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냐 실익이냐… 딜레마에 빠진 이커머스

김문수 기자 2024. 1. 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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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희비 갈린 이커머스]③적자 굴레 벗지 못하는 '고비용 구조'… IPO도 연거푸 실패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쿠팡의 독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컬리, SSG닷컴, 11번가 등은 적자 경영 한계에 부딪혔다. 컬리 제품 이미지. /사진=컬리
◆기사 게재 순서
①'이마롯쿠'에서도 1등… 이커머스 독주하는 쿠팡
②중국발 저가의 공습… 거세진 알리의 한국 공략
③규모냐 실익이냐… 딜레마에 빠진 이커머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쿠팡의 독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컬리, SSG닷컴, 11번가 등은 적자 경영 한계에 부딪혔다. 여기에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뛰어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의 독주에다 알리의 공습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수익성과 외형 확장 갈림길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448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컬리는 2014년 출범 이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118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836억원)보다 줄었다. 2020년부터 적자를 낸 11번가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규모가 91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쓱닷컴은 지난해 3분기 누적 64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흑자를 내던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통합작업과 투자 여파로 지난해 3분기 누적 3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기업은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거래액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거래액은 이커머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의 거래액은 쿠팡이 36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네이버쇼핑(35조원) 11번가(10조5000억원) 롯데온(7조4000억원) SSG닷컴(6조원) 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한 이커머스 기업은 엔데믹(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외형 성장과 내실 다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2022년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9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은 전년 대비 떨어졌다.



"고객 락인 생태계 구축 관건"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던 11번가는 상장 약속 시점(2023년 9월)을 넘겼다. 11번가 로고 사진. /사진=11번가
외형 확장에 집중하던 이커머스 업계는 IPO(기업공개) 추진에 연이어 실패했다. 컬리는 지난해 1월 가장 먼저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다음 달 오아시스도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상장을 연기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던 11번가는 상장 약속 시점(2023년 9월)을 넘겼다. 결국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는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021년 대표 주관사 선정을 마친 후 상장을 추진하던 쓱닷컴도 상장 시점을 미뤘다.

이들의 IPO 실패 이유로 고비용 적자 구조가 꼽힌다.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를 제외한 컬리, 11번가, 쓱닷컴은 적자 구조를 안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마케팅과 물류망 비용이 지속해서 들다 보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핵심인 물류 및 배송은 고비용 구조"라며 "새벽배송 등은 주간배송의 2배가 넘는 비용이 수반되는데 알리 등 신규 업체가 등장하고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2년 하반기 대외 변수(미국발 금리 인상) 등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중심 기조로 돌아서며 저마다 조금씩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요 이커머스 기업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자사가 보유한 여러 계열사·플랫폼·채널에서 제공하는 멤버십을 통합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6월 쓱닷컴·G마켓 통합 멤버십에 오프라인 계열사 혜택을 더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기업이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의 갈림길에서 수익성과 성장성 간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수익성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계열사 간 연동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홍민 삼정KPMG 상무는 "앞으로는 B2C(기업-개인 거래)·B2B(기업-기업 거래) 통합적 고객 '락인'(붙들어 두기)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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