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괴로움 던지고 좋은 소식 건지러 갈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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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하면 여름에 즐기는 해수욕이 떠오르지만,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이 흩날리는 겨울 바다도 낭만적이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하자/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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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하면 여름에 즐기는 해수욕이 떠오르지만,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이 흩날리는 겨울 바다도 낭만적이다. 가요 중에는 겨울 바다를 소재로 한 노래가 꽤 있는데, 가장 히트한 것은 밴드 푸른하늘의 ‘겨울바다’이다.
푸른하늘은 유영석을 중심으로 박준섭·이동은·전영준이 결성한 4인조 밴드였다. 보통의 밴드들이 그렇듯 여러 팀에서 각자 경력을 쌓았고, 여러 멤버가 들락거리며 색깔을 찾았다. 신성우와 함께 원조 테리우스 논쟁을 일으켰던 로커 이덕진은 초기 보컬을 담당했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탈퇴했다.
그러다 푸른하늘은 레코드사의 문제로 음반 발표 일정이 뜻대로 안되자, 멤버들이 사비로 음반을 내 1988년 ‘겨울바다’가 발표됐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하자/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이 곡은 겨울 바다의 고독·슬픔·낭만·희망을 모두 담은 시적인 가사와 함께 유영석의 기교 없는 피아노 연주 실력과 보컬이 주목받으며 히트했다.
당시의 가요계는 김완선·박남정 등이 등장하며 마이클 잭슨류의 댄스음악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바람을 일으켰다. 기술적으로는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음악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푸른하늘 노래는 피아노가 기반인 어쿠스틱한 멜로디를 선봬 오히려 주목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겨울 바다는 지금처럼 자동차나 KTX를 타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더욱 상상과 낭만을 자극하는 노래로 기억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강원 강릉에 가고 싶으면, 지금은 서울춘천고속도로와 대관령터널을 통해 2시간이면 쉽게 도달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꼬불꼬불한 한계령을 직접 넘어야 했다.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었던 시대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무작정 겨울 바다로 갔다가 추위에 떨고 왔다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는 콘도나 펜션이 적었고, 인터넷도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바다로 가 민박집을 찾던 시절이었다.
서양에서는 신이 하늘에 있다고 하지만, 동양에서는 바닷속에 있다고 여겼다. ‘별주부전’의 용왕(龍王)이 좋은 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바다는 영적인 영역에 속한다. 바다 멀리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원해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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