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의 위조된 차트…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은 이유

지용준 기자 2024. 1.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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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이 다시 가운을 입었다.

김 전 원장의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 북콘서트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북콘서트에서 김 전 원장은 "10년 전에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때는 아마 자기계발서 정도였는데 심평원 원장 자리에서 내려오니 책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생겼다"고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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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 북콘서트
소수자의 인권과 건강 이야기 담아
코로나 위기 극복해 온 '1년 후배' 정은경의 축하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오른쪽)과 배소라 메디치미디어 브랜드콘텐츠 실장이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 북콘서트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지용준 기자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이 다시 가운을 입었다.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과장 직을 맡으면서다. "소수의 인권과 건강"이 자신의 인생 주제라는 그는 요즘 '작가'로서 사회와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의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 북콘서트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북콘서트에서 김 전 원장은 "10년 전에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때는 아마 자기계발서 정도였는데 심평원 원장 자리에서 내려오니 책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생겼다"고 소회했다.

의료인으로서 김 전 원장에게는 '최초'의 타이틀이 붙는다. 여성이면서 내부승진으로 처음으로 심평원장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으로 일한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파티'에서 여성 최초, 아시아계 최초로 의장을 맡았다.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이 병원 밖 사회에서 일했던 의료인으로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용준 기자



재소자 차트 들여다 본 기억… 함께한 '최초' 타이틀


그의 책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는 의사이기 전에 수 차례 수술과 투병을 반복한 환자 자신의 이야기를 여성의 관점에서 녹여냈다.

특히 그는 공공의료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소수자의 인권과 건강 문제에 집중했다. 북콘서트에서 병원 밖 사회에서 일했던 의료인의 다양한 일화를 소개한 배경이다.

한때 김 전 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활동했다. 그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화석이 돼서 남은 장면들이 있다"며 "2001년 설립된 인권위에서 설립준비기획단원과 인권연구담당관으로 일하던 시기였다"고 운을 뗐다.

의사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인권위에 몸을 담았다는 그는 "구금시설 재소자들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 (다녀오더라도) 차트를 설명해 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구치소 재소자 사망 사건을 꺼냈다. 김 전 원장은 "사망한 환자의 바이털 사인에는 기본적인 혈압뿐 아니라 호흡 수와, 체온 등이 예쁘게 적혀 있었던 게 의아했다"며 "원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뒤져보니 사본만 고친 위조문서였다"고 털어놨다. 이후 재소자들의 모든 차트가 자신에게 돌아왔다는 것.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 북콘서트에 참석해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메디치미디어



'의대 후배' 정은경, 선배 김선민에 축하 인사


이날 북콘서트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도 참석했다. 정 전 청장은 김 전 원장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년 후배다.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각각 질병청장과 심평원장으로서 위기를 극복해 온 스토리로 유명하다.

정 전 청장은 "개인 인생 이야기를 넘어 여성 의료인, 병원과 사회를 잇는 의료인, 한국 의료와 세계 의료를 잇는 의료인으로 삶을 채워가는 이야기가 폭 넘게 담겨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김 전 원장은 "인생 전체에서 지나온 인연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내가 걸어온 길을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책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교감을 주길 기대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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