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가스위원회 설립과 역동적 경제

여론독자부 2024.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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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민간 직수입 늘며 가스값 싸졌지만
국민은 가스公 독점에 혜택 못받아
美·英·佛처럼 중립적 위원회 갖춰
투명한 시장 검증·경쟁 촉진해야
[서울경제]

가스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가스 시장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중립적인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가스공사는 법적으로 가스 도입과 가스 배관망 관리에서 우월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규제로 인해 시장이 독점화하는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따라서 투명한 검증과 경쟁 촉진을 통해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스위원회는 그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가스 수요 급증에 따라 가스 시장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5년 자가소비를 전제로 민간 직도입이 허용됐다. 제한적 허용만으로는 해결된 문제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아졌다. 민간 직수입사의 수와 직도입 물량이 크게 늘었다. 직수입사가 가스공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가스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일반 국민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직도입이 증가하면서 직수입사와 가스공사 간의 교환 거래를 통해 국내의 가스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소되고 있다. 이처럼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직수입이 일반 판매가 금지되고 자가소비용으로만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가스 배관망 관리에 대한 투명한 감시자가 없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도매 요금과 배관 시설 이용 요금은 비용에 근거해 산정되지만 비용을 검증하는 절차는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 시장에서는 전기위원회가 비용과 요금을 검증하고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감시가 가능하다. 가스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해야 투명성이 올라간다.

가스공사가 도매 시장과 배관망 시장의 독점력을 남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스공사는 배관망을 독점하고 비용에 따라 가격을 부과하기 때문에 검증이 없다면 소비자를 위해 합리적으로 배관망을 구축하고 공급가격을 낮춰 수요를 확대할 유인이 없다. 정부가 장기 천연가스 수급 계획과 연도별 배관 설비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직수입사들과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하게 청취해야 국가적 차원의 합리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더욱이 장기 천연가스 수급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직수입사의 배관 및 터미널 인프라 계획은 현실적으로 정부 인허가를 받기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가스 도입 다변화와 배관망 사업의 경쟁 촉진 등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 조금이라도 국민의 편익을 증진할 정책이 필요하다. 주요국은 독립 위원회를 통해 전기와 가스 등 규제 산업에 대해 규제 및 감독, 그리고 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프랑스의 에너지규제위원회(CRE),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 등 중립적 위원회가 공정한 인프라 관리, 합리적 가격 조정, 그리고 경쟁 촉진 등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기위원회가 전력과 관련된 정책을 집행하고 있으나 가스 산업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유인 체제가 미흡하다. 당연히 중립적인 위원회를 설립해 주요국과 같이 국민 편익을 증진해야 한다.

가스 도매 요금 산정 절차의 투명성 강화, 배관 이용의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서라도 가스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가스위원회 설치를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스위원회가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정부도 하루빨리 합리적인 법 개정을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경제팀이 출범해 역동적 경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안정적 에너지 수급이 경제 활력의 조건이다. 가스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스 시장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가스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해 경제의 활력을 도모하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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