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차입 절실한 대부업계…정작 은행은 '미지근'

유진아 2024. 1. 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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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잔액 반년 새 1.3조↓…이용자·대부업체도 '뚝'
시중은행 부정적 시선에 정부 정책 효과도 '미지수'

대부업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로 조달 금리가 상승했지만,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부업체들이 잇달아 대출 문턱을 높인 탓이다. 

금융당국은 업황 악화에 직면한 대부업자 숨통이 트이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다. 우수 대부업체에 은행 차입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업계에선 이 같은 제도 개선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에 차입을 강제할 수 없어 은행들이 대부업체에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 절벽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부업체 대출잔액 이용자수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빌려줄 여력이 없다…대출 문 잠그는 대부업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921억원으로 전년 말(15조8678억원)에 비해 1조2757억원(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이용자도 14만1000명(14.3%) 감소한 8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대부중개업자를 포함한 등록 대부업자 수도 47곳 줄어든 8771개에 그쳤다. 

금융시장에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대부업체들도 자금을 조달할 때 높은 금리를 적용해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법정 최고 금리(연 20%) 수준으로 영업했음에도 조달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신규 대출을 내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황에 직면했다. 대부업계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이유다.

이에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보다 회수 가능성이 높은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6월 등록 대부업체 대출잔액(14조5921억원) 중 신용대출은 41.2%(6조171억원), 담보대출은 58.8%(8조5750억원)을 차지했다. 다만 담보대출 마저도 전년 말(8조9048억원)보다 3298억원 감소한 숫자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기 악화로 은행권마저 연체율이 악화하고 있는데, 지갑 사정이 더 안 좋은 대부업 차주들은 훨씬 심각하다"며 "저축은행, 캐피탈사의 조달 비용 금리만 1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금 회수도 되지 않아 신규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체들의 연체율(원리금 연체 30일 이상)은 10.9%로 2022년 말보다 3.6%포인트 올랐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서민금융 취급 실적이 높은 '우수대부업자'로 19개 사를 선정, 이들이 저신용층 신용공급 노력을 지속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 제도'는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대부업자들을 대상으로 은행 차입 등을 허용해 서민금융 공급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저신용자 신용대출액 잔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70% 이상인 경우 선정된다. 통상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캐피탈 업체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권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다.

우수대부업자 차입?…은행들 '가우뚱'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내놨지만 저신용자 대출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에 차입을 강제할 수 없어 조달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실제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 차입금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만에 1680억원이 차입됐다. 하지만 2022년 122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 추정치는 1072억원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차입 규모도 감소했다. 우수 대부업자가 지난해 6월말 까지 5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336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총차입금은 672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2년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조달한 720억원보다 48억원 적다. 2021년에는 5대 시중은행이 총 1415억원을 우수 대부업자에 빌려줬다.

금융당국의 우수대부업 제도개선 작업 이후 우수 대부업체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계획한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뿐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우수 대부업체에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해, 저신용자 서민들이 현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수대부업체 추가 지원에 대해서 논의되는 것은 없다"며 "실질적으로 우수 대부업체 저금리 지원이 저신용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수 대부업체에 차입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부업자를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것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계에선 법정 최고금리가 2021년 이후 20%로 내려갔고 조달금리는 큰 폭으로 올라가면서 은행 차입 활성화가 절실하다. 대출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하는 만큼 조달비용 부담을 최소화해야 다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현재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는 10%대인데 은행 차입을 통해 5~6% 수준으로 낮아져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부업계 설명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에 대한 1금융권의 지원은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 금융의 연장선"이라며 "상생 금융 재원으로 우수 대부업자 차입을 확대하면 저신용자 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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