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주요 판매사, 고위험상품 관리체계상 문제점”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강진 2024. 1. 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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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위험상품 관리체계상 전반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12곳을 조사한 결과 주요 은행들이 판매 한도를 지키지 않거나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 고위험상품 판매 실적을 과도하게 반영해 적극적인 영업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은행 직원을 통해 고위험상품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홍콩H지수 ELS 잔액의 30%가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판매됐다. 금감원은 8일부터 금융사 현장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관련 위법사항 파악에 나선다.
금융감독원. 뉴시스
◆일부 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실적 직원 KPI에 과도하게 반영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과 7개 증권사(한투·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주요 ELS 판매사의 홍콩H지수 판매 사례를 조사한 결과 고위험상품 관리체계상 전반적인 문제점들이 파악됐다고 7일 밝혔다. 일부 판매사는 자체적으로 정한 ELS 판매한도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홍콩H지수 ELS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변동성이 30% 이상인 고위험상품에 대해 총량규제 한도 50% 내에서 판매하고 변동성 위험 증가 시 한도를 감축하는 자체 내부 규정을 마련했으나 2020년 말 국내외 자본시장 호황기가 도래하자 오히려 판매한도를 80% 수준으로 증액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직원 KPI를 과도하게 반영해 영업을 부추긴 정황도 조사됐다. 고위험상품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KPI 비중이 전체의 30~40%에 달해 직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창구에서 적극적인 영업이 필수가 됐다. 그 과정에서 은행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65세 이상 고령층들은 ELS 상품 가입의 타깃이 됐다. ELS 상품은 6개월마다 조기상환을 할 수 있는데 직원 KPI에는 수익률까지 반영됐기 때문에 고객의 중도해지를 만류하는 행태가 있었던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일정 수준(손실 발생 구간)을 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데 지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제때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일부 판매사들은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고위험상품 관련 계약 서류조차 보관하지 않고 있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계약 관련 서류를 10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전체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중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의 비중이 30.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은행, 증권사를 합쳐 8만6000개 계좌가 파악됐고 잔액은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의 경우 전체 홍콩H지수 ELS의 94.3%가 창구에서 판매됐다. 증권사의 경우에는 온라인 판매 비중(87.0%)이 높았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경험이 없는 최초 투자자 비중은 계좌 수 기준 8.6%에 불과했다. 재투자자 비중이 91.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투자자의 자기책임하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8일부터 ELS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2개 판매사에 대한 순차적인 현장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까지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서면으로 조사가 실시됐는데 이달부터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위법사항을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점에서 ELS 상품을 어떻게 판매했고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을 현장검사에서 세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4일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사모펀드 사태 등을 겪은 판매사들이 경험만을 우선시해 면피성, 형식적 절차만 중시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경우에는 책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엄중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부터 홍콩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고객 민원과 법적 분쟁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기준 1만2229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5769포인트까지 내려가면서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 3년 만기인 홍콩H지수 ELS 상품판매가 2021년에 집중되면서 올해 전체 잔액의 79.6%,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예정됐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절반 이상(52.7%) 만기가 돌아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구성한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분쟁조정을 지원한다. 관련법상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인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이번 현장검사에서 분쟁민원 사실관계 파악 등을 위한 민원조사를 함께 실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를 통해 가능하면 신속하게 불완전판매 등 판매행위 과정에서 불법사항을 정리해서 배상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생각”이라며 “판매사에서 자율배상을 할 수도 있고 분쟁조정신청으로 배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5대銀 기업대출 1년 새 63조원 늘어…은행 기업대출 확대 노력 등 영향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이 1년 새 63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 노력을 강화한 가운데 회사채 금리 상승 등으로 채권시장 대신 은행을 찾는 수요가 많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1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703조6747억원)보다 63조6392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대기업대출 잔액(136조4284억원)은 1년 새 30조9675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630조8855억원)은 같은 기간 32조6718억원 불어났다. 개인사업자대출만 따로 분류해보면 지난해 말 319조49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4025억원 늘었다. 
사진=뉴시스
5대 은행 가계대출의 경우 연간 기준으로 2022년과 비교해 소폭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92조4094억원으로, 전년보다 1241억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힘을 쏟은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 선호가 이어진 점도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업대출은 기업들이 은행채 발행규모 확대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 대신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업대출 규모 확대에 따라 건전성 관련 우려도 제기되면서 올해에는 대출 성장뿐만 아니라 건전성 관리가 은행권의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10월 말 0.48%로, 전년 동월(0.26%)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9%,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1년 전보다 각각 0.12%포인트, 0.25%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들어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1조3198억원에 달했던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 폭(전월 대비)은 10월 8조1487억원, 11월 7조2767억원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업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로는 1조6109억원 감소했다.

◆정부 “‘세컨드 홈’ 정책 최대한 폭넓게 추진”…특례지역에 어디 포함될까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추가 주택에 대해 1주택자특례를 부여하는 ‘세컨드 홈’ 정책을 수도권과 광역시 일부를 제외하고 최대한 폭넓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개 기초자치단체 중 일부를 제외한 80곳 이상이 특례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등과의 의견 조율을 거쳐 1주택 특례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적용 지역 선정의 최대 이슈는 수도권과 광역시 지역이다. 89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에는 경기(가평군·연천군), 인천(강화군·옹진군), 부산(동구·서구·영도구), 대구(남구·서구) 등지도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에 관해서는 기초단체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기 가능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선별적으로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뉴시스
예를 들어 최전방 접경지역인 경기 연천군·인천 강화군, ‘서해5도’를 아우르는 인천 옹진군에 ‘투기’를 우려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앞서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연천·강화·옹진군 주택을 포함한 2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상 1주택 혜택을 받도록 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경기 가평군이나, 부산·대구의 일부 인구감소지역을 놓고 집중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인구감소지역 외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추가로 취득하더라도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세컨드홈’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의 추가 주택에 대해선 1주택으로 간주하고 재산세와 종부세, 양도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적용가액이나 적용 지역 등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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