨의 공에 적응한 KBO리그 타자들은 이 약점을 놓치지 않고 앤더슨을 괴롭혔다. 14경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한 채 방출됐다. 아까운 선수였지만 KIA는 당장 더 좋은 투수가 필요했다.
메디나는 제구와 전체적인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투심은 위력적이었지만 로케이션 잘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한가운데 던지면 맞아 나갔다. 공의 위력이 부족했다. 앤더슨도 퇴출된 판에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5에 머문 메디나가 버틸 재간은 없었다.
KIA는 2022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토마스 파노니, 그리고 대만 리그 최고 투수였던 마리오 산체스를 영입해 만회를 노렸으나 이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산체스는 첫 등판의 강렬함과 달리 이후 견제 동작 등이 논란을 일으킨 끝에 4승4패 평균자책점 5.94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에는 부상까지 겹쳐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연히 재계약 불가였다. 2022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2로 좋은 활약을 했던 파노니도 결국 제구형 투수의 한계를 드러냈다. 가면 갈수록 고전하며 16경기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4.26에 머물렀다.
KIA는 일단 파노니는 보류선수명단에 넣었으나 애당초 ‘1순위’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보험 측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노니보다 더 좋은 외국인 투수 둘을 뽑는 게 목표였다. KIA는 심재학 단장 취임 이후 외국인 스카우트 팀을 더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그간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새로운 체제의 첫 외국인 투수이기도 했기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최대한 좋은 투수들을 리스트에 넣고 상황을 지켜봤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예상대로 ‘NO’를 외친 선수들도 있었지만, KIA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 와중에 파노니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언하며 KIA는 이제 보험 없이 무조건 새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뽑아야 할 상황이 됐다. 다른 팀들이 속속 외국인 투수를 확정했지만 KIA는 우직하게 우선 타깃들을 기다렸다. 그렇게 크로우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
같은 시간 크로우는 자유로운 신분으로 타 팀들의 오퍼를 기다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비교적 냉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눈에서 크로우는 이미 선발로는 실패한 선수로 보였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불펜으로 데려가자니 전 시즌 부상 경력이 걸렸고, 그것도 민감한 어깨였다. 실전 감각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고 고점도 높은 편은 아니었다. 일본과 한국 구단들의 관심사가 되는 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크로우로서도 미래가 불확실한 마이너리그 계약보다는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는 게 더 많은 돈을 돈을 벌 수 있었다. 크로우의 지난해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인 74만5000달러였다.
하지만 일본 구단들은 크로우를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봤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몸값을 높여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품고 있을 법한 크로우로서는 불펜보다는 선발로 출전이 보장된 KIA가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 당장 일본에 가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페디의 사례에서 보듯 선발로 능력을 증명해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선발로 잘 뛰면 불펜에서의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일본 구단 대신 KIA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제법 화려하다. 2021년에는 피츠버그 소속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기도 했고, 2022년에는 불펜 핵심 중 하나로 무려 60경기에나 나갔다. 2022년 시즌 막판 부진이 아쉽기는 했지만 2023년에도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이라 기대를 모은 선수이기도 했다. 다만 2023년 4월 어깨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꽤 오랜 시간 마운드에 서지 못한 끝에 결국은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최정상급 투수였고, KIA는 크로우를 인내심 있게 기다린 끝에 일본 구단과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난 12월 구두 계약을 마무리했다. 다만 계약 확정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KIA가 메디컬테스트를 빡빡하게 봤기 때문이다.
KIA는 일단 미국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했다. 미국에서의 소견을 기본적으로 들었다. 여기에 미국에 필름을 달라고 해 한국에서도 역시 이를 꼼꼼하게 살폈다. 의료진은 물론 구단 트레이닝파트 관계자들까지 모든 정황을 체크했다. 역시 2023년 초반 어깨 부상 때문이었다. 어깨는 굉장히 민감한 부위다. 팔꿈치는 수술을 하면 1~2년 뒤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어깨는 영구적인 구위 저하를 일으키거나 심지어 선수 생명을 끝낼 수도 있었다.
KIA는 크로우 다음으로 낙점한 선수의 메디컬테스트에서도 빡빡한 기준을 유지했고, 결국 이 선수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백지화됐다. 그 정도로 꼼꼼했다. 그런 꼼꼼한 신체검사에서 KIA는 일단 합격점을 내렸다. 의료진이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자체 판단으로도 어깨 부상이 경기력에 큰 영향력을 일으킬 것이라 보지 않았다. 여기에 크로우의 경력에서 부상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정상적으로 공을 던졌다는 점도 확인했다. 외국인 스카우트 팀에서 크로우의 시즌 막판 기록과 영상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물론 어깨라는 점에서 찜찜한 것은 남아있다.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부위와 달리 어깨는 부상이 재발하면 장기 결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KIA도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약간의 모험적인 요소는 필요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KIA는 지난해 6위 팀이었다. 올해 목표는 단순히 포스트시즌 복귀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유의미한 성과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성적을 내야 한다. 김종국 감독의 재계약, 심재학 단장 체제의 안정성도 여기에 달려 있다.
부상 선수에 크게 당한 일부 다른 팀들이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렀을 전력이지만, KIA는 의료진과 스카우트 팀의 판단을 믿고 직진을 선택했다. 일단 건강하게 던진다면 팀의 에이스는 물론 리그를 주름잡는 다른 팀들의 외국인 에이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 매력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크로우가 이번 부상 전에는 어깨 쪽에 큰 이슈가 없었다는 점 또한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위 자체는 빼어나다. KBO리그 최정상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풀타임 선발로 뛰었던 2021년 기록을 가져오면 크로우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7마일(약 150.8km)에 이르렀다. 이어 80마일 중반대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평균 93마일 수준의 싱커, 여기에 80마일 수준의 커브까지 자유자재로 던졌다. 선발 유망주 출신이라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많고, 경력 내내 이런 패턴을 꾸준하게 이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전 수도 낮지 않은 편이고 익스텐션도 길다. 우타자 바깥쪽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모두 제구가 잘 되는 편이고,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다. 결정구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스위퍼도 던지고 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고 구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고른 편이라 상대 타자로서는 구종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팀 기여도가 미비했다. 네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쌓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라고 해봐야 잘 나가는 타 팀 외국인 투수 한 명만도 못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모험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일단 크로우를 손에 넣어 한숨을 돌린 KIA는 크로우와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도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미 추린 선수들이 있어 4~5명이 경쟁하기보다는 1~2명 정도를 놓고 마지막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리스트에 들어간 선수들 역시 경력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져 KIA 원투펀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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