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정석' 김기동 "옛 포항 제자들, 내가 왔으니 '죽었다' 싶을걸요?"

강은영 2024. 1.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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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 축구장.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새 사령탑이 된 김기동(52) 감독이 본보와 취임 첫 언론 인터뷰를 위해 사진을 촬영하던 중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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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새 사령탑 김기동 감독
'옛 제자' 임상협 권완규 팔로세비치 등에 쓴소리
"서울서 보여준 것 없어. 올해 열심히 해야 할 것"
울산·전북에 6년째 무승 "내가 왔으니 깨질 것"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지난 4일 경기 구리에 위치한 GS챔피언스파크 축구장에서 붉은색 서울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리=김예원 인턴기자

"어때요? FC서울 유니폼이 잘 어울리나요?"

지난 4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 축구장.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새 사령탑이 된 김기동(52) 감독이 본보와 취임 첫 언론 인터뷰를 위해 사진을 촬영하던 중 멋쩍게 웃었다. 지난 4년간 포항 스틸러스의 지휘봉을 잡았던 그이기에 서울 유니폼이 어색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내 서울의 엠블럼을 가리키며 "이쪽이 잘 나오게 서야겠다"고 자세를 고쳤다.

김 감독은 그야말로 '포항맨'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전신인 포항제철 아톰즈(1991~1992)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포항(2003~2012)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포항의 감독을 맡아 2023 K리그1 2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이루며 최고의 해로 마무리했다. 스타급 선수 한 명 없는 포항에서 '김기동식' 축구를 완성한 그의 업적이 칭송받는 이유다.

이제 '서울 사람'이 돼야 한다. 예전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이며 키웠던 임상협 권완규 팔로세비치 일류첸코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그 친구들 여기 와서 보여준 게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잘하지 못했다(웃음)"며 "올해 큰 마음먹고 다시 살아나려고 정말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 자기네들도 알 거다. 내가 왔으니까 '죽었다' 싶을 거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임상협은 휴가 기간에도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고, 외국에서 휴가 중이던 팔로세비치와 일류첸코는 김 감독의 호출에 "당장 들어가겠다"는 답변이 왔다. 외국인 용병들의 자세에 구단에서조차 "웬일이지?"라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라고.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4일 경기 구리에 위치한 GS챔피언파크 축구장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리=김예원 인턴기자

이들은 김 감독의 성향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김 감독은 "미리 겁먹고 훈련하거나 바짝 긴장해 있을 것"이라며 "훈련을 심하게 한다기보다 태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에게 권위의식 없이 다가가 속 얘기까지 털어놓는 사제지간으로 지낸다. 연애, 가정사, 생활고 등 어떤 것이든 고민 상담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 태도는 필수요소다.

"지도자에게 권위의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훈련장, 경기장에서 내가 선수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지시를 전달했을 때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도 항상 준비하는 과정이 좋고 경기장에서 하려는 열정을 보여주면 무조건 기회를 주려고 해요. 저는 지금까지 어떤 한 선수에 포커스 맞춰 팀이나 전술을 꾸린 적이 없거든요."

김 감독은 빠른 조직적인 축구로 포항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서울에서도 빠른 축구를 위해 수비와 미드필드 보완이 시급하다. 일단 수비수 최준과 미드필더 류재문을 영입했고, 일본 J리그로 떠난 나상호(마치다 젤비아) 자리는 윌리안의 완전 이적과 팔로세비치의 재계약으로 채웠다. 김 감독은 서울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약속했다. 서울은 지난 4년간 중위권에 머물며 '관중 많은 팀'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심지어 '현대가(家)' 팀인 울산과 전북엔 2017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겨본 적이 없다.

"작년에 포항에서 관중들이 경기가 끝나기 전에 나가는 걸 보지 못했어요. 포항이 90분 전후에도 골이 나오니까 지고 있어도 기대를 갖는 거였죠. 그런 경기를 서울에서도 해야죠. 울산과 전북에 6년째 승리가 없는 것도 앞으로 깨질 때가 됐어요. 제가 왔으니까 꼭 이길 겁니다. 서울의 봄이요? 그거 이루려고 제가 온 거니까요."

김 감독은 현재 자신감에 꽉 차 있다. 잘 꾸리던 포항을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온 것도 "나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할 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 자신을 믿고 정진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저는 저를 믿거든요. 선수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없으면 나를 믿어. 내가 해줄 테니까!"

구리 =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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