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담합했나”… 공정위 조사 결과 앞두고 은행 초긴장
‘암묵적 담합’ 적용 가능성 주목
은행 “담함 가능성 없다” 항변
국고채 금리 담합 조사도 상반기 결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의 금리 및 국고채 입찰 담합 조사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은행 금리 담합의 경우 앞선 두 차례 조사에서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암묵적 담합’ 가능성을 제기하며 혐의 입증을 벼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은행권 금리 담합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최근 제재 여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과 6월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금리 담합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조사는 시장 지배적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다른 은행이 따라 올리는 ‘암묵적 담합’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후 4개월 만에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으로 조사 대상을 좁히면서 공정위가 이 은행들의 담합 정황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공정위는 앞서 2009년과 2012년에도 은행권 금리 담합 조사를 진행했으나 모두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09년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조사했으나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2012년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에 칼을 빼 들었으나 4년에 걸친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은행권은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암묵적 담합’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과거 조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2021년 경쟁사 간 명시적 의사 연락이 없더라도 묵시·암묵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도 합의가 있었다고 본다는 내용으로 카르텔 분야 행정규칙을 개정했다. 경쟁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값을 얼마로 올리자’고 합의하는 식의 전통적인 담합이 아니라도,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가 따라가는 식도 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은행마다 금리 산정 체계가 달라 담합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항변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는 각 은행 산정 체계에 따라 책정되고 있다”며 “금융 당국도 여러 차례 금리 산정 체계를 들여다봤지만, 담합과 같은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금리 변동은 시장 금리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데 이걸 암묵적 담합으로 규정하면 은행 영업을 하지 말란 의미와 같다”고 했다.
공정위는 금융권 국고채 입찰 담합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해 6월부터 국고채 전문딜러(PD)로 지정된 18개사(증권 11개·은행 7개) 전체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민·기업·농협·산업·SC제일은행과 크레디 아그리콜(서울지점) 등 7개 은행의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7개 은행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부당하게 합의했는지를 조사했다.
PD는 한국은행이 진행하는 국고채 경쟁입찰에 참여해 1차적으로 매입한 뒤 이를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다시 매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PD로 지정된 금융회사의 경쟁입찰 과정에서 결정된다. PD 금융사는 국고채를 높은 금리로 낙찰받는 게 유리하다. 국고채의 금리가 높아질수록 가격은 싸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PD들이 국고채 금리를 담합해 수익을 챙겼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실제 금융위는 PD들이 금리를 메신저로 사전에 논의한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채 금리 담합 조사는 상반기 중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국고채 금리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손해’를 감수하며 국고채 입찰에 참여해 왔다고 항변하고 있다. 금리 담합으로 수익을 챙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금융사들이 손해를 덜 보기 위해 금리 담합을 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계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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