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찾아온 루게릭병…눈 움직여 세상과 대화하는 유튜버

이아름 인턴 2024. 1. 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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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마우스' 통해 영상 편집…"계속 도전할 것"
내 몸에서 유일하게 '눈'만 내 의지대로 움직여
"오는 비는 맞아야지"…잘 아플 방법 생각한다
[서울=뉴시스] 필승쥬는 2022년 12월 30일 '20대 잘가, 공무원 퇴직시킨 루게릭병에게 바치는 과거 모습'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필승쥬 채널 캡처)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빈번하게 내 침대를 둘러싸고 모이는 학창 시절 친구들, 손이 시리다고 하면 수면양말을 끼워주는 남동생, 펑펑 울거나 우울할 때 만병통치약인 반려 고양이 레옹, '아무리 우리 현실이 고통과 절망이 함께할지라도, 그 속에 또 다른 행복과 기쁨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든든한 아버지.

이들은 모두 구독자 5만명의 루게릭병을 기록하는 유튜버 '필승쥬'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눈의 움직임을 센서로 인식해 동작하는 '안구마우스'를 통해 영상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해 촬영을 직접 할 수 없어 주변에서 촬영해 준 영상이 재료가 된다.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찍은 부산 광안리 드론 영상, 경남 남해와 진주에서 찍은 일출 영상 등 모두 그의 친구들이 보내온 영상과 사진이다.

그의 신체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게 눈이다. 그래서 온라인 활동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 침대에 누워서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드라마 시청을 하거나 유튜브 댓글 보기, 추리 소설 읽기, 장보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루게릭병을 앓기 전 필승쥬는 2017년(당시 24세) 국가직 공무원 합격 통보를 받고 여느 20대와 같이 활기차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2019년 초, 운동하던 중 왼쪽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다. 3분만 걸으면 왼쪽 다리가 모래에 푹푹 빠지는 느낌. 한 정형외과와 디스크 전문병원을 찾아갔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으로 똑같았다.

필승쥬가 겪은 루게릭병의 초기 특이점은 근육 떨림이었다. 다리를 아무리 때려도 깊숙한 곳에 누군가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원인불명이었지만 몸에 이상이 있는 건 확실했기에 무슨 수라도 써야만 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한 지방 대학 병원에 입원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편한 다리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원인 모를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럴수록 한쪽 다리를 절뚝거린 채 이를 악물고 놀았다. 당시 그의 병세는 느리게 발현돼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누군가의 부축이나 지팡이 없이는 스스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당해 12월 지팡이 우산으로 몸을 지지하면서 직장을 다니던 그는 결국 퇴사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을까. 영상 속 그의 웃음처럼 티 없이 예쁘게 물든 4월의 봄이 왔다.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지면서 오른손 엄지 근육도 이상이 왔다. 가을에는 가늘고 쉰 목소리가 나왔다. 머지않아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져 호흡기를 달고 생활하기도 했는데 자다가 호흡곤란을 겪어 기관절개를 결정했다.

결정은 쉽지 않았다. 목에 구멍을 뚫어 튜브를 직접 기도에 삽입하는 시술인 기관절개는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두려움에 많은 이가 꺼린다. 이 때문에 기도 절개만은 하지 않겠다고 열흘간 눈물로 지새우기도 했다.

이렇게 필승쥬는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아냈고, 솔직한 기록은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 해당 영상에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유튜버 '삐루빼로'와 'Hey지원' 등이 댓글을 남기며 서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인다.

몸이 불편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힘이 된다. 한 누리꾼은 '우울감에 휩싸여 내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던 걸 반성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승주님처럼 열심히 인생을 살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올해는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필승쥬는 지금까지 총 17편의 기록 콘텐츠를 게재했다. 몸이 불편해서 영상 업로드가 불규칙한 편인데, 한동안 소식이 없으면 구독자들이 종종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요즘에는 잘 아플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늪에 빠지지 않게 요리조리 잘 아프겠다"고 전하면서 씩씩하게 근황을 알린다.

[서울=뉴시스] 유튜버 필승쥬는 2023년 11월 '발 대신 눈? 전투력 상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 필승쥬 채널 캡처)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2개월 전 게재된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원래는 발가락으로 영상 편집을 했는데, 이제는 눈의 움직임을 읽는 안구마우스를 사용한다. 글자 하나하나를 노려보며 입력해야 해서 눈이 굉장히 시리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아직은 안구마우스로 편집하는 게 벅차긴 하지만 계속 도전할 거다"라며 꾸준히 일상을 기록하고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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