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OECD의 2배" 교통사고 사망자 줄지 않는 까닭 [분석+]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 도입
교통법규 위반 적발 쉬워질 듯
하지만 위반 요인도 제거해야
‘안전속도 5030’ 효율화 절실
2023년 11월 경찰이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 도입을 위한 시범 운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 장비를 도입하면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적발하기 쉬워지고, 단속카메라 설치 비용과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그렇다면 단속에만 집중하는 게 과연 능사일까.
우리나라의 교통안전문화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수치를 보면 그렇다. 2017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4065건이었는데, 2022년엔 2658건으로 34.6%나 줄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역시 4185명에서 2735명으로 34.6% 감소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2020년 기준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는 2422명이었다. 특히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3만8824명)과 사망자가 가장 적은 아이슬란드(8명)를 제외하면 OECD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는 1422명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봐도 OECD 평균치는 4.7명이지만, 우리나라는 6.0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OECD 평균보다 1.3배가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얘기다. 교통안전문화가 개선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후진적이란 방증이다.
이런 격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교통안전시스템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선 교통안전 교육부터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체계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정부가 모든 도로이용자에게 안전행동을 위한 정보와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다.
음주운전이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 자전거ㆍ퀵보드 안전하게 타기 등을 알려주는 실생활 교통안전 교육도 병행한다. 어릴 때부터 보행자이자 운전자로서 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보행자의 위험 회피에 집중하는 우리나라 교통안전 교육은 여러모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
운전면허를 딸 때만이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우리나라의 운전면허는 고작 13시간(학과교육 5시간ㆍ기능시험 2시간ㆍ도로주행 6시간)이면 취득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2주가량이 걸리지만, 이론적으로 반나절이면 가능하다.
예비면허제도를 갖춰서 정식면허 취득까지 2~3년이 걸리는 호주나 독일의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너무나 쉬운 시스템이다. 심지어 중국보다도 쉽다. 중국의 필수교육 이수 시간은 최소 60시간이고, 필기시험은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으니 교통안전문화 정착은 더딜 수밖에 없다. 빈번한 급출발ㆍ급가속ㆍ급정지와 함께 과속을 하기 일쑤고, 교통법규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차들이 숱해서다. 그러니 추돌사고는 연쇄추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통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교육 시스템과 운전면허체계를 제대로 손봐야 한다. 가령, 음주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음주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경찰청의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 도입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찰청은 2023년 11월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적발하겠다면서 자동차의 앞번호판과 뒷번호판을 동시에 찍을 수 있는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를 도입해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범 운영 장소는 양주시 광적면 덕도리, 의정부시 신곡동, 구리시 인창동,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4곳이다.
기존엔 단속카메라가 한쪽 방향만 찍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단속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줄였다가 단속카메라를 지나친 후 속도를 올리는 얌체 운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신형 단속카메라는 양방향을 촬영할 수 있으니 운전자들이 좀 더 조심하지 않겠느냐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4월부터 9월까지 후면 단속카메라로 단속을 해보니 법규 위반 행위가 18.9% 감소(이륜차 기준)했다.
문제는 과속을 적발하는 도구만 개선한 채 '과속'이란 위험한 행위를 유발하는 요소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단속카메라를 지나친 후에 속도를 끌어올리면 '단속'이 무슨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여기엔 정책적 결함도 있는데, '안전속도 5030' 정책이 대표적이다. '안전속도 5030'은 주거ㆍ상업ㆍ공업지역 일반도로에선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주택가ㆍ보호구역 등 이면도로에선 시속 30㎞ 이하로 주행하도록 한 제도다. 2021년 4월 시행했다.
속도를 늦추면 교통사고도, 사망자 수도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안전속도 5030'은 효율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분리대가 있거나 길이 넓어 여유가 있는 도로, 보행자도 거의 없는 도로에서까지 무작정 낮은 속도를 요구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후진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안전속도 5030'의 기준에 따라 속도를 줄인 다음, 그 이후 속도를 가파르게 끌어올릴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교통정책은 유연성이 필요하다. 제한속도를 더 높여야 할 곳은 더 높이고, 낮춰야 할 곳은 더 낮춰야 한다. 이면도로라 해도 30㎞가 너무 빠른 속도인 경우도 있어서다. 주택가와 골목길에선 시속 20㎞ 이하를 적용할 수도 있다. 영국의 경우 시속 17㎞ 미만 표지판도 있다.
단속보다 과속을 유발하는 심리와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게 더 긴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안전속도 5030' 정책의 효율화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는 과속 단속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로의 무법자인 이륜차 단속도 가능해져 선순환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안전속도 5030' 정책을 개선해 과속을 유발하는 요인도 제거한다면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교통 당국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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