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준공 20년 넘은 노후아파트 화재 대비 소방점검
피난시설 개량·확충 장기수선충담금 사용 개정 건의
10일 '아파트 세대 점검의 날' 입주민 자율대피 훈련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서울시가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 안전관리기준을 강화해 화재 예방에 나선다. 최근 방학동 아파트 화재 등 노후 아파트 화재 위험이 커지자 ‘노후아파트 화재예방 및 피해경감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준공 20년이 넘은 노원구 소재 노후아파트에 방문해 소방·방화시설 관리실태를 직접 살핀다.
해당 아파트는 소방·피난규정이 본격 도입되기 전인 2002년 10월 준공됐다. 당시 기준으론 15층 이하는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대상이 아니며 세대별 완강기 설치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최근 화재사고가 발생한 방학동 아파트와 여건이 유사한 곳이다.
이런 아파트들의 경우 화재시 방화문으로 구획된 계단을 통해 지상이나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유입 차단을 위해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생활 불편 등으로 방화문을 상시 개방하고 있어 화재시 피난계단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거주자 또한 집에서 불이 나면 현관문을 닫고 피난 계단을 통해 대피해야 하지만 방학동 화재의 경우 문을 열어둔 채 대피하면서 피난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10층 이하에서 유용한 피난기구인 완강기도 준공 당시에는 세대가 아닌 층별로 설치(1000㎡마다 1개)되면서, 현재 세대별 완강기가 없어 저층임에도 자력 대피에 한계가 있다.
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피난 규정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 및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노후아파트의 방화문, 완강기, 자동개폐장치 등 피난안전시설 개량 및 확충을 적극 지원한다. 화재시 연기 등을 감지해 자동 폐쇄되는 방화문과 옥상출입문 자동개폐장치, 피난 안전시설 등을 설치할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 개정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방화문 등 피난시설 관리체계 개선 및 감독도 강화한다. 공동주택의 관리 주체가 직접 방화문 개폐여부 등 피난시설의 유지관리 실태를 분기마다 점검 후 그 결과를 관할 자치구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다.
공동주택 화재시 위층으로 쉽게 확산되는데 기존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시 이를 막아주는 방화유리(90㎝ 이상)가 제대로 설치되는지 행위허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미관을 고려한 설치기준도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계단실에는 반드시 방화유리창을 설치토록 건축법 개정도 건의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16층 이상으로 층 바닥면적이 400㎡ 미만인 경우 특별피난계단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계단으로 연기확산 우려 등을 고려하여 예외 규정을 삭제할 수 있게 국토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피난계단을 구획하는 방화문이 생활불편으로 불가피하게 열어놓고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평면계획이 되지 않도록 건축심의도 강화한다.
대시민 화재 대피교육·홍보 및 소방 훈련도 강화한다. 1월 10일을 ‘아파트 세대점검의 날’로 정하고 이날 서울시 모든 아파트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한 입주민 자율 대피훈련과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저녁 7시부터 10분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는 올해 1월 말까지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소방시설 유지관리, 비상구 등 피난시설 관리실태 등의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아파트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하며 앞으로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안전 관련 시설과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특히 피난·소방규정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가 피난과 방화에 취약한 만큼 방화문·완강기 등 피난 안전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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