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리는 경제 '폴리코노미'... 총선 앞 '감세'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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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재부 정책 발표 기자회견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기재부는 "총선을 신경 쓴 정책이 아니다"라고 극구 답한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는 금투세 폐지 관련 내용이 한 글자도 적히지 않았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 정책은 기본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감세로 세입 기반이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인구 감소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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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정책방향에도 감세 정책 가득
"세수 부족하다면서 '감세 보따리'" 비판
"대통령실에서 갑자기 발표했는데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가 된 건가요? 언제 결정된 건가요?"
최근 기재부 정책 발표 기자회견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기재부는 "총선을 신경 쓴 정책이 아니다"라고 극구 답한다. 정작 정부가 연일 내놓은 '세금 감면·면제 정책' 추진 과정과 기대 효과를 보면 정치권에 끌려간 흔적이 역력하다.
이에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라는 생소한 단어까지 등장했다. 정치와 경제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걸 넘어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고, 경제가 정치에 휩쓸려 가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판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폴리코노미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표심에 우호적인 정책, 급추진 배경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식화'가 대표적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는 금투세 폐지 관련 내용이 한 글자도 적히지 않았다. 함께 논의돼야 할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의 기본적인 개편 방향도 담기지 않았다. 불과 6개월 전 발표한 '2023년 세제개편안'에서 금투세는 2025년 1월 시행으로 못 박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마디에 상황이 뒤집어졌다. 기재부가 경방을 발표하던 2일 윤 대통령은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상향(10억→50억 원)도 마찬가지다. 추경호 전 부총리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뒤 고작 열흘 만에 대통령실에 의해 갑자기 추진됐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정책이 표심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세수 결손액이 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유례없는 세수 펑크 상황을 고려하면 '세수 기반 악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두 정책은 직접 효과를 누리는 대상이 상위 1% 고액 자산가라는 점에서 '부자 감세'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앞서 기재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금투세 시행 시 과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 남짓인 15만 명으로 예상되며, 세수가 연간 1조5,000억 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연간 1조5,000억 원의 세수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올해 경제정책, 세금 감면 대책 가득
이번 경방에도 다수의 세금 감면, 면제 대책이 포함됐다. 특히 기업이 혜택을 보도록 설계된 정책이 다수였다. 기업의 일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액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기존에 견줘 10%포인트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기존 공제액의 절반 이상을 대기업이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의 수혜 대상 역시 대기업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카드 사용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증가하는 경우 증액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등 민생 지원 정책도 감세 기조가 뚜렷하다. 정부는 4년 전 이미 대폭 확대했던 간이과세자 기준(4,800만→8,000만 원)도 1억 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이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조1,226억 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앞으로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 정책은 기본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감세로 세입 기반이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인구 감소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표한 정책들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며, 올해와 내년의 세수 여건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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