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 장바구니' 탐내던 쿠팡·SSG닷컴이 명품을? 흠…[최수진의 패션채널]
쿠팡, 파페치 인수로 패션 경쟁력 강화 예고
온라인 명품 시장 영향력 높이는 이커머스 업계
고객을 모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격'입니다. 모든 시장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커머스는 이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다른 업체보다 10원이라도 더 깎고, 여기에 할인쿠폰을 뿌리는데 심지어 무료배송까지 해준다죠? 연일 '최저가'를 향해 달려가는 겁니다.
이런 전략이 잘 통하는 곳이 있죠. 먹거리와 생필품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 보고서(2023년 11월 기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품(24.8%)으로 집계됐고요, 가전(22.2%)과 가구(14.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 세 카테고리의 매출 비중은 61.9%에 달하죠.
반면, 패션 매출 비중을 볼까요? 9.2% 수준에 그칩니다. 식품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셈입니다. 전체 패션 카테고리가 두 자릿수도 안 되는데 가격대가 높은 명품 패션은 더욱더 매출이 적을 거고요. 쿠팡, SSG닷컴,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이 조사에 포함되는 걸 고려한다면 소비자가 이들 플랫폼에 기대하는 분야는 명확해 보입니다.
이런 이커머스가 명품 패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죠. 최근의 일은 아니고요. 몇 년 전부터 열심히 사업을 키워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장 속도가 더뎌서 문제지만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전문성이 입증된 패션 플랫폼이 있는데 굳이 장 볼 때 사용하는 앱에서 수백만원 짜리 가방과 재킷을 사겠냐는 거죠.
특히 명품 고객들에게는 플랫폼의 이미지도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명품 플랫폼 삼대장으로 불리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이 왜 김혜수, 김희애, 주지훈 등 유명 배우를 모델로 사용했을까요. 이미지는 그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들 회사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 시간) 파페치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죠. 투자 규모는 5억 달러(약 6500억원)에 달하고요.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게 쿠팡이 밝힌 이유입니다.
파페치는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을 파는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으며, 앱 내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 수만 1400개 이상입니다.
쿠팡에 이어 SSG닷컴은 오늘(8일) 국내 최초로 글로벌 럭셔리 이커머스 플랫폼 '네타포르테(NET-A-PORTER)' 해외직구 공식 브랜드관을 오픈합니다. 네타포르테는 전 세계 170여개국 600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800개 이상의 여성 럭셔리 패션 및 뷰티 브랜드의 다채로운 신상품을 매주 선보이고 있습니다. 쓱닷컴은 네타포르테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독점적으로 전개하는 익스클루시브 컬렉션부터 국내 미발매 신상품 및 한정판 상품을 포함한 20만여 종에 이르는 상품을 국내 시장에 소개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온라인 명품에 공을 들일까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은 지난해 3450억 유로(약 493조원)에서 오는 2030년 5700억 유로(약 814조원)까지 확대된다고 합니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은 1조6000억원 규모고요. SSG닷컴 역시 이번 제휴에 대해 "최근 글로벌 명품 사이트 내 국내 소비자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고요.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기 때문인 거죠. 아, 물론 온라인 명품 시장이 잘 된다는 거지, 이들이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초저가 생필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이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고객을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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