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살얼음판…부동산PF 연착륙 '관건'[신년특집-韓경제 향방은③]
정부 "부동산PF, 85조 유동성 공급…필요시 확대"
"수출 낙수효과 충분치 않아…내수 회복 안갯속"
"건설업 부담 완화 위한 세제·재정 지원책 필요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와 수출이 지난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내수 침체로 경기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내수의 큰 축인 건설 경기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올 한해 연착륙할지가 경기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소비 침체와 건설경기 하락에 대응해 내수 활성화 및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한 세제·재정 정책을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았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국민의 소비 여력이 줄고, 부채 부담 커지면서 민생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상반기에는 3%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 체감경기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방향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부담, 부문별 회복 속도의 차이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온기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 중 내수와 건설투자 부진, 그리고 3%대 물가가 이어지며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중심한 수출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수 경제로의 낙수효과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를 전년과 동일한 1.8% 성장할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보다 1.0% 감소한 2.6%로 예측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내수와 투자가 위축됐는데, 특히 새로운 뇌관으로 부동산 PF가 부상했다. 최근 시공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우발채무의 여파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위기에 불을 붙였다.
최상목 부총리는 잠재위험 관리 우선 과제로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시장안정 조치와 사업장별 맞춤형 정상화 및 재구조화 지원을 통해 질서있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근본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건설수주와 착공이 부진하고, 자금의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부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건설사가 도산하면 PF 대출을 내준 금융사, 증권사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에까지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한파가 길어질 위험성이 크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8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을 빠르게 집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PF 시장 위축으로 건설사와 PF 사업장이 유동성 부족을 겪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정부는 50조원 이상 수준으로 시장 안정 조치를 가동한 후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그 규모를 확대했다. 최 부총리는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추가 확대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업성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동산 PF의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100% 면제하고, 학교용지부담금도 처음으로 50% 감면한다. 준공 후 미분양되거나 착공하지 못한 공공택지 등은 관련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제지원과 함께 규정을 정비하고, 공기업 역할도 강화한다.
이에 더해 인구감소지역의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면 1주택자의 지위를 유지해주는 '세컨드 홈' 정책, 지방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 등도 도입한다.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세가 내수 진작이라는 낙수효과로 이어질지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낮게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의 내수에 대한 낙수효과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다고 내수나 소비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이 계속되고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이고 가계부채도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고물가가 상반기에 지속되고 한국은행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2% 물가 안정이 달성될 거로 봐서 내수회복은 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부실화 해결이 건설경기 회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았는데, 정부가 내놓은 세제·재정 지원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은 부동산 PF와 내수에 어려움이 있어서 2.2%보다는 낮을 거로 관측한다"며 "건설경기 부담 완화를 위한 한시적 규제 유예들은 정책효과가 작용할 텐데, 수요가 문제다. 건설사들끼리도 재편을 해야 하는데, 특정 건설사가 빠지면 다른 건설사가 떠맡아야 하는 부차적인 영향이 발생한다. 이런 가정하에서 건설업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건 적절하다"고 봤다.
석병훈 교수는 "부동산 PF 부실화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곳이 지방 사업장이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게 관건인데, 이와 관련해 인구소멸지역 세컨드 홈, 지방 소규모 관광단지 개발 등의 대책이 담겼다. 지방 부동산 PF 사업장의 수익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지방 PF 살리기 대책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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