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2016년과 2021년에 무슨 일이?…은행 말은 달랐다

이대건 2024. 1. 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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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홍콩 H지수 '폭락'…이때 몰렸다

부동산 PF 부실과 함께 금융 시장의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홍콩 H지수. 이 지수의 시계를 9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바로 2015년 5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우량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가 14,801.94를 찍은 시기다. 확실한 고점이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6년 1월, 홍콩H지수는 무려 50%나 폭락한다. 반토막이다. 단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원금 손실을 의미하는 녹인 구간 진입의 날벼락을 맞게 된다. 이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정말 손 쓸 틈이 없었다. 중도 해지하면 투자금의 절반을 손해를 봐야 했으니 일단 쥐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그냥 버터야 했다.

이러다 두 달 뒤 또 분위기가 바뀐다. ('미운 오리' 홍콩 H지수 ELS, 지금은 '백조'…품귀 현상까지 / MTN). 2016년 3월, 한 경제방송 기사 제목이 이랬다. 보도에 이런 내용도 나온다.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불안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ELS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때도 홍콩H지수 ELS 하면 KB국민은행이었다. 지수가 급락했던 1월 초 판매량이 4,000억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단 25일 만에 8,000억 원대로 두 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당시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방송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초(2016년)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3월 들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증시도 점차 회복되면서 ELS를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ELS 손실의 상징은 홍콩H지수였다. '14,000선 돌파라는 고점을 찍고 8개월 만에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2016년 초 홍콩H지수 ELS를 판매했던 은행들의 주된 논리는 이거였다. 그 결과는 ELS 판매량 두 배 증가로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ELS 총량 규제를 해야 할 정도였다.

2021년 홍콩 H지수 '폭등'…이때도 몰렸다

그리고 2021년 2월. 홍콩H지수는 12,228.63이란 또 다른 고점을 기록한다. 2018년 1월에 있었던 이전 고점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다시 한번 고점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그해 말 지수가 8,000대까지 떨어지더니 이듬해인 2021년 10월에는 5,000선으로 폭락했다.

2021년 초 지수 고점일 때 은행에선 어떤 말을 했을까?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이건 문제없는 거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라. 중국이 어떤 데냐. 처음에 설명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은 전혀 한 게 없습니다. 제일 먼저 원상 복구해줘야 하고요, 또 하나 이자도 당연히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ELS 가입자 / 지난 2일 YTN 인터뷰) 현재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중국이라는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면 손실 볼일이 없다는 은행 직원의 권유가 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2021년 홍콩H지수 고점 때도 ELS 하면 KB국민은행이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발행 잔액은 모두 20조 5,000억 원. 이 가운데 은행 판매분이 15조 8,860억 원으로 전체의 77%에 이른다. 은행 판매분 가운데 8조 3,000억 원가량이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KB국민은행이 4조 7,447억 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자료: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

'바닥론'·'폭망 불가론'…그때그때 달랐던 은행

홍콩H지수는 세 번의 고점을 기록했다. 2015년 5월과 2018년 1월, 그리고 2021년 1월. 3년 간격으로 '폭등 이후 폭락'을 거듭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들의 투자 권유 행태는 매우 달랐다.

2016년 초 '바닥론'으로, 2021년 초에는 '폭망 불가론'으로 투자자를 적극 끌어모았다. 정기예금 금리가 1% 수준이었으니 3% 수익 보장이란 건 충분히 혹할 만한 권유였다. 2021년 초 때는 홍콩H지수가 높아야 투자 자체가 안전하다고 설득하기 쉬웠을 것이다. ELS 판매 시점에 지수가 낮으면 투자자 입장에선 상품이 안전하다고 느낄 가능성은 작다. 실제 은행 창구에선 현재 지수 상황만으로 투자하라고 권유하거나 설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상품은 현재보단 3년 뒤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불완전판매 여부가 핵심이다. 은행 차원에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불완전 판매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는 확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다만 손실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최근 시작된 금융감독원의 실태 조사에 이어 현장 조사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은행 차원의 조직적인 투자 권유는 아니더라도 판매량을 늘리라는 독려로 은행 창구에서 투자자에게 불충분한 설명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전 펀드 사태처럼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놓고 긴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일반 투자자에겐 너무도 고단하고 아주 긴 과정이 다가오고 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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