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적으로 믿어” 신뢰의 金 vs “장면 하나하나 설명” 디테일 金[Leadership]
<font color=#3D46A8>‘서울의 봄’ 김성수</font>
시나리오 때론 감정 묘사없이
황정민·정우성에 믿고 맡겨
하나회 일당 내분하는 장면
카메라 앞에서 뛰어놀게 해
<font color=#3D46A8>‘노량’ 김한민</font>
본격촬영전 직접 ‘이순신 강의’
북치는 장면도 소통 끝 탄생
백병전 장군 시점 롱 테이크
허준호 “분·초까지 꿰고있어”

‘서울의 봄’이 한국영화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극장가에서 멱살 잡고 ‘극장의 봄’을 열었다면, 연말과 새해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 건 ‘노량: 죽음의 바다’였다. 두 영화를 이끈 김성수·김한민 두 감독은 결과물이 다른 것만큼 상이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사람과 카메라, 두 가지 영화의 중심 요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두고 두 감독의 리더십을 조명해봤다.
◇사람 - 용인술
김성수 : “훌륭한 분들과 함께해서 잘 나왔습니다. 나는 현장에서 인상만 쓰고 있었어요.”
김성수 감독은 배우를 믿고, 그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최고라 믿는 배우를 캐스팅해 집요하게 그들의 최고 연기를 끌어낸다로 요약된다. 그가 가진 신뢰의 리더십은 전두광(황정민)의 강렬함과 이태신(정우성)의 꼿꼿함, 그밖에 영화에 등장하는 68명에 달하는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개성을 입혀냈다. 이들은 실존 인물과 일대일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저마다 생생한 존재감을 뽐낸다.
황정민에게 전두광 역을 맡긴 건 강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이미 전작 ‘아수라’에서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던 김 감독은 “황정민처럼 색깔 있고 에너지 강한 배우는 그냥 믿으면 된다”며 “악보를 주고, 황정민이란 뛰어난 악기가 연주하는 걸 듣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마지막 전두광이 군사 반란에 성공하고, 홀로 화장실에서 웃는 장면은 배우를 믿고 맡겨서 대박이 터진 대표적 신이다. 시나리오상에는 디테일한 묘사 없이 전두광의 감정 상태에 대한 애매한 지문밖에 없었다. 황정민과 치열하게 난상토론을 벌였던 김 감독은 “‘악’이 탄생하는 순간”이란 힌트만 던지고, 결국 키를 황정민에게 던진 채 촬영을 시작했다. 황정민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며 “김 감독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우성을 전두광의 대척점인 이태신 역에 캐스팅한 것 역시 감독의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정우성을 청춘스타로 급부상하게끔 한 ‘비트’부터 이번 작품까지 둘은 5편의 작품을 함께 찍었다. 황정민의 경우 연기에서의 카리스마를 봤다면, 정우성에게선 그의 평상시 모습을 봤다. 김 감독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차분하고 큰소리치지 않는 리더를 전두광의 반대편에 세우고 싶었다”며 “자신이 지적당하지도 않고, 후배를 지적하지도 않는 사람,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는 사람인 정우성이 적격이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이태신이 자칫 너무 멋있게만 나올지 걱정했지만, 감독은 오히려 “평소 너처럼 하면 된다”고 독려했다. 정우성에게 유엔 친선대사 활동 당시 난민 이슈와 관련한 뉴스 인터뷰 영상을 연기에 참고하라고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우성은 ‘그냥 너처럼 하라’는 황당(?)한 감독의 주문에 막막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호연이란 결과물로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김한민 : “모두가 연기를 잘하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현장에서 제 얘기를 경청해줬습니다.”
‘노량’엔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처럼 경험 많고 연기력 출중한 베테랑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여기에 더해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특별 출연한 박용우를 비롯해 다수의 주연급 배우들이 조역을 자청했다. 저마다 ‘영화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김한민 감독의 지휘에 몸을 맡긴 건 감독의 진심이 담긴 설득 덕분이었다.
김윤석, 정재영, 허준호 등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구동성으로 감독의 ‘이순신 강의’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영화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루 종일 김 감독의 ‘일타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는 이순신 장군 역의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놓고 장면마다 왜 만들었는지, 그 장면이 왜 필요한지, 그래서 이순신의 ‘노량’에서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걸 들었다”며 “듣고 나서 나는 ‘그냥 당신의 계획대로 가자. 원하는 대로 표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처럼 김 감독의 시나리오에는 모든 장면이 다 계획과 의미가 있었어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이 북을 치는 장면 역시 감독의 설득력 있는 설명을 배우가 수긍한 결과물이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 김윤석 배우가 ‘내가 이거 끝까지 치면 되는 거지?’라고 물어봐서 ‘네, 맞습니다’라고 했다”며 “배우가 군말 없이 북을 잘 쳐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역을 맡은 정재영 역시 “감독님은 사석에선 유하지만, 현장에선 엄청난 디테일을 자랑한다”고 운을 뗀 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애정은 물론, 지식이 상당하다. 이순신 장군의 후손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의 느낌이 풍겼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효과적인 설득은 10년간 충무공에 매달린 그의 헌신적인 준비에서 비롯됐다. 김 감독은 ‘난중일기’ 등 국내 출간된 이순신에 관한 대표적인 서적을 두루 읽고, 관련 학회를 다니며 꾸준히 ‘이순신 공부’에 매진했다. 그가 ‘명량’을 찍기 전 ‘이순신 전도사’라고 불리는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과 만나 이순신 정신을 경청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김 감독은 ‘명량’을 찍을 때 김 전 재판관의 책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헌시’를 책상 앞에 붙여 놓을 정도였다.

◇카메라 - 연출력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사람만으로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이를 꿰는 연출이 필요한 법. 두 영화 모두 감독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회심의 장면이 있다.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이끄는 하나회 일당이 상황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내분 장면은 극의 몰입감을 높인 명장면이다. 김성수 감독은 안내상 등이 연기한 하나회 일당을 “탐욕스러운 늑대 무리”라고 표현하며 “성이 났던 늑대들이 갑자기 의기소침해지고, 다시 입맛을 다시는 장면, 그 상황을 종군기자가 목격하듯 생동감 있게 찍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여기서 발휘된 감독의 비법은 배우들을 신뢰하는 것이었다. 급변하는 12월 12일 그날 상황의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연극 무대처럼 가상의 벽을 세운 뒤,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뛰어놀게끔 했다. 김 감독은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리허설을 한 후, 이들에게 그 순간의 동작을 맡겼다”며 “수많은 인물이 휙휙 나오는데, 이들이 가만히 서 있으면 실제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거짓말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선 연기 잘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반드시 필요했다. 김 감독은 “인기와 상관없이 정말 연기 고수들로만 뽑고 싶었다”며 “뛰어난 배우들이 헌신해줘서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정민 배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가 얘기하면 선배들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각 캐릭터가 납득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장면의 밀도가 채워진 거죠.”

‘노량’에선 조선, 명나라, 왜 병사들의 비참한 백병전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듯 차례로 담다가 이순신 장군으로 넘어가는 롱 테이크 이후, 이순신의 시점에서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비추는 장면이 돋보인다. 이 장면 이후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한 이순신의 ‘북소리’로 이어지며 영화는 감동의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김윤석은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이순신 장군의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따라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 중 백병전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며 “일단 찍으며 그때 나오는 감정을 다 뱉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의 생각을 가늠하기 위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한민 감독은 매 장면, 매 순간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고, 배우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다. 명나라 부도독 등자룡 역을 맡은 허준호는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한 일들의 분초까지 이야기하며 꿰고 있었다”면서 “‘뭐 이런 사람이 있지’란 생각과 동시에 ‘이순신을 이렇게 연구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믿음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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