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앤컴퍼니] 수조원 규모의 딜… 제약바이오 지평 넓히는 ADC

지용준 기자 2024. 1. 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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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파마가 뛰어든 시장, K-바이오도 참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 바이오텍과 2조24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12월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활용한 기술거래에서 잭폿을 터뜨렸다. 관련 계약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 얀센은 레고켐바이오에 선급금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한다. 단독 개발 권리 행사금 2억달러,개발·허가·상업화 성공 시 발생하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계약규모는 최대 17억달러에 이른다. 선급금과 수출 규모 모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기술거래였다.
얀센에 기술 이전된 파이프라인은 LCB84이다. 레고켐바이오의 차세대 ADC 플랫폼과 메디테라니아로부터 기술 도입한 Trop2 항체가 적용된 ADC 후보물질이다. 최근 미국에서 임상 1·2상에 진입했다. 다른 경쟁 약물과 달리 암세포에만 특이하게 발현하는 잘린 형태의 Trop2 항원을 타깃하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는 "레고켐의 첫 단독 임상 개발 ADC 약물인 LCB84에 대해 얀센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후속 ADC 프로그램의 임상 단계 진입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엔허투 효과… '항암 유도탄' ADC 군침


ADC는 유도탄 방식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한다.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antibody)에 저분자 세포독성 약물(cytotoxic drug)을 링커(linker)로 화학적 결합(conjugation)을 시킨 구조를 지녀 기존 화학요법과 비교해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ADC 개발 붐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57개의 새로운 ADC가 초기 개발 단계인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전체적으론 249개의 ADC 관련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이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ADC 품목은 총 15개다.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시장 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시장은 2023년 97억달러에서 연평균 15.2%씩 성장해 2028년이면 19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3대 종양올림픽으로 꼽히는 AACR(미국암연구학회) 2023에서는 ADC 관련 초록만 142편이 발표될 정도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항암제 시장에서 ADC의 입지가 강화됐다"며 "표적항암제로서 전신 독성이 높은 화학항암제 치료를 대체해 단독요법·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서 높은 약효를 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빅파마 ADC 패권전쟁


ADC 패권전쟁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촉발했다. 실제 2022년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ADC 항암 신약 '엔허투'의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암 치료 효과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보인 만큼 현장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엔허투는 출시 3년 차인 지난해 매출액 25억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빅3 빅파마는 적극적으로 될성부른 ADC 떡잎 찾기에 나섰다. 2023년 3월 시젠을 인수하면서 ADC 플랫폼을 확보한 미국 화이자가 대표적이다. 화이자의 이번 시젠 딜 규모는 430억달러에 이른다.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역사상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시젠은 림프종 ADC 신약 아드세트리스를 보유했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지난해 12월에만 중국의 두 기업으로부터 ADC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판권을 약 84억달러에 사들이며 빅파마의 ADC 파이프라인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미국 MSD는 다이이찌산쿄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ADC 3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판매를 위해 220억달러를 지불했다. 애브비는 ADC 개발사 이뮤노젠을 101억달에 인수했다. 일라이릴리는 독일 ADC 개발기업 이머전스 테라퓨틱스와 프랑스 마블링크를 인수했다. 딜 규모는 비공개다.

ADC(항체-약물 접합체)는 기존 화학요법과 비교해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ADC에 발 담근 제약사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ADC 기술확보에 적극적이다. 글로벌에서 ADC가 항암 치료의 핵심이 되면서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바이오벤처 인투셀과 ADC 분야의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인투셀은 고유 링커와 약물 기술을 제공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대 5개의 항암 타깃에 대한 ADC 물질을 제조해 특성을 평가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동물실험을 포함한 인투셀의 ADC 기술 경쟁력을 검증하고 결과에 따라 양사가 개발 옵션 행사 여부와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동아에스티는 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했다. 앱티스의 경영권과 신규 모달리티인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R&D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단 복안이다. 앱티스는 항체 변형 없이 위치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시킬 수 있는 3세대 ADC 링커 기술인 '앱클릭'을 개발했다. 지난해 글로벌 CDMO 론자와의 ADC 사업 협력을 체결하며 3세대 ADC 링커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텍 피노바이오와 총 15개 타깃에 대한 ADC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종근당은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시나픽스와 1억3200만달러 규모의 ADC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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