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외도를... 증거 수집을 위해 휴대폰을 훔쳐볼까요?"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2024. 1. 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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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법률 : <8> 배우자의 폭력ㆍ외도 대처법 (2)
외도 목격 시, '홧김에 복수' 안돼
'합법적'으로 충분히 배상받고
행복하게 사는 게 완벽한 복수
게티이미지

가정폭력만큼 배우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게 ‘외도’다. 배우자가 외도했을 때, 이혼을 강행해야 할까? 아니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법적 행동을 멈춰야 하는 걸까?

배우자의 외도를 목격한 당신에게 가장 먼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막상 실천이 쉽지 않은 격언이다. 외도 사실을 안 뒤, 정신을 놓고 불법 행위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폭행 수준의 불법 행위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징역형까지 예상되는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야 필자를 찾아오는 의뢰인도 있다.


배우자가 돌아오길 바란다면?

상간자(배우자와 외도한 사람)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상간자와 유책 배우자(혼인 생활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공동불법행위자’이다. 때문에 상간자 또는 유책 배우자 중 한 명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해도 둘에게 합쳐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바람을 피운 유책 배우자와 상간자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된다. 금전 문제는 감정 문제로 번지고, 심지어 서로 ‘상대방 책임이 더 많다’고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이렇게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불륜 커플’은 앙숙이 돼 헤어지고, 본인은 가정을 지키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배우자 외도 시 고려할 사항

이혼을 결심했다면?

배우자와 상간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피해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범죄)가 있다. 필자 같은 이혼전문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드릴 수 있는 큰 위로 중 하나가 바로 ‘피해자가 역으로 범죄자가 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감정이 격해진 터라 “이 정도는 해도 법이 이해해 줄 것”이라며 바람을 피운 배우자나 상간자에게 개인적인 보복을 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흔한 실수가 ‘외도 증거를 수집하겠다’며 △배우자의 휴대폰을 몰래 보거나 △배우자의 SNS에 몰래 접속하거나 △차량 블랙박스를 몰래 빼 보거나 △차량에 위치추적기나 녹음기 등을 설치하는 경우다. 심지어 자녀들에게 아빠 혹은 엄마의 외도 사실을 자세히 알리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각각 △개인정보법위반 △비밀침해죄 △통신비밀법위반 △아동학대죄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상처 받은 건 나인데 역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합법적으로’ 증거수집을 하고, ‘합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다. 그러니 아무런 법적인 정보 없이 증거를 수집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와 함께 방법을 찾아보길 권한다. 이는 상황마다 너무 다양해 이 칼럼에서 모두 소개할 수가 없다.

또 다른 실수 유형은 분풀이성 발언이다. “대한민국 땅 어디에든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어!” “적어도 네 아들딸은 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 바람 피운 배우자나 상간자에게 이런 발언을 하거나, 혹은 상간자의 자녀에게까지 연락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물론 필자 역시 이런 말을 하게 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발언과 행동은 적법하게 책임을 묻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협박, 스토킹 등의 범죄일 수 있다. 법은 상간자와 유책 배우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만, 그들의 인생을 모두 무너뜨릴 정도로 파괴하는 것까지는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배우자 외도로 고통받은 분들이 “합법적으로 충분히 배상받길” 원한다.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유책 배우자에게 완벽하게 복수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길 권한다.

배우자의 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멍든 분들에게, 배우자의 외도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법은 당신의 몸과 마음의 상처에 가슴 아파하고 있고, 가해자에게 엄중이 책임을 묻는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 가정폭력의 한복판에 있는 분들이여, 맞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법을 통해 안전하게 보호받길 바란다. 그리고 외도로 상처 받은 분들이여, 적법하게 배상받고, 완벽한 복수로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준비하시길 당부한다.

김승혜 변호사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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