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골잡이 영입해라" 아스널 팬들, FA컵 64강 리버풀전 0-2 패배 후 탈락→시즌 3연패에 '분노 폭발'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아스널이 리버풀에 패하며 잉글랜드 FA컵에서 탈락한 가운데,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스널은 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FA컵 64강전에서 0대2로 패하며 탈락했다.
아스널은 이번 패배로 리그에서 2연패에 이어 공식전 3연패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악의 시기를 이어가게 된 반면 리버풀은 공식전 3연승으로 최근 쾌조의 분위기를 유지했다. 선두를 다퉜던 두 팀은 현재 리그에서도 선두 리버풀(승점 45)이 4위 아스널(승점 40)과의 격차를 더 벌린 상황이다.
홈팀 아스널은 4-3-3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리스 넬슨, 카이 하베르츠, 부카요 사카가 자리했고, 중원에서 데클란 라이스, 조르지뉴, 마르틴 외데고르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은 야쿱 키비오르, 가브리엘 마갈량이스, 윌리엄 살리바, 벤 화이트가 구성했다. 골문은 애런 램스데일이 지켰다.
원정팀 리버풀도 4-3-3으로 맞섰다. 루이스 디아스, 다르윈 누녜스, 코디 학포가 최전방 세 자리에 출전했고, 커티스 존스, 알렉시스 맥앨리스터, 하비 앨리엇이 중원을 지켰다. 수비진은 조 고메스, 자렐 콴사, 이브라힘 코나테,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가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알리송 베케르가 꼈다.
두 팀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참가한 모하메드 살라와 아시안컵에 참여하기 위해 떠난 도미야스 다케히로 등 일부 전력 공백을 제외하면 최상의 선발 명단으로 나섰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은 팀은 아스널이었다. 전반 3분 램스데일의 골킥이 넬슨에게 향했고 넬슨은 알리송까지 제치며 득점 기회를 노렸지만, 마지막 슈팅이 옆 그물을 때렸다. 전반 10분에도 아스널이 강하게 압박하며 리버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뺏어냈다. 하베르츠가 시도한 패스가 외데고르에게 흘렀고, 외데고르는 이를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는데, 골대에 맞으며 땅을 쳤다.
아스널은 리버풀을 압박하며 꾸준히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29분 외데고르가 드리블 돌파로 리버풀 수비를 흔들었고, 하베르츠에게 기회를 만들었다. 하베르츠는 차분하게 공을 몰고 왼발로 슈팅을 시도했으나, 제대로 발에 걸리지 못하며 찾아온 기회를 날렸다. 전반 38분에는 화이트의 중거리 슛이 알리송의 선방에 막혔으며, 전반 44분 하베르츠가 다시 한번 박스 안에서 잡은 기회를 골키퍼 정면 슈팅으로 날리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리버풀도 반격했다. 전반 45분 아널드의 박스 안 슈팅이 아스널 골대 상단을 강하게 때리고 튕겨 나왔다. 램스데일이 손조차 쓰지 못할 속도와 힘이었기에 리버풀 팬들을 더욱 아쉽게 했다. 결국 두 팀은 득점 없이 전반을 0-0으로 마무리했다.
아스널은 전반에만 13개의 슈팅, 5개의 유효슈팅으로 슈팅 2회, 유효슈팅 0회에 그친 리버풀을 압도했다. 다만 골문 앞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후반에도 아스널이 먼저 기회를 잡았지만, 좀처럼 리버풀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4분 사카가 돌파 이후 리버풀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를 만들고자 했지만, 고메스가 끈덕지게 방해하며 기회를 망쳤다. 이후 후반 13분에도 사카가 다시 한번 박스 안에서 크로스를 받아 득점 기회를 만들었는데, 사카의 왼발 슈팅이 골대 위로 향하며 이번에는 스스로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아스널의 공세에도 선제골을 터트린 팀은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은 후반 35분 프리킥 상황에서 아널드의 크로스가 키비오르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며 자책골로 행운의 리드를 잡았다.
리버풀은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추가하며 기분 좋게 승리를 챙겼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조타가 페널티박스 우측에 위치한 디아스에게 공을 밀어줬고, 디아스는 망설임 없이 아스널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을 찌르는 호쾌한 슈팅으로 득점했다. 디아스의 득점 이후 경기는 리버풀의 2대0 승리로 그대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아스널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영국의 더선은 '아스널이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큰 기회를 놓치자 모건과 라이트가 팬들의 이적 요청을 이끌었다'라고 보도하며 아스널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아스널은 이날 경기 54%의 점유율과 18개의 슈팅으로 리버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문전 앞에서의 골 결정력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탄식하게 했다.
더선의 칼럼니스트 피어스 모건은 "아스널은 시즌 내내 최고의 축구 경기를 펼치지만, 문제는 똑같다. 골을 넣는 방법을 아는 공격수가 없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라고 밝혔으며, 아스널의 레전드 공격수 이안 라이트도 개인 SNS를 통해 "우리는 킬러가 필요하다"라며 득점력을 갖춘 골잡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스널 레전드 마틴 키언도 "아스널의 골문 앞 결함을 보여주는 경기가 바로 이 경기였다"라며 득점력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올 시즌 아스널은 최전방 공격수인 에디 은케티아와 가브리엘 제주스의 득점력이 크게 떨어졌다. 두 선수는 리그에서 각각 5골, 3골을 넣는 데 그쳤으며, 잦은 부상으로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지난 시즌 맹활약하던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사카의 폼까지 떨어져 아스널 공격력의 위력은 추락했다. 아스널은 이날 경기에서 기대 득점 또한 1.61로 0.67을 기록한 리버풀을 크게 앞섰지만, 단 한 번도 리버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88골로 2.31골에 달했던 득점력이 올 시즌 20경기 37골로 1.85골까지 떨어졌다. 37골은 올 시즌 리그 5위까지의 팀 중 가장 낮은 득점 수치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2골로 공격진의 부진이 극에 달했다.
팬들도 이번 패배 이후 SNS를 통해 "아스널은 기회가 너무 많았다. 자정까지 골문 앞에서 있었어도 골을 넣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린 드록바나 라이트가 필요하다", "제발 고집부리지 말고 골잡이를 영입해라"라며 비판의 의견을 내비쳤다.
아스널 공격수 링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팀토크는 '아스널은 토니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 다른 수준의 스트라이커를 영입하기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 미켈 아르테타는 아스널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공격수를 열망한다. 아스널은 이제 레버쿠젠의 빅터 보니페이스를 새로운 우선순위로 삼았다'라고 전했었다.
보니페이스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2000년생의 어린 나이에도 올 시즌 리그 16경기에서 10골 7도움으로 엄청난 경기 영향력을 발휘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첫 시즌이지만, 적응도 빨랐다. 다만 아스널이 보니페이스를 노린다면 걸림돌은 이적료다. 보니페이스는 레버쿠젠과 2028년 여름까지 계약되어 있다. 4년 이상의 기간이 남은 만큼 엄청난 이적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설득은 어려울 전망이다.
아르테타 감독도 경기 후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영입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 내 임무는 현재 보유한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것이다"라며 어렵다고 밝혔다.
아르테타는 "경기력도 좋았고 기회도 많았다. 우린 경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됐지만 패했다.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난 우리보다 유럽 최고의 클럽보다 더 잘하고 그렇게나 많은 기회를 만드는 팀을 본 적이 없지만 현실은 충분하지 않다. 난 여전히 그들에게 100% 뒤쳐져 있다. 우린 앞으로 계속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하면서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라며 개선점을 강조했다.
다만 아르테타 감독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영입 없이 아스널이 효율성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스널은 이미 결정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이반 토니, 빅터 오시멘, 두산 블라호비치 등 유럽을 대표하는 공격수들과 연결된 바 있다. 해당 선수들을 데려오지 않고 기존 선수들로 결정력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데클런 라이스 등 많은 선수에게 투자하며 갑작스러운 추가 투자를 감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 도전에 나섰던 아스널이 시즌 중반 골 결정력이라는 거대 암초를 만나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리버풀전에서 극심한 득점 부진으로 패하며 당분간 득점 반등 없이는 팬들에게 큰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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