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민·소상공인들, 설날 신용 대사면… 연체 기록 등 삭제

최경운 기자 2024. 1. 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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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다음 달 설에 즈음한 특별사면을 검토하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미 실무적인 사면 기준 및 사면 대상 검토에 들어갔으며 서민·소상공인 등에 대한 신용 사면, 경미한 공무원 징계 사면이 유력하다. 정치권에선 일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출신 인사들에 대한 사면도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금리 속에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겪는 금융 곤란을 덜어주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용 사면 등 특별사면을 검토 중”이라며 “사면이 실시된다면 2월 설 직전이 유력하다”고 했다.

우선 대통령실은 코로나 팬데믹 때 불가피하게 대출을 연체한 서민·소상공인 등에 대해 빚을 갚으면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등 신용 사면을 검토 중이다. 통상 3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할 경우 신용정보원에 통보돼 수천 개의 다른 금융사에 연체 기록이 공유된다. 향후 대출을 갚더라도 연체 이력 때문에 신용 점수가 낮아져 대출 한도가 줄거나 대출을 받더라도 높은 금리를 물게 되는 불이익이 컸는데 이를 해소해주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민과 소상공인 등이 제도권 금융시장 접근이 어려워져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걸 막자는 취지”라고 했다. 신용 사면이 실시되면 1997년 IMF 외환 위기, 2021년 코로나 때 이후 세 번째다.

대통령실은 경미한 실수 등으로 주의나 경고, 견책 등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의 징계 기록을 없애는 사면도 검토 중이다. 징계 기록이 있는 공무원은 보직 배치나 진급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들이 다시 뛰게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다만 징계 수위가 가볍더라도 음주운전이나 갑질 등으로 인한 징계나 중대한 비위 행위로 인한 징계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행정법규 위반으로 입찰이 제한되거나 신규 사업 진출이 가로막힌 일부 사업자에 대해서도 경중을 가려 사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다수 피해자를 양산한 사범은 사면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생계형 민생 사범에 대한 사면도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8·15 특별사면을 실시한 이후 연말·연초 사면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사면권 행사를 절제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설 사면을 검토하는 것은 올해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출신 인사 등에 대한 사면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일부 인사에 대한 사면이 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작년 10월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들도 오는 10일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문제는 사면이 가능하려면 그 전에 형(刑)이 확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설 사면에 포함될 여지가 커지면,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대법원 상고(上告)를 취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죄 확정으로 자격정지 상태인 일부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아직 검토된 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정치권 인사는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면을 희망하지만 여야 균형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총선 출마 길을 열어주기 위한 무리한 사면이란 논란이 일 수 있는 인사에 대한 사면은 검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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