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가덕신공항·북항재개발은 국민과 한 약속
국토부와 해수부 장관은 외부 변수에 동요치 말고 뚝심 있게 사업 추진해야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 그럴싸한 목표 하나씩을 세운다.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다면 체육관을 찾거나 동네 주변에서 뜀박질을 한다. 외국어를 좀 더 유창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지만 학원에 갈 시간이 없는 이는 유튜브 등에 올라와 있는 학습 교재를 정독하게 된다. 근데 안타까운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듯이 굳게 다짐한 결심이 ‘작심삼일’에 그치는 수가 많다는 거다. 이럴 때 사람들은 아주 허탈해하며 스스로를 꾸짖는다. 심하면 세상사가 왜 이렇게 술술 풀리지 않느냐고 푸념도 한다.
범위를 개인적인 일상에서 공동체 전부로 넓혀도 비슷한 일은 많다. 사회 구성원들이 한뜻으로 노력했음에도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다. 부산의 경우라면 2030 세계 박람회 유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근래 몇 년간 부산은 엑스포를 지역에서 개최하려 똘똘 뭉쳤다. 시는 시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온 힘을 다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다시피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11월 밤잠을 설친 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투표 방송을 본 시민이라면 아쉬움을 떠나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뭔가를 느꼈을 법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이 단순한 국제 행사 유치 실패를 떠나 부산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염원이 무산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에서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029년 말 개항하기로 했던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이 지연 또는 무산될 것이라거나 관련 행사장으로 활용하려 했던 부산항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이 지장을 받으리라는 것 등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우려는 지난해 말에 있었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제기됐다. 의원들은 국토교통부 및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지역 균형발전 방안과 전임자가 추진했던 각종 사업의 연속성 여부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통상 정부 부처의 장관이 바뀌면 기존 계획이 계속 유지되기보다는 새로운 정책이 부각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새 장관의 처지에서도 그동안 마음속에 갖고 있던 새로운 구상을 현실화해 전임자와 차별성을 띠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 수밖에 없을 터다.
그러나 가덕신공항 건설이나 부산항 북항재개발 사업은 부처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중요성이 떨어질 게 결코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챙겨야 하는 사안들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대규모 예산이나 추진 배경, 지역의 바람, 경제·사회적 효과 등을 고려하면 결코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정책인 까닭이다. 다행히도 두 장관은 인사청문회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에도 해당 사업들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천명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가덕신공항을 예정대로 2029년 말에 개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이곳을 지역 특화산업의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 때는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도 이미 제정돼 있는 만큼 장관이 바뀐다고 건설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일각에서 나온 가덕신공항 건설 지연 우려를 해소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토부는 2029년 말 개항을 못 박은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 기본계획’을 지난해 12월 29일 고시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와 취임사에서 부산항 북항재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부산항 북항재개발 1·2·3단계에 대해 전반적인 보고를 받았고, 1단계가 정해진 연도에 맞춰 끝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2·3단계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조로 정책을 끌고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 장관은 또 취임 며칠 뒤인 지난 5일 부산항 북항재개발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국내 첫 항만 재개발사업인 북항재개발은 풍부한 현지 자산을 활용, 지역 경제를 발전시킬 좋은 기회”라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부산항과 주변 지역이 시민이 원하는 모습으로 재개발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들의 발언은 일반인이 가볍게 내뱉었다가 쉽게 거둬들이는 막말과는 비중이 다르다. 특히 부처 수장은 특정 사안에 대해 말을 꺼내기까지는 신중한 고려를 해야 하며 동시에 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별다른 잡음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 민심을 달래기 위해, 혹은 거센 비판 여론이 나올까 두려워한 나머지 아무런 생각 없이 발언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부산 시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 분명하다. 국토부와 해수부 장관의 약속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염창현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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