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일관계 전망: 선거변수를 뛰어넘어 글로벌 협력으로 [진창수의 일본읽기]
"피부로 느끼는 한일관계 개선 필요…한미일 협력 제도화해야"
(서울=뉴스1)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올해는 세계 각국의 선거가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3월 러시아 대통령선거, 4월 한국 국회의원선거, 그리고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일본도 정치자금 위반문제로 기시다 정권이 혼란에 빠지면서 선거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일련의 각국 선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정치의 변화를 넘어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재등장하면 국제관계의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일관계 또한 각국 선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기시다 총리의 향방이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시다 총리는 거듭된 정책 실패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쌓은 기시다 총리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기시다의 정치 상황은 매우 어렵다. 기시다 총리가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시다의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선거도 하지 못하고 사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설사 선거를 감행한다고 하더라도 기시다가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결과 '포스트 기시다'가 등장하면 기시다만큼 한일관계에 열의를 가질지는 회의적이다. 그리고 일본의 분위기도 한국인의 바람과 달리 아베의 유언대로 '사죄와 반성'은 없다는 입장이 더욱 더 강해질 수 있다. 일본의 변화에 한국이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점에서 일본정치의 향방은 한일관계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4월 한국 총선의 결과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의석은 확보해야 한다. 대일정책의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벗어나 최소한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정치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한일관계의 개선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는 변하지 않겠지만, 정부내 분위기는 소극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야당을 의식하는 분위기로 인해 레임덕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사 문제의 쟁점이 산재한 상태에서 윤정부가 야당의 여론몰이 공세를 막아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하에서는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일관계는 다시 정체 국면을 맞으면서 관리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4월 총선거의 결과는 한일관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셋째, 미국 대선의 향방은 국제관계 뿐만 아니라 한미일 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한다면 현재의 한미일 협력은 더욱더 힘을 받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등장할 상황에서는 불투명한 점이 많다. 트럼프의 주장대로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재조정 정책과는 달리 미국의 대외정책은 고립주의 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우크라이나 지원의 중단, 동맹국에게 부담 증가 등을 추진하면 미국의 정책 변화로 국제관계는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동북아에서도 북한의 공세와 중국의 대만 개입 등으로 안보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한미일 협력은 어떤 상황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트럼프 시대에도 한미일 협력이 강조된 것을 고려하면 한미일 협력은 어떤 형태로든지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일 양국에게 부담이 증가하면서 미국이 자신의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한일 양국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각국의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밝지만은 않다. 올 한해는 선거 결과로 인한 한일관계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일 양국은 가치를 함께 하는 협력파트너로서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일관계를 우호적인 관계로 정착시키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작년이 한일관계의 물꼬를 트는 한해였다면 올해는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한일관계를 정착시키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일관계 60주년이 되는 2025년을 향해 업그레이드된 한일관계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피부로 느끼는 한일관계의 개선을 해야 한다. 특히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대학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유럽의 에라스무스 계획과 같은 교류가 진전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둘 때 한일관계의 기반은 더욱더 단단해 질 수 있다. 국민이 한일관계 개선의 혜택을 누릴 때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둘째, 한미일 협력은 더욱더 제도화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중갈등을 관리하면서 국가생존을 모색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전환점으로 한미일 협력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매개로 한 실질적인 협력안보체제로 발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 한미일 협력은 동북아 및 인태지역의 전략적 구심점으로 거듭나는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관계의 변화 속에서 한일 양국이 소극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고, 국제질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셋째, 한일 양국은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더욱더 많은 협력을 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은 서로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디지털협력, 에너지협력, 그리고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지원과 개발협력 등을 들 수 있다. 한일 양국의 협력에서 나아가 국제문제의 협력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한일이 앞장서야 한다. 이제 한일 양국은 양국관계에서 벗어나 국제관계라는 넓은 시야에서 서로의 국익을 증진시키는 협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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