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금리인하 기대감 급제동… “1~2월 비(非)빅테크 주목할 만”
새해 첫 2거래일 미국 뉴욕 증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증시 주도주인 매그니피센트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을 중심으로 이틀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1월 4일(현지 시간 1월 3일) 기준 S&P500, 나스닥 지수는 각각 지난해 12월 29일 대비 1.37%, 2.81%씩 내려앉았다. 진한 연말 랠리를 즐긴 뉴욕 증시가 새해 시작과 동시에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통상 뉴욕 증시는 새해 첫 5거래일이 한 해의 거시적 흐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1월 3일 "어젯밤(현지 시간 1월 2일)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 낙폭이 예상보다 컸다"면서 "오늘 밤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또다시 하락하면 1월 랠리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부사장은 "그간 증시를 떠받친 건 3월 기준금리가 조기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면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는 오늘 장이 빠진다는 건 당분간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를 지배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금리 추가로 올릴 수도"
축제 분위기였던 연말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지난해는 한마디로 '험난한 시작, 강력한 마무리'였다. 연초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굉장히 안 좋았는데, 인공지능(AI) 열풍이 지속되고 물가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장이 올라왔다. 12월 FOMC가 점도표에서 2024년 금리인하 쪽에 베팅한 것도 주효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과열'이다. 증시가 올라와도 평균 20일 정도만 과열권에 머무는데 연말엔 32일 동안 과열 상태였다. 어젯밤 증시가 하락한 게 그 불을 꺼뜨린 측면이 있다."
하방 압력이 더 커지면 향후 증시가 부진해지지 않나.
"1월 2일(현지 시간) 하락이 좀 깊긴 했다. 나스닥 지수 1.63% 하락(지난해 12월 29일 대비)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다만 어제까진 '건강한 조정'으로 볼 수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하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중국 수출이 막히는 등 명확한 하락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딛고 오늘 밤 반등하면 어제 하락은 하루짜리로 넘기면 된다. 문제는 하락세가 길어지는 경우다. 12월 FOMC 의사록이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1월 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는 연이은 하락이 현실화됐다. 전날에 이어 또다시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이날 공개된 12월 FOMC 의사록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해 올해 금리인하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그 시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까지 남겨 3월 금리인하 기대감에 급제동이 걸렸다.
S&P500 연간 전망치는 5000↑
"연간으로 봤을 땐 분명 긍정적이다. 최근 많은 IB가 S&P500 지수 전망치를 5000 이상으로 올려 잡았다(그래프 참조). 근거는 주당순이익(EPS)이다. S&P500 기업 평균 EPS 250에 주가수익비율(PER) 20을 곱하면 5000 정도가 나온다. 연간 기업 실적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면 살짝 깎일 순 있겠지만 거의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지표는 미국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9%다. 지금 GDP 성장률 4.9%가 나오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기업 실적이 받쳐주고 경기도 좋으니 올해 증시엔 단점이 거의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연간으론 괜찮은데 지금 상황은 안 좋다는 건가.
"맞다. 매그니피센트 7 위주로 주가가 빠져서 특히 그렇다. 지금까지 이들 빅테크가 증시를 이끌어왔고 투자자도 어느 정도 재미를 봤다. 그래서 언제든 팔려고 매도 버튼에 손을 올리고 있는 상태인데, 이렇게 장이 안 좋으면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증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빅테크 실적 자체는 어떻게 전망되나.
"1분기 평균 EPS 성장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IB 컨센서스에 따르면 애플 7%, 마이크로소프트 8%, 아마존 27%, 알파벳 20%, 엔비디아 66%, 메타 21%, 테슬라 27%다. 다만 이들 전망치는 이미 증시에 선반영돼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는 게 더 큰 타격이 된다."
비만치료제 가진 헬스케어주 주목
어쨌든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헬스케어 등 금리인하기에 성장 여력이 큰 섹터에 눈이 쏠리고 있다."금리가 인하되면 보통 헬스케어 쪽이 좋아지긴 한다. 약값 인하에 대한 정부 압박도 올해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미국 헬스케어 시장은 비만치료제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같은 비만치료제 기업만 주가에 날개를 달았고 이런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밖에는 바이오테크 기업이 금리인하기에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하며 좋아질 듯하다."
"화이자 주가는 백신 수요가 줄면서 거의 6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저점이 맞다. 다만 화이자도 최근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폰'을 만들고 있다. 중단했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올해 1분기 다시 나올 듯한데, 이것만 잘되면 주가가 오를 것이다."
1~2월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섹터는.
"지금 상황으론 '비(非)빅테크'다. 빅테크를 다 팔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락세를 보이는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하고 나머지 493개 종목에도 관심을 두면 어떨까 싶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도 헬스케어, 에너지, 금융, 소비재 섹터 종목은 주가가 올랐다. 가치주 쪽으로 눈을 돌려보길 권한다."
연말 랠리에서 비켜나 있던 투자자도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신규 진입 타이밍은 언제가 괜찮을까.
"안 그래도 오늘 그 부분을 좀 강조하고 싶었다(웃음). 서학개미는 지금 뉴욕 증시가 '다 올랐다'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7주 연속 주식을 팔고 있다. 그것도 장기 보유를 추천하고 싶은 매그니피센트 7 위주로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미국 기업 실적, 경기를 고려하면 S&P500은 최소 5000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 따라서 시점 상관없이 다시 주식을 담아 증시에 올라타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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