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전년대비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올 해는 청룡의 해이다. 본시 용은 강한 변화를 몰고 온다 해서 ‘변동성’의 아이콘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용띠 해에 우리나라의 총선 뿐만 아니라 미국 등 70여개 국에서 선거가 있다. 그 결과 많은 변화와 혼란을 가져올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 변화의 와중에서도 경제만 독야청청(獨也靑靑) 흔들리지 않고 잘 풀려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 전에 세계 경제는 3%대 성장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작년에 어느 정도의 회복 조짐이 보였지만,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작년보다도 밑돌 것이라고 여러 국제 유력기관들이 예측한다. 유력기관이라 함은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그리고 UN이다. 안 좋은 조짐은 2024년 세계경제성장율 전망에 대해 2023년 10월에 IMF는 2.9%, 11월에 OECD는 2.7% 그리고 UN은 연초 벽두에 2.4%라고 발표하여, 2024년에 근접할수록 더 낮은 숫자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UN의 ‘2024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에서 제시된 2.4% 는 2023년의 세계경제성장율 2.7% 보다도 더 낮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이 2.4%에도 못 미칠 것이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중국 그리고 인도가 2.4% 보다 더 높은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2.4%로 전망하여 최근 우리 정부의 2.2% 보다는 조금이나마 밝게 보았다.
올해의 전망이 작년 실적보다 더 낮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금리, 고물가,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전쟁 및 갈등 고조 그리고 기후재난까지 논자마다 다양하게 제시할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은 ‘불확실한 방향으로의 변동성’이다. 변동과 변화는 확실히 있을 것이지만, 그것들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분명 내포되었기에 작년보다는 낮은 성장율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낮은 경제성장율 예측이 항상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낮지만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므로, 침체되거나 경제 규모가 감소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및 세계경제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2.4% 보다 더 높은 성장율을 기대했기에 그것이 잠시 우울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는 판매나 경영 실적의 평가에서 늘 ‘전년대비 몇 % 증 또는 감’을 중요한 지표로 쓴다.
우리나라 산업의 주축인 자동차와 반도체에서 ‘전년대비’ 명암이 갈린다. 국내에 있는 완성차 5개사의 2023년 실적은 전년(2022)대비 내수 판매 4.7% 그리고 수출은 8.9% 성장하여 총 799만 대를 판매하였다. 반면 반도체는 전년(2022)대비 2023년은 상당히 힘든 한해였다. 2023년 상반기에는 전년대비 실적이 최악이었다가 하반기 들어서 점차 개선되는 징후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2023년 실적은 전년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실적과 비교해서 더 나빠지고 있을 때, 그를 한탄하며 인용하여 쓰는 유명한 한시(漢詩) 구절이 있다.
작년의 가난은 가난도 아니었네 (去年貧 未是貧; 거년빈 미시빈)
금년의 가난이 진짜 가난일세 (今年貧 始是貧; 금년빈 시시빈)
작년에는 송곳 꽂을 땅이 없더니 (去年貧 無卓錐之地; 거년빈 무탁추지지))
금년에는 송곳마저 없네! (今年貧 錐亦無; 금년빈 추역무)
철저하게 가난해지는 상황을 아주 절절하게 표현하여 한 번 읽으면 누구나 공감하는 ‘가난의 엄습’이다. 가끔 이익단체나 협회에서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매년 전년대비 수익이 악화될 때 소속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이 시구를 인용하여 절절이 호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원래 이 시는 가난이나 물질적 풍요를 초탈한 9세기 한 선승(禪僧)의 오도송(悟道頌)이다. 여기서 가난(빈; 貧)은 깨달음의 깊이를, 송곳(추; 錐)은 ‘번뇌’를 나타내는 역설적 은유이다. ‘나는 끊임없이 수양하고 노력한 결과, 번뇌를 모두 없앴다’라는 깨달음의 희열을 노래한 것이지, 구차하게 경제적 가난을 호소하는 부정적인 표현은 아니다. 즉, 전년대비 번뇌가 없어져 ‘나는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음’을 노래하는 긍정적인 노래이다.
매년 경제상승율 그래프가 우상향으로 갈 수는 없다. 불확실성의 변화가 용이 뿜어내는 불길처럼 흩날려 다가오는 해에는 전년보다 좀 천천히 갈 수도 있다. 대신 전년대비 안전사고, 비효율, 품질비용 등을 크게 줄여 기업의 고질적 번뇌를 획기적으로 줄여가면 된다. 단, 멈춰 서지는 말아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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