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KT 원 클럽 스태프! 윤여권 전력분석원의 목표는?
‘원 클럽 플레이어’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단어다.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트레이드와 FA(자유계약) 등으로 팀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여권은 이와 대조되는 행보를 걸었다. ‘원 클럽 플레이어’는 물론, ‘원 클럽 스태프’로 활약하고 있다. 선수에서 매니저, 매니저에서 전력분석원까지 한 팀에서만 지내고 있다.
KBL 구단 전력분석원 대부분이 선수 출신이다. 프로 선수로서 코트를 누빈 경력이 있다. 윤여권도 마찬가지다. 200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로 부산 KTF(현 수원 KT)의 부름을 받았다. 데뷔 후 202경기를 나섰지만, 평균 출전 시간은 12분 19초. 선수로서 가늘고 길게 지냈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윤여권은 그 이유를 ‘자신감’으로 꼽았다.
200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로 KTF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2라운드 초반에 지명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라이아웃 때 슛을 잘 넣었지만, 1라운드에 뽑힐 줄은 몰랐어요.(웃음) 하승진과 김민수(현 여수화양고 코치), 윤호영과 강병현(현 창원 LG 전력분석원), 차재영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긴가민가했는데, 일찍 뽑혀서 기분 좋았어요.(웃음)
KTF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그때는 한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했습니다. 식사는 식당으로 마련된 공간에서 다 같이 했고요. 환경이 너무 좋아서, ‘역시 프로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제가 낯을 조금 가렸어요. 그리고 형들 모두 신기하고 어려웠어요. TV에서만 봤던 형들이었거든요. 그렇지만 방을 함께 썼던 송영진 감독님(현 수원 KT 감독)을 포함해, 형들께서 잘해주셨어요. 그리고 드래프트 동기였던 (양)우섭이(현 서울 SK)랑 많이 의지했고요.
2008~2009시즌에 데뷔한 후 10년 가까이 프로 생활을 했습니다. 2017~2018시즌 종료 후 은퇴하셨고요.
체형이 얇고, 포지션 대비 힘도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겁이 많고, 승부 근성이 부족했어요. 긴장도 많이 했고요. 다만, 운동 신경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자신 있게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쉬움이 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얇고 가늘었지만, 길게 생활했어요. 구단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셨기에, 제가 유니폼을 오래 입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은퇴하는 프로 선수들은 거의 지도자를 꿈꾼다. 하지만 지도자에 들어갈 기회는 한정됐다. 그래서 지도자가 아닌, 다른 직책을 맡아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직책을 경험하는 것도 기회다. 특히, 프로 스포츠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더 그렇다. 윤여권도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은퇴 후 4년 동안 매니저로 일했던 윤여권은 2022~2023시즌부터 전력분석원으로 보직 변경했기 때문.
은퇴 직후에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2017~2018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그렇지만 선수 생활보다 미래를 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휴가 기간 때 컴퓨터를 배웠죠.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고, 필기 시험도 통과했어요.
그렇지만 실기 시험을 준비하다가,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매니저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했어요. 그래서 아내랑 상의를 했고, 상의 끝에 “하겠습니다”고 회사에 말씀드렸습니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매니저를 했죠.
매니저 생활은 어떠셨나요?
선수들은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면 됩니다.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입장이죠. 그러나 매니저는 다릅니다. 부모님처럼 선수들을 챙겨야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었어요. 선수들이 “형이 예약한 식당 맛있었어요”라고 하면, 엄청 뿌듯했어요.(웃음)
고충도 있었을 건데요.
사무국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중간 역할을 했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서 어려움을 겪었죠.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소통해야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구체적인 예는 어떤 게 있을까요?
회사는 ‘이 정도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하는데, 선수들은 ‘이런 점은 조금 부족하다. 이런 점은 지원을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는 중간에서 그런 걸 잘 조절해야 했어요. 매니저 초반에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전력분석원 제의는 언제 받으신 건가요?
회사에서 “매니저 일을 잘하는 것 같다. 매니저는 1년 정도만 하고, 전력분석원을 해봐라”고 칭찬해주셨습니다.(웃음) 그래서 (주)태수형(현 충주 국원초 코치)과 전력분석 업무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매니저 선발이 계속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상옥 매니저가 합류했고, 저는 2022~2023시즌부터 전력분석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선수일 때, 전력분석원은 어떤 직책으로 보였나요?
상대 패턴을 분석하고, 코칭스태프와 경기 계획을 짜는 직책으로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힘들어보였어요. 무엇보다 눈에 잘 안 보였습니다.(웃음) 음지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전력분석원들은 주로 사무실에 있거든요.
위에서 이야기했듯, 선수 출신 전력분석원이 많다. 전력분석원도 선수처럼 농구를 접하지만, 전력분석원의 업무는 선수가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르다. 농구공을 잡고 뛰는 대신, 모니터를 바라봐야 한다.
특히, 문서 및 영상 편집은 갓 은퇴한 선수에게 생소하다. 윤여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업무에 녹아드는 시간도 꽤 걸렸다.
문서 편집 프로그램이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처음 접할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컴퓨터를 제대로 배운 건 아니지만, 컴퓨터를 아예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서 편집과 영상 편집 모두 기본만 잘하면 됐습니다. 그래서 금방 배웠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전력분석 업무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였나요?
2022~2023시즌 시작할 때요. 그때서야 ‘전력분석원이 힘든 직업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어떤 게 힘드셨나요?
경기가 보통 저녁 9시에 끝납니다. 그때 경기 분석을 시작해요. 분석이 끝나면, 새벽 2~3시입니다. 그리고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출근을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오전에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나요?)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라...(웃음) “새벽까지 일해서, 오늘은 오후에 출근하겠습니다”는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사무실을 코칭스태프와 같이 사용해서, 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까지 근무하면, 오전 업무 효율은 떨어질 건데요.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전력분석원은 한 경기 끝난 후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경기를 마친 후에는 다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고요. 그런 패턴이 시즌 내내 반복되기 때문에, 미리 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전에 출근하는 것도 있어요.
“선수들의 의견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전력분석원은 선수 때보다 농구를 많이 봐야 한다. 그것도 섬세하게 봐야 한다. 또,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기호에 맞게, 경기 및 선수들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농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농구를 대하는 생각 역시 달라진다. 윤여권 전력분석원도 마찬가지였다.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의견도 중요합니다”며 전력분석원으로서의 의견을 피력했다.
전력분석원이 되고 난 후, 분석한 경기가 얼마나 있을까요?
전력분석원 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우선 10개 구단의 정규리그 전 경기를 다 봤고, 휴가 복귀 후에는 대학리그를 봤습니다. 대학리그 분석 후에는 드래프트에 나올 선수들을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보고했고, 드래프트 일정에 맞춰서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많이 했습니다.
농구를 대하는 생각도, 농구를 보는 시야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경기를 보는 거랑 경기를 뛰는 건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앞서 말씀 드렸듯, 보는 것과 뛰는 건 많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농구는 경우의 수를 많이 지닌 종목입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정답이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잘 조율된다면, 경기 준비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거든요.
전력분석원으로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제가 맡은 일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이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팀으로부터 인정받는 게 먼저라, 저희 팀 구성원으로부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농구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전력분석원 하면서 느낀 건데, 대학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졌습니다. 농구 인기도 많이 떨어진 것 같고, 프로 선수층도 예전보다 얇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동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변했습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어도, 예전처럼 운동을 강압적으로 시킬 순 없어요. 그래서 예전 운동 분위기와 지금 운동 분위기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려면, 선수들 스스로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를 하는 시간만큼은 운동에 성실해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해요. 회사에서 전력분석원이나 매니저를 선발할 때, ‘이 친구는 얼마나 성실히 했는가?’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의 관계는 어땠나?’ 같은 기본적인 걸 보거든요.
물론, 선수들은 매니저나 전력분석원을 하찮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니저나 전력분석원은 제2의 인생을 다질 디딤돌이라고 생각해요. 꼭 그런 의도가 아니어도, 다들 자기 위치에서 성실하고 착실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려면, ‘성실함’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본문 첫 번째)
사진 제공 = KBL(본문 2번째-5번째)-윤여권(본문 3~4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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