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도 사망선고 내렸는데 여전히 ‘햇볕 타령’하는 사람들
지난 5일 백령도·연평도 방향으로 약 200발의 포격을 퍼부은 북한군은 그날 밤 총참모부 보도를 통해 “민족, 동족이란 개념은 우리의 인식에서 삭제됐다”고 선언했다, 북은 6일과 7일에도 서해상으로 포탄 수십발을 난사했다. 일련의 도발은 일주일 전 김정은이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김정은은 “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통일 정책을 싸잡아 비난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 세력이 신봉해온 햇볕정책에 대한 사망 선고와 다름없었다.
북이 동족 개념을 폐기한 것은 입으론 ‘우리 민족끼리’를 말하면서 민족을 공멸시킬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자기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북은 한국을 핵공격할 의지는 물론 능력까지 갖춘 게 사실이다. 햇볕정책을 맹신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북한에 현금을 퍼주며 방조한 결과다. 이들은 북핵을 ‘대미 협상용’ ‘민족의 핵’이란 궤변으로 두둔하고, 있지도 않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해 주며 핵 개발 시간을 벌어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북한 정권에 이들은 ‘쓸모 있는 바보’였을 것이다. 달라진 북의 대남관은 핵에 집착하는 이상 되돌릴 방법이 없다. 북이 민족적 특수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남북 관계로 돌아가려면 북핵 폐기가 급선무란 뜻이기도 하다.
북한의 민족 개념 폐기가 햇볕정책의 근거 자체를 원천 무효화시켰지만 민주당과 이른바 진보 세력은 제대로 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채 정부 비판만 쏟아내고 있다. 포격 첫날 민주당 국방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 방침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냈다. 6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김대중 정신을 되살리자”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자”고 했다. 북한·북핵을 규탄하거나 햇볕정책을 반성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북에 토사구팽 당하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른 채 여전히 ‘평화 타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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