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수도권 유권자 정말 차갑더라… 맨땅 헤딩 넘어 빙하 헤딩”

양지혜 기자 2024. 1. 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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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할 말 있다] [17] 與 ‘영입인재 1호’ 이수정 교수
경기 수원정 출마를 선언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지난 2일 수원 영통구 청명역에서 시민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며 명함을 건네고 있다. /김지호 기자

국민의힘은 4월 총선을 위해 이수정(60)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 인재 1호’로 발표했다. 통상 총선 영입 인사는 텃밭 지역구나 비례대표 배정을 받지만 이 교수는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예비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곳은 경기 수원정(수원시 영통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고 친명계 김준혁 한신대 교수도 뛰는 등 2012년 지역구 신설 후 민주당 후보들만 당선된 대표적인 야당 텃밭으로 꼽힌다. 매일 빨간 옷을 입고 유권자와 만나는 이 교수는 “구석구석을 누빌수록 냉랭한 수도권 민심을 느낀다”고 했다.

-새벽 수원 지하철역에서 출근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진 줄 알았는데 시민들 반응이 차가워 놀랐다.

“범죄심리학 전공자라 마음 닫힌 사람들 끈기 있게 설득해서 입 열게 만드는 일을 평생 해왔다. 거절당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익숙한데, 요즘은 좀 힘들다. ‘맨땅에 헤딩’을 각오하고 왔는데, 실상은 ‘빙하에 헤딩’이다. 이번 총선에서 패하면 현 정부는 끝난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으로 버틴다.”

-선거 운동에 고충이 크겠다.

“국민의힘 당색이 빨강이라 요즘 빨간 패딩을 입고 인사를 다니는데, 이 옷을 입을 때보다 오히려 흰 옷에 빨간목도리를 매고 인사할 때가 반응이 더 좋더라. 나는 이런 시민들의 사소한 반응들까지 확인하며 개선 방안을 찾으려하는데, 정작 당 지도부는 대민 친밀도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야권 강세인 수원정이지만 2022 대선에서 수원 선거구 5개 중 유일하게 윤석열 후보가 1위 한 곳이다.

“수원이 야당 강세지만 수원정은 광교신도시를 끼고 있어 여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확 커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

-어떻게 느끼나.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는 ‘이재명이고 김건희고 관심 없다. 우리 먹고사는 일 좀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대선 때 2번(윤석열) 찍었다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이 ‘경제를 이렇게나 신경 안 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쯤 출범했고, 전문가들과 함께 좋은 정책 펼쳐서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주 컸다. 지금까지 별로 풀린 게 없다. 상가 공실은 넘쳐나고 자영업자나 회사원이나 고금리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시민들은 ‘민생이 이 지경인데 정부는 이념 타령만 한다’고 느낀다.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

경기 수원정 출마를 선언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지난 2일 수원 영통구 청명역에서 시민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민주당 텃밭’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나.

“관공서 문턱 넘기가 어렵다. 수원정에 경기도청이 있는데, 최근 경기지사(이재명·김동연)와 수원시장(염태영·이재준)이 민주당 출신이다. 주민센터 행사에 참석하려면 센터장 허락이 필요한데, 민주당 계열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 허가가 잘 안 난다. 출판기념회를 하려고 해도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강당·문화원·복지관 이런데선 받아주질 않더라. 지방세 지원받는 단체들도 정말 많아져서 민주당이 기본 지지율을 25%는 깔고 가는 것 같다. 우리 당은 0%부터 시작하는 셈인데. 곳곳에 벽이 정말 많다. 인천상륙작전 벌이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뛴다.”

-당 지도부는 이런 상황을 아나.

“수원 골목마다 파란색 민주당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국민의힘 빨간 현수막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 같은 예비 후보는 당협위원장이 아니라 당 현수막만 자유롭게 걸 수 있는데, 당이 수수방관이다. 민주당이 ‘지역 화폐 예산 3000억 확보’ ‘민간 어린이집 급식 안전 108억’ 같은 현수막으로 동네를 도배하는데, 우리 당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현수막 하나 걸었다. 집권 여당이라 예산 홍보에 유리할 텐데, 왜 그런 걸 적극적으로 못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수도권 선거는 교통·교육·복지 이슈가 전부다. 나 역시 서울 지하철 3호선을 ‘광교-원천-매탄’으로 연장하고 학교 주변에 있는 영통 쓰레기 소각장을 이전하는 것 등해 ‘킬러 공약’으로 내세운다.”

-왜 수원인가.

“누군가는 나와서 탈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시대에 수도권 핵심인 수원을 포기할 수 없다. 이 지역 경기대에서 25년 넘게 근무하며 세끼를 여기서 먹고 뒷골목을 샅샅이 누비면서 이곳에 뭐가 필요한지 쭉 봐왔다. 과거 비례대표 제의도 여기저기서 많이 받았는데, 이왕 정치할 거면 어려운 곳에서 당당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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