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사재 출연·SBS지분 매각 등 ‘새 돈’ 넣어라”... 초고강도 압박
태영그룹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고강도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태영 측이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거액의 빚 탕감을 바라면서도 스스로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약속했던 태영건설 지원 대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빚을 갚는 데 먼저 쓰거나, 사재를 조건 없이 내놓는 대신 대출하는 형태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태영그룹이 꼬리 자르기식으로 태영건설을 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오는 11일 채권단 회의에서 최대 600여 곳에 달하는 태영건설 채권자 중 75% 이상이 회사 측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은 무산된다. 태영에 남은 선택지는 법정관리나 청산뿐이다. 7일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태영 측이 사안을 매우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 지금으로선 자구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원칙에 따라 처리하려고 한다. 법정관리도 시나리오에 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는 워크아웃보다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 채권은 물론 일반적 상거래 채권까지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추가 자금 지원도 없다. 법적 강제력을 앞세워 부실을 털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협력사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또 채권단과 대주주가 협의해 경영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에서는 대주주 경영권을 뺏는 경우가 많다.
◇기존 자구안+’알파’ 요구하는 채권단
금융 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주말 사이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존에 내걸었던 자구안 4가지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4가지 자구안은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이 중 첫째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과 관련, 당국·채권단과 태영의 줄다리기가 치열했다. 태영그룹은 매각 자금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고 대신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장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넣었다. 워크아웃 신청 때는 계열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살리기에 사용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론 지주사 빚 상환에 동원한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존 자구안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 측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전제조건이자, 논의의 베이스라인(출발선)”이라면서 “이를 이행하는 건 당연하고, ‘플러스 알파’를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이런 내용이 있는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그룹 사주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과 필요시 SBS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새 돈’이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영그룹이 이런 내용까지 담은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SBS 지키려다 SBS까지 잃을 수도”
채권단 안팎에선 7일까지도 태영 측이 사재를 출연하면서까지 워크아웃에 돌입하기보다 법정관리에 대비해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상환과 자본 확충을 하면서 지주사와 알짜 계열사 SBS 지키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현재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 PF 사업장 등에 대해 신용 보강 목적으로 연대보증을 선 규모가 3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안팎에선 태영그룹 측이 수많은 채권자와 협력사를 놔두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일 경우, 결국 지키고자 하는 SBS 대주주 자격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가 현재까지 내놓은 자구 노력에 대해선 시각차가 크다. 태영은 “그룹과 건설 자체 자금으로 마련한 자구안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은 “대부분이 앞으로 갚을 빚이거나, 계열사 매각 대금을 당겨 쓴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발채무 규모 역시 천지차이다. 태영그룹이 채무자 설명회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유위험 보증채무(우발채무)는 브리지보증(1조2193억원)과 분양률 75% 미만 본PF 보증(1조3066억원) 등 2조5259억원이다. 반면 채권단은 PF 보증 규모로 볼 때 우발채무가 최대 9조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한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과 ‘법정관리’는 모두 기업이 경영난에 빠졌을 때 외부 기관이 개입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절차다. 워크아웃은 구조조정의 주체가 채권단이고, 법정관리는 법원이다. 통상 워크아웃으로 기업 부실이 해결되지 않을 때 법정관리로 넘어간다. 워크아웃은 대주주가 채권단과 협의해 경영을 맡지만, 법정관리는 대주주 경영권을 뺏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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