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⑤"개폐식 지붕, 바람·햇빛을 축사로"

형민우 2024. 1.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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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대신 꽃·나무·전원주택…우렁찬 젖소 울음소리에 축사 실감
보성 송정농장, 발효 거친 퇴비는 이웃 농가에…"누구라도 와서 구경"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보성 송정농장 (보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보성군 율어면에서 젖소를 키우는 이용만(72)·곽금님(66) 부부. 부부가 운영하는 송정농장은 개폐형 지붕을 사용해 빛과 바람을 한껏 들이고, 축분은 퇴비로 활용해 친환경 축산농장으로 거듭났다. 2023.1.8 minu21@yna.co.kr

(보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축사나 목장에 누구라도 와서 구경할 수 있으면 좋을 것아 관리에 신경을 쓰고 나무와 꽃을 심었습니다"

전남 보성군 율어면에서 젖소를 키우는 이용만(72)·곽금님(66) 부부의 송정농장은 동화 속 풍경처럼 노란 전원주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무와 꽃이 심어진 화단을 지나 농장에 들어서면 15년 전 부부가 공들여 지은 2층짜리 전원주택이 있고 바로 옆 축사동을 만날 수 있다.

송정농장은 1천194㎡ 규모로 젖소 72두를 사육하고 있다.

적정 사육 규모는 80두지만, 이씨 부부는 72∼75두를 유지하면서 가축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송정농장 전경 [촬영 형민우]

길가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축사가 가까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우렁찬 젖소 울음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목장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축사 옆에 난 도랑에는 뒷산에서부터 흘러내린 맑은 물이 찰랑거렸다.

농장 주변에는 봄이면 철쭉·백련초가 꽃망울을 올리고, 여름에는 장미가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수를 놓는다.

평화로운 시골 목장 풍경에 이끌린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들어와 사진도 곧잘 찍곤 한다.

이씨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30여년 전. 깔끔하고 부지런한 부부는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농장 일을 하며 주변을 아름답게 가꿨다.

15년 전 축사를 만들 때 가족들이 생활할 집도 축사 바로 옆에 함께 지었다.

축사라고 하면 악취가 날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고, 위생적으로 관리하면 얼마든지 공생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젖소를 돌봐야 한다는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방안에서 젖소 살피는 이용만씨 [촬영 형민우]

이씨는 새벽에 일어나면 방문 창을 열어 젖소들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특히 출산이 임박한 젖소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살뜰하게 돌본다.

젖소를 위한 배려는 쾌적한 우사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씨 부부는 큰돈을 들여 축사 지붕을 개폐식으로 만들었다.

우사에서 착유실까지 우사 전체에 바람과 햇빛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러운 조건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우사 내부에는 젖소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운동장을 만들었다.

컴퓨터로 제어하는 자동공급기도 도입해 체계적으로 사료를 먹이고 있다.

축사를 기피 시설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악취 저감을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우사 옆에는 발효 중인 퇴비가 쌓여 있었는데 악취를 맡을 수 없었다.

보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유산균 등을 넣어 개발한 환경개선제를 뿌려 악취를 줄일 수 있었다고 이씨는 귀띔했다.

개폐식 우사와 자동급식기 [촬영 형민우]

발효를 거친 퇴비는 이웃 농가에 운반비만 받고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

이씨 부부의 목장은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06년 농협중앙회의 전국 최우수 깨끗한 목장에 선정됐다.

이듬해인 2007년에도 농림축산부가 선정한 깨끗한 축산농장에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으로부터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지정됐다.

깨끗한 목장에서 지내는 젖소에서 이씨는 매일 2차례 착유를 해 하루 1t 가량을 낙농조합에 납품한다.

농장 주인의 정성에 우유의 맛도 여느 제품에 비해 고소하고 풍미가 있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씨 부부는 남은 우유로 요거트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눔도 하고 있다.

'우유 맛이 좋다'는 취재진의 말에 이씨는 "우유 맛이야 다른 농장과 다를 것이 있겠냐? 다만, 위생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한 뿐이다"며 말을 아꼈다.

젖소 돌보는 이용만씨 [촬영 형민우]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하루에 2번 착유하고 축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이씨 부부는 묵묵하게 35년을 일해왔다.

이씨는 "하루도 쉴 수 없었지만, 농기계나 시설을 마련하는데 수억원을 투입해 그만 둘 수 없었다"며 "다행히 아들 3형제 중 장남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 5년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농장을 그만두더라도 누구라도 와서 보고 싶어 하는 농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힘은 들어도 젖소들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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