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매출 100조·이익 10조 넘는다... 180도 변신 기아의 성공비결
‘북미 올해의 차’는 자동차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전문가 50명이 매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북미에서 팔린 신차 중 세 분야(승용·SUV·트럭)에서 최고를 뽑는다. 1994년부터 작년까지 30년간 이 상을 한 번이라도 받은 자동차 브랜드는 22곳이다. 3차례 이상 수상 경력이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7곳뿐이다. 기아가 올해 8번째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전기 SUV인 EV9이 지난 4일(현지 시각) 2024년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에서 뽑히면서 3회 수상을 달성한 것이다. 세계 1위 도요타나 독일 폴크스바겐도 지금껏 두 번밖에 이 상을 받지 못했다. 특히 기아는 2020년부터 5년간 3차례 수상했다.
기아가 달라졌다. 1998년 외환 위기 당시 6조원 넘는 적자 상태로 현대차에 인수된 기아는 수년간 현대차 지원을 받는 처지였다. 그룹 내에서도 각종 신기술 적용 등에서 뒤로 밀리기 일쑤였고,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해외 인지도가 크지 않았다. 이런 기아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309만대를 팔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00조원과 1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매출·영업이익 규모는 현대차보다 작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10%를 웃돌며 현대차를 넘었고, BMW·벤츠 같은 고급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단인 ‘K 시리즈’로 입지를 다진 기아가 다양한 SUV 전략으로 한 단계 도약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화한 차로 미국·유럽 공략
기아 변신의 가장 큰 비결은 글로벌 시장의 SUV 붐에 맞춰 빠르게 체질을 바꿨다는 점이다. 2019년 3분기 전체 판매량에서 RV(SUV·밴) 비율은 49%였는데 작년 3분기에는 69%로 커졌다. 기아는 해외시장에서 니로·셀토스 같은 소형 SUV를 주로 팔았는데, 미국·유럽의 현지 소비자 선호에 맞춘 SUV를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선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북미 현지 전략형 차량인 3열짜리 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한 게 대표 사례다. 힘세고 넓은 차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 특성을 감안해 길이가 5m에 달하고 3.8L짜리 엔진을 장착했다. 출시 이듬해인 2020년 세계 3대 자동차상인 ‘2020 세계 올해의 차’로 뽑히며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유럽에서는 작은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2021년 한국·미국 판매용보다 차체를 15cm 안팎 줄여 현지화한 준중형 SUV 스포티지를 내놨다. 또 유럽의 친환경차 바람을 타기 위해 당시 한국에 내놓지 않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내놨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유럽에서 약 12만대가 팔려 전 세계 SUV 50여 종 가운데 판매 9위에 올랐다. 2021년 판매를 시작한 첫 전용 전기차이자 쿠페형 SUV인 EV6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EV6는 2022년 국산차 중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와 ‘북미 올해의 SUV’에 동시에 뽑히는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 각각의 경쟁력 키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쓴 기아의 변화는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자립을 강조해 온 최고 경영진의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2022년부터 기아의 유럽 판매량이 현대차를 앞질렀는데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면서 “기아가 현대차도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를 두 가지 방향으로 각각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수소차 등으로 성장 동력을 다지고 있다면, 기아는 현대차가 하지 않는 PBV(목적 중심 차량)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PBV는 사용자가 용도에 따라 차량 내부 구조나 활용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다목적 차량이다. 세계 1위 도요타가 이 분야 차량을 개발 중이어서 앞으로 기아가 이 분야에서 그룹을 대표해 도요타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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