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집주인 구하는 거냐”…‘역전세 빌라’ 사면 취득세 감면에 세입자 ‘허탈’
이에 대해 정부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무자본 갭투기에 나섰다가 보증금을 못 돌려주게 된 ‘빌라 집주인 구하기’란 평가가 나온다.
8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용 60㎡ 이하인 집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가 거주 중인 집을 사들이면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혜택 대상은 취득가액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 이하 주택이다. 3억원에 산다면 취득세(세율 1%)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생애 최초 주택에 대한 취득세 200만원 한도 감면(취득가액 12억원 이하 주택)은 향후 또 다른 주택을 사들일 때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세채 이상 가진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 의무 기간(1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한채에 한해 LH나 지역주택도시공사에 팔 수 있도록 했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 기간 중 비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택을 양도하면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올해 역전세난이 이어지는 만큼 한채는 과태료 부담 없이 공공에 팔아 반환할 보증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다만, LH에 팔 수 있는 주택은 전용 60㎡ 이하에 취득가액이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 이하인 비아파트에 한정했다. 이 주택에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이면서 생애 최초 주택을 취득한 임차인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다만 임차인이 추후 주택 취득 때 생애 최초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을 포함해 LH가 1만 가구 이상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사각지대를 없애는 안도 마련됐다. 지금은 일부 은행에서만 임대인의 대출 승인 심사 때 전세보증금과 확정일자를 확인한 후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확정일자 정보 연계 사업’ 참여 기관을 올해는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또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선호도가 높은 토지임대부·지분적립형 주택 등에 세제 지원을 늘려 임대료와 분양가를 낮출 방침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는 시행사가 보유·임대하고 건물 소유권만 분양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토지임대료에 대한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 분양받은 사람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분양받은 사람이 20~30년간 지분을 얻는 주택이다. 정부는 공공주택 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재산세 3년간 25% 감면 등으로 분양가를 기존보다 5~10% 낮추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선 취득세 감면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에서 연립·다세대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도는 만큼 이 시장은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며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에만 취득세 감면 혜택을 줄 게 아니라 국민 평형인 85㎡ 이하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대 청년들을 통한 빌라 집주인 채무 조정이란 싸늘한 반응도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3억원 이하 빌라는 주로 1인가구가 사는 ‘원룸’ 또는 ‘투룸’ 빌라다. 서울 강서구 빌라 세입자 A씨는 “집주인이 보증금 돌려줄 돈이 없다며 매매가를 얼마간 깎아줄 테니 사 가라고 조르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면 정부가 200만원 지원해준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등록임대사업자가 공공에 주택을 양도할 때 임대 기간에 부여한 혜택은 환수하는 최소한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 기간과 임대료 증액 상한(인상률 5%)을 지키는 대신에,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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