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선임에 '형평성' 지적…백복인 4연임 제동 걸리나

우지수 2024. 1.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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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모집 전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 폐지 등 공정·투명성 확보
행동주의 펀드 FCP "사장 후보 평가단, 백 사장 연임에 유리"

KT&G가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FCP가 백복인 사장(사진 우측)의 연임에 유리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은 KT&G 본사 사옥 /더팩트 DB·KT&G

[더팩트|우지수 기자] KT&G가 차기 사장을 임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섰다. 신임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임명될 예정이다. 백복인 사장의 4연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 사장 선임 과정 형평성을 지적하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백 사장의 연임에 유리한 과정이라는 FCP의 주장에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사장을 뽑겠다는 KT&G의 반박이 이어졌다.

KT&G는 현재 '사장 공모제'를 시행하면서 사장 지원자를 받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지원한 사외 후보자와 사내 사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함께 평가해 최종 차기 사장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KT&G 신임 사장 선정 절차를 살펴보면 총 3단계를 거쳐 후보군을 추린다. 각 단계를 수행하는 조직은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보고·주주총회 승인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계 절차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전문가인 인선자문단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를 확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한다. 2단계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1단계에서 결정된 후보군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3단계인 이사회가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상정 후 주주총회에서 의결해 차기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백 사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KT&G 신임 사장 후보자 중 사내 심사 대상자는 지난 2020년부터 운영 중인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및 사장으로 백 사장이 포함된다. 그가 오는 3월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모두 4연임으로 12년 동안 사장직을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백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시선도 보낸다. 정부가 장기 연임에 대해 개선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가 최근 현직 사장을 우대하는 사내 규정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KT&G는 지난달 7일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사장 후보자보다 우선 심사하는 제도인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지난 2022년 백 사장 임기 도중 생긴 제도지만, 한 번도 활용되지 않고 사라졌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신임 사장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소유분산기업은 소유지분이 잘게 분산돼 있어 주인이 없는 기업으로 KT&G를 포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유분산기업 수장 장기 연임에 주목하고 있다. KT&G가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를 폐지한 이유에는 정부 눈치를 봤기 때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CEO 타운홀 미팅'에서 백복인 KT&G 사장과 임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KT&G

◆ FCP "백 사장 연임 밀어주기" vs KT&G "주주 의견 반영, 투명하게 선임할 것"

그런데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FCP는 지난 3일 이번 KT&G의 사장 선임 절차가 '말장난 밀실투표'라며 비판했다. 사장 후보자 평가 주체(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가 백 사장 임기 중 임명된 인사들이라며 그의 4번째 연임을 돕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FCP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사외이사 전원 6인으로 구성될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와 같은 인적구성인 셈"이라며 "이사회 역시 8인 중 6인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사외이사가 찬성하면 의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시된 KT&G 지배구조위원회 명단에는 백종수, 김명철, 임민규, 손관수, 이지희 등 5명의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 사외이사 6인 중 고윤성을 제외한 전원이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원이라는 것이 FCP 측 주장이다. 사외이사 6명 임기만료는 짧게는 2024년 정기주주총회일, 길게는 2026년 정기주주총회일로 예정돼 있다. 백 사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6명의 사외이사도 이사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연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단 뜻이다.

외부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한 1단계와 달리 단일 후보를 추리는 2단계 심사 과정에서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단독 결정으로 진행되는 점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3단계 모두 동일한 사람들을 괜히 복잡한 한자를 쓰며 포장하고 있다. 간단히 '3중바닥 철밥통 카르텔'이라 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임 또는 세습'을 무리해서 추진하려다 자가당착에 빠졌다. 속 보이는 불공정 선임 과정에 어느 인재가 들러리를 감수하고 지원하겠느냐"며 공평한 절차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KT&G 측은 FCP가 낸 입장문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장 선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선임 과정 역시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이번 KT&G 사장 선임은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 하에 진행된다. 모든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3단계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총 의견을 반영해 사장이 선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장후보 선정은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사장 후보에 도전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했으며, 더욱 공정한 자격 심사를 위해 인선 자문단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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