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중기부 장관, 성공의 조건

김영환 2024. 1. 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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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개각 때마다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이 논란이 된다. 최근 개각에서도 역시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전문성 시비를 의식해 장관 후보자의 배경을 강조한 것이 오히려 논란거리를 키우기도 한다.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독립 유공자 가족이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소년 가장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사연은 찡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배경과 해당 부처의 장관으로서 적합성은 별개라는 생각이 든다.

전문성 논란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정점을 이룬다. 대사 경력의 외교부 차관이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다들 생뚱맞다고 여긴다. 차라리 외교부 장관이나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훌륭히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을 왜 중기부로 보냈는지 의문이 든다.

중기부는 청에서 부로 승격된 이래 줄곧 정치인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됐다. 전문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치인에게 별 하나 달아주는 식의 장관 자리로 중기부가 이용됐다. 정치인 장관은 대외적인 홍보와 행사에 치중할 뿐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전직 중기부 장관이 야당 대변인으로 현 정부를 공격하는 양상이니 정책의 일관성은 아예 기대난망이다.

주요 부처별로 장관 후보자를 정하다 막판에 구색을 맞추려 여성 차관을 중기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대사 출신으로 국제 경험과 해외 인맥이 풍부해 중소기업의 수출과 글로벌화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변은 궁색하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나 중국의 대사 경력자들이 중기부 장관 후보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 중기부 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적합성은 정책 지식보다 정책 대상에 대한 애정과 공감 능력이다. 기재부나 산업부와 다른 중기부만의 차이점이다.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전통시장을 다니며 떡볶이 사 먹고 산업단지의 중소기업 공장을 누비라는 말이 아니다. 본질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인을 만날 때 얼마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하며 공감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흔히들 장관이 별생각이 없을 때 ‘우문현답’을 강조한다. ‘우리 문제의 답이 현장에 있다’는 구호는 스스로 전문성이 없다는 고백과 같다. 현장에서는 민원성의 요구와 애로가 나오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현문우답’이 맞다. 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우리가 답을 내야한다. 장관이 현장을 다니며 정책의 괴리와 문제를 파악하고 이 문제를 부처에 갖고 와 직원들에게 숙제를 줘 답을 찾아내게 해야 한다.

장관이라고 해도 모든 정책을 다 알고 책임질 수 없다. 한 부처에 오래 근무한 공무원도 자기 부처의 정책을 다 알지 못한다. 중기부는 대상이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으로 많고 이질적이며 지원 기능도 기술, 자금, 인력, 판로, 수출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정책을 다 통달하는 전문가는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학습능력이 뛰어난 장관이라도 그 많은 정책을 일일이 숙지하고 챙기며 관여할 수 없다.

장관이 본인의 전문성이 있는 정책만 강조하면 다른 정책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된다. 중소기업의 수출이 중요하지만 수출 중소기업은 10만개에 불과하다. 장관이 수출을 자기 정책 브랜드로 내세우는 순간 나머지 대다수 중소기업에 관한 정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정책에 대한 단편적 지식과 경험이 절대 장관의 전문성이 될 수 없다.

장관의 역할은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부처 직원들의 전문성을 결집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산하기관들이 적절히 집행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장관의 능력이다.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고 스타로 만드는 것이 훌륭한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유능한 공무원을 잘 활용해 대박 정책을 만드는 것이 훌륭한 장관이다. 내 전문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전문성을 빌려 정책 성과를 높이는 것이 바로 장관의 몫인 것이다. 올 때는 물음표를 달고 왔지만 떠날 때는 느낌표를 남기고 가는 장관들을 보고 싶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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