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싼 곳에 병원 몰리고… 특목·자사고 진학률 3배

국토硏 "서울 고가주택 동네에 병원 70%·의사 2배 더 많아"
특목고·자사고 진학률 3배 차이…보건·교육환경 격차 뚜렷

서울의 한 의원 밀집 건물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기초구역별 평균 주택공시가격 지도(2021년 기준. 자료 국토연구원

서울에서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의 보건환경은 물론 교육환경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가주택이 몰린 지역은 인구 대비 병원 수는 물론 의사 수도 현저히 많았고,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자사고 진학률은 저가주택 군집지 대비 3배 높았다.

8일 국토연구원의 '도시 내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 간 거주환경 격차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값 격차는 보건복지와 교육 환경에서 가장 뚜렷했고 공공도서관·체육시설 보유 현황에서도 차이가 컸다.

이번 조사는 서울 내에서 고가주택 군집지역으로 455개 기초구역, 저가주택 군집지역으로 1025개 기초구역을 분류해 교통·생활·보건복지·교육·문화체육 등 거주환경 수준을 비교한 결과다. 고가주택 군집지역 평균 주택 공시가격은 약 13억원, 저가주택은 약 2억원 수준이다.

조사 결과 병원 수는 고가주택 군집지역이 2547개, 저가주택은 2521개로 고가주택 지역이 조금 더 많은 데 그쳤지만, 인구 1만명당 병의원 수의 경우 고가주택 군집지는 25.5개, 저가주택 군집지는 14.9개로 고가주택 지역이 70%나 많았다.

인구 1만명당 의사 수 차이도 극명했다. 고가주택 군집지는 50.9명, 저가주택 군집지는 22.2명으로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다만 저가주택 군집지에 인구 대비 응급실 수가 더 많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까지의 거리가 짧았다.

인구 1만명당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 격차도 컸다. 고가주택 군집지 내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은 18.2%로 저가주택 군집지(6.0%)에 비해 3배 높았다. 고가·저가주택이 섞여 있는 비군집지 진학률은 9.2%였다.

인구 10만명 당 공공도서관 수는 고가주택 군집지가 2.3개, 저가주택은 1.7개였고, 체육시설은 고가주택 8.1개, 저가주택 5.4개였다.

이에 연구진은 저가주택 군집지를 공공병원, 의료원 설치 우선 지역으로 지정해 병의원과 의사 수 격차를 줄이는 정책으로 지역 간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의 경우 저가주택 군집지 중학교 내 성적 향상 등의 의지가 있는 학생들에 적합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자사고 및 특목고 진학률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저가주택 군집지는 고가주택보다 인구 대비 지하철역 수와 정차 버스노선 수가 적어 교통환경 역시 격차 해소가 필요한 부문으로 지적되며 형평을 고려한 교통 정책 수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