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 마주한 악순환, 이를 풀기 위한 세 가지 단추

기고=김종우 2024. 1. 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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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3. 김종우 창원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창원교육지원청 김종우 교육복지사. ⓒ초록우산

교육복지사인 필자는 최근 초록우산과 함께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보호자가 된 이른바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자주 접했다. 가족돌봄 일상을 사는 아이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게 되면서 복지사업을 바라보는 초점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어린 보호자들이 마주한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위한 첫 단추는 이들을 어떻게 찾아낼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필자는 가족돌봄 일상의 아이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사업 추진을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전체 사례의 10% 이상이 가족돌봄아동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육안전망 심층 지원 신청자만 해도 이 정도 비중이라면 실제로는 더 많은 아이들이 가족돌봄을 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나. 하지만 조손 가정이나 중증질병 또는 장애부모 가정의 아동이라는 것을 알아도 학생의 기본적인 상황 이외에는 가정사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적극적 발굴이 어려웠다. 개인정보를 존중하면서도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발굴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여기서 느끼게 됐다.

두 번째 단추는 가족돌봄 일상을 사는 아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지원이다. 우리가 아동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들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실제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것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갑자기 아버지가 신체 절단 사고를 당하고 신장 투석까지 받게 되면서 어머니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쳐 가족돌봄 일상을 살게 된 아동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아이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 치아 치료'였다. 어머니가 다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치아 치료 지원 뒤 아동의 어머니는 심신의 건강을 회복했고 가정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 사례는 필자에게 맹목적 도움보다는 아동이 정말 희망하는 지원이 가정에 좀 더 긍정적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교육 등을 통해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 겪는 학습 결손을 최소화해야 하겠다. 필자가 만난 가족돌봄 가정의 부모는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에서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해 학업을 보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돌봄 상황으로 인한 학업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돌봄 상황으로 인해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거나 조퇴하면서 벌어지는 진도를 아이 개인의 힘으로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코로나19 시기처럼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학업의 끈을 놓지 않도록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는 성장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할 시기가 있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제때 찾아 성장할 시기에 맞춰 지원하지 못한다면 학업과 진로를 위해 투자할 시간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난해 12월 경상남도의회에서 가족돌봄 상황의 아이들을 적시 발굴, 지원하지 못하면 빈곤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면서 '경상남도 가족 돌봄 청소년·청년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도 같은 범주의 노력이다.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아이들에게 다가가 가족돌봄이라는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지역사회와 주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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