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채’입은 청룡, 복 물고 훨훨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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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조상들은 새해 아침이면 집 대문에 용이나 호랑이, 십장생 같은 상서로운 동물이나 신선들이 그려진 그림을 붙이곤 했다.
지난 3일 전시장에서 만난 정해진 진채연구소장은 "진채는 독특한 재료를 이해하고 적응해야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까다로운 기법이고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그리는 사람마다 다르다"면서도 "새해 힘찬 기운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소 일원들이 수개월 전부터 자신만의 청룡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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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00여명이 그린 상상화
15일까지 갤러리그림손서 열려
새해 아침 대문에 붙이던 그림
질병·액운 쫓고 건강·행운 기원
비단에 천연광물 안료로 채색
궁궐서 보던 전통 기법 되살려
오래전 조상들은 새해 아침이면 집 대문에 용이나 호랑이, 십장생 같은 상서로운 동물이나 신선들이 그려진 그림을 붙이곤 했다. 질병이나 액운을 쫓고, 건강과 행운을 바라는 뜻에서 그려진 이 그림을 ‘세화’(歲畵)라 한다. 궁궐에선 임금이 삼정승을 비롯한 신하들과 왕족에게 무병장수하란 의미에서 세화를 하사하느라 화공들은 연말마다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요즘 들어선 아파트 현관에 세화를 붙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무사태평을 바라며 세화를 그리고, 또 눈에 담는 세시풍속은 여전히 살아 있다. 서울 인사동 쌈지길 인근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는 ‘갑진, 진채!’엔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60년 만에 돌아온 청룡들이 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전시엔 전통 채색화 기법을 연구하는 진채연구소에서 활동하는 100여 명의 작가가 저마다 상상한 청룡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이 걸렸다. 사신수 중 하나로 우리가 아는 근엄하고 매끈한 용이 있는가 하면,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앳된 서양의 블루 드래곤이 보이는 등 각양각색의 청룡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그림들이 모두 전통 채색화 기법인 ‘진채’(眞彩)로 그려진 게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진채는 비단에 금박이나 석채 같은 천연 광물을 갈아 만든 안료를 입히는 채색 기법이다. 정교하면서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고려 시대 불화나 조선 시대 궁궐의 단청 등에서 볼 수 있다. 고대부터 활용된 전통 기법이지만 재료가 귀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데다, 현대에 들어선 수묵화에 밀리고 서양 화풍에 설 자리를 잃으며 맥이 끊기다시피 한 상태다.
이를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작가들이 모여 진채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 진채연구소다. 지난 3일 전시장에서 만난 정해진 진채연구소장은 “진채는 독특한 재료를 이해하고 적응해야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까다로운 기법이고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그리는 사람마다 다르다”면서도 “새해 힘찬 기운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소 일원들이 수개월 전부터 자신만의 청룡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전문 작가부터 잠시 놓았던 붓을 다시 쥔 미술 애호가까지 구성원이 다양해 작품 수준이 한결같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모두 값진 그림이다. 도록 판매 등 세화전으로 얻은 수익 일부가 강북삼성병원 중증환자와 화상으로 고통받는 다문화 가정 여성 가장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매년 띠별 동물을 소재로 세화를 그려온 게 올해로 8년이 됐다”면서 “앞으로 진채를 알리는 활동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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