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언력은 4~5위였다"…오히려 고충이었던 'CY 듀오'의 존재, ML 문화 충격 받은 '귀신포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슈어저와 벌랜더가 너무 위대해서…"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 등 현지 복수 언론은 7일(한국시각) TBS 라디오 뉴욕 메츠 센가 코다이가 'SPORTS BULL presents 이시바시 타카아키의 GATE7' 출연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센가는 일본을 대표하는 '육성선수'의 신화 그 자체다. 센가는 지난 2010년 육성선수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12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당시 센가는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9.64으로 매우 부진했는데, 이듬해부터 제대로 눈을 떴다. 센가는 총 51경기에 나서 1승 4패 1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0로 활약, 본격 주전으로 거듭났다.
데뷔 초에는 주로 불펜 투수로 뛰었던 센가는 2016시즌부터 선발로 보직을 전환,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 그해 25경기(3완투)에서 169이닝을 소화하며 12승 3패 평균자책점 2.61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이후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는 등 소프트뱅크의 '에이스'로 군림해 왔다.
센가가 일본의 '육성 신화'로 불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육성선수 출신 최초로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것을 비롯해 노히트노런을 달성,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등 각종 기록을 모조리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224경기에 출전해 87승 44패 2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9의 성적은 역대 일본프로야구 육성선수 출신으로는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센가는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해왔다. 하지만 매번 소프트뱅크의 허락을 받지 못해 빅리그 진출이 좌절돼 왔다. 하지만 센가는 국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소프트뱅크와 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옵트아웃' 조항을 내걸었고, 2022시즌 11승 6패 평균자책점 1.94로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센가는 '유령포크'로 불리는 엄청난 낙차를 그리는 포크볼을 '위닝샷'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제구에서 불안한 면이 있었던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메츠가 5년 7500만 달러(약 987억원)의 적지 않은 계약을 제시했고, 마침내 센가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크게 기대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빅리그에서 센가의 활약은 엄청났다.
센가는 데뷔 첫 등판이었던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5⅓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첫 승을 신고했는데, 당시 엄청난 낙폭을 그리는 포크볼을 선보이며 현지 언론들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4월에만 5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4.15를 마크, 5월에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2.79, 6월에는 1승 2패 평균자책점 3.71의 성적을 거두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7월에는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93으로 압권의 활약을 펼치기도.
메츠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저스틴 벌랜더를 영입하면서 맥스 슈어저와 함께 '사이영상' 원·투 펀치를 구성하는 등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마감되는 시점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슈어저를 비롯해 벌랜더를 모두 트레이드로 떠나보내는 등 팀 연봉 총액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시 메츠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었지만, 센가는 흔들리지 않았다.
센가는 8월에도 5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고, 9월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활약하는 등 올해 29경기에서 166⅓이닝을 소화하며 202탈삼진,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8의 성적을 남겼다. 그 결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7위, 신인왕 투표에서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빅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센가는 7일 일본 'TBS' 라디오의 'SPORTS BULL presents 이시바시 타카아키의 GATE7'에 출연해 빅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소감을 밝혔는데,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들쭉날쭉한 선발 로테이션을 꼽았다. 일본에서는 6일 휴식 로테이션이 일반적인 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 등판이 고르지 않았다.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센가는 "개막 직후 내 선발 순번은 세 번째였지만, 발언력을 고려하면 4~5번째였다"며 "윗사람들이 등판을 희망하면, 내 등판 일정이 어긋나는 경우도 많았다. 6일 휴식 등판이 될 때도 있고, 4일 휴식과 5일 휴식이 되는 등 전반기에는 계속 불규칙했다"고 운을 뗐다.
이유는 슈어저-벌랜더로 이어지는 사이영상 듀오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센가는 "슈어저와 벌랜더가 너무 위대해서, 두 명이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감에 앞서 슈어저와 벌랜더가 모두 팀을 떠나게 되면서 센가의 발언에는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팀 내 4~5위에서 1위로 우뚝 섰다.
센가는 "(트레이드 이후) 선발 로테이션의 우선 순위는 내가 가장 위였다. 언제 던지는지 알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며 "미국은 4일 휴식 선발 등판을 한 뒤 피로도가 생기면 5일 휴식으로 가는 등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이 문화다. 나는 그런걸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는데, 메이저리그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문화더라"고 말했다.
끝으로 센가는 '개막전부터 던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팀적으로는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오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오프시즌 반드시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츠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영입전에서 패한데 이어 이마나가 쇼타의 쟁탈전에서도 발을 빼는 등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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