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철학자 손웅정 “아이는 소유물이 아닌 인격체다”

김창금 기자 2024. 1.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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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새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한겨레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검색하지 말고 사색하라"는 통찰을 준 데 이어 1년 만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최근 국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하라"며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축구를 가르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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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국내 언론 인터뷰서 교육·사회관 밝혀
지난해엔 “검색 말고 사색하라” 명언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 김창금 선임기자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새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한겨레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검색하지 말고 사색하라”는 통찰을 준 데 이어 1년 만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최근 국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하라”며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라고 말했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다. 질베르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번역한 진형준 교수는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가장 미성숙한 채 태어나지만, 그 잠재적 가능태 때문에 성자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철학자들은 우리의 욕망조차 자신의 것이 아니라 본 대로 남의 욕망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손웅정 감독의 말이 문학비평가나 철학자 등의 사고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생 축구 한길만을 팠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손웅정 감독이 사회 현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늘 ‘손흥민의 아버지’로 불리는 등 관형어 손흥민의 수식을 받는 2차적 존재로 가려져 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경험한 일들을 진솔하게 얘기할 때, 그의 말은 문학이 되고 철학이 된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그의 책을 보면, 손흥민을 훈육할 때도 상호성을 중시했다. 뙤약볕에서 뛰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없었다. 함께 뛰며 고생하면서 손흥민의 마음을 잡았고, 이런 애정과 헌신을 알기에 손흥민과 형 손흥윤은 운동장을 4시간 동안 돌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양발로 리프팅을 했다.

올해 인터뷰에서는 한국 사회의 취약한 부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치원에도 의대반이 생길 정도로 의대 선호 현상이 극심한 현상에 대해, “미친…”이라고 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아이의 재능은 ‘개 무시’하고 당장의 성적에만 목매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애들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축구를 가르치지 않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고, 목표에 끼워 맞추지 않는 그 교육 과정 속에서 손흥민은 어느새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가정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손 감독은 “성서를 보면 ‘아이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자식을 체벌한다. 아이에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축구 철학자 손웅정 감독의 말에는 스포츠를 뛰어넘는 안목이 있다. 새해 벽두에 들려온 그의 말을 여러 번 새겨보는 이유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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