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태영, SBS 믿는 눈치인데 원하는대로 안될 것”
대통령실이 “자구 노력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은 없다”고 나온 건 잘못된 선례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SBS를 비롯한 다른 알짜 계열사들을 지키는 걸 용인해 준다면 ‘꼬리 자르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해결에 대규모 세금이 투입될 수 있는데, 대주주의 추가 사재 출연 등 희생 없이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정부와 여당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워크아웃을 받아들일 시 민심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아직 당국이 태영그룹과 협상 중이라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당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도 “만약 자구 노력 없이 꼬리 자르기로만 그친다면 국민 감정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SK글로벌 사태나 LG카드 부실, 금호그룹 구조조정 등에서도 기업 오너들은 사재를 출연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그 정도 노력을 했으면 불가피하다’는 이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태영건설과 관련해 과거 LIG건설 사례를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LIG 그룹이 부실 건설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던 중 서울중앙지검의 윤석열 부장검사가 2012년 9월 LIG그룹과 LIG건설을 조사한 건이다. 이때 LIG건설이 부실을 숨긴 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게 사기로 판명돼 구자원 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결국 LIG그룹은 핵심인 LIG손해보험을 KB금융그룹에 매각했다.
여권 관계자는 “태영그룹은 SBS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을뿐더러,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정부나 당국이 손쉽게 물러설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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