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870억 사재출연' 동문건설 등 워크아웃 우수사례 주목

이예슬 기자 2024.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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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은 물론 대통령실과 총리실 등 정부까지 태영그룹의 자구 노력 부실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무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될 당시 동문건설은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워크아웃을 겪은 기업 중 자구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주 일가가 개인 재산을 내놓은 사례를 더 보면 2000년 현대건설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3700억원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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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태영건설]③
약 10년간 870억 개인재산 쏟아 회사 살려
현대, SK, 금호그룹 등도 총수일가 사재 털어
태영은 약속한 자구안마저 실행 미흡 평가
"대주주 자구 노력 없인 정부도 지원 어려워"
고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사진 제공=동문건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채권단은 물론 대통령실과 총리실 등 정부까지 태영그룹의 자구 노력 부실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무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 모범적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사례들이 주목된다. 대체로 오너 일가의 통 큰 사재출연이 전제됐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될 당시 동문건설은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1980년 상신전기건설공사를 설립했다가 1981년 석우주택으로 이름을 바꿔 주택사업을 시작한 뒤 1984년 동문건설로 간판을 바꿔 단 회사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대출과 연대보증을 선 시행사의 도산으로 위기를 맞았다가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으로 원가 절감 방안을 찾았고, 2005년에는 매출이 6000억원을 상회하며 내실 있는 중견 건설사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사의 부실로 재정 상태가 다시 나빠지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신동아건설, 성원건설, 우림건설 등이 워크아웃 동기다. 고(故)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골프장과 자회사 르네코 지분을 매각하는 등 478억원을 내놨다. 이를 포함해 2019년 5월 워크아웃이 종료될때까지 약 10년 동안 경 회장은 87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 회사를 살렸다.

지난해 기준 동문건설의 시공능력평가는 61위다. 선대 회장인 경재용 회장이 작고한 후 딸인 경주선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경 부회장은 2012년 주택영업팀에 입사한 뒤 2016년 평택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를 완판하면서 능력을 입증했다. 당시 커뮤니티센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동문건설의 관계사인 동문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서울=뉴시스]경주선 동문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동문건설

워크아웃을 겪은 기업 중 자구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주 일가가 개인 재산을 내놓은 사례를 더 보면 2000년 현대건설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3700억원을 내놨다. 2007년 SK네트웍스는 최태원 SK 회장이 1200억원 규모 워커힐호텔 주식을 전량 무상 출연했다. 201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2200억원을 내놨다. 2016년 현대상선 워크아웃 때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00억원을 지원했다.

한편 이번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사주 일가의 지원이 시원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영건설이 지난 3일 발표한 자구안의 핵심 골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2062억원의 매각 자금 중 윤세영 회장의 딸 윤재연씨의 몫 513억원을 뺀 154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채권단은 이 중 890억원이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해소에 사용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윤재연씨의 지분 513억원은 경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빠졌는데, 채권단은 이 부분도 출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태영건설은 당초 지난 주말까지 추가 자구책을 내놓을 전망이었지만 7일 오후까지 새로운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의 기본적 입장은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의 지원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빌려준 돈을 받아야 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그 정도 노력을 했으면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의 자구안을 '남의 뼈를 깎는 자구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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