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침체 예측했던 美학자들 '자성'…"기존모형 따른 게 실수"

이지헌 2024. 1. 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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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없이는 물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자신들의 기존 시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일부 학자는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 경제모형을 기계적으로 대입해 경제를 전망한 것이 실수였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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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 총회 종료…작년 행사 땐 "침체없이 물가 못잡아" 진단
"애초 인플레 원인 몰랐다" 반성…美 경제 연착륙 가능성엔 동조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항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없이는 물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자신들의 기존 시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일부 학자는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 경제모형을 기계적으로 대입해 경제를 전망한 것이 실수였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미 경제매체 보도에 따르면 5∼7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미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 상황 및 전망을 두고 이처럼 진단했다.

참석 학자들은 2023년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함에 따라 자신들의 기존 경제전망이 잘못됐음을 시인해야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다수 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려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작년 11월 기준 전년 대비 2.6% 올라 연준의 2% 물가상승률 목표에 멀지 않은 수준으로 둔화한 바 있다.

미시건대의 제임스 하인즈 교수는 "우리는 애초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둔화한 것에도 놀라지 말아야 할 것 같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참석 학자들은 향후 전망에 여전히 신중해 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고 연준의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40세 미만 젊은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에미 나카무라 교수는 "(인플레이션) 전환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측에 겸손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 상점가에 늘어선 대기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월가 전문가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함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각에 대체로 동조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면 "금리도 더 낮아질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3∼4%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테일러 교수는 중앙은행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유명한 '테일러 준칙'을 만든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2022년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늦게 대응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기존 경제모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준 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팬데믹 직후 상황에서 기존 경제 데이터를 토대로 한 컴퓨터 경제모형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판단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했던 공급망 충격이 영구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영구적인 게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애벌리 교수는 말했다.

그는 "경제의 공급측면이 기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하지 않고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착륙 시나리오의 가장 희망적인 부분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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