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여군 잠수함 승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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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해군에서 여군 근무 기회가 넓어졌으나 잠수함만큼은 여군을 허락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은 198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덴마크 스웨덴 호주 등에서 나왔다.
우리나라도 지난 5일 여군 잠수함 승조원들이 탄생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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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언제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뱃사람들에겐 많은 금기가 있다. 구운 생선을 뒤집지 않았고, 배에 타면 휘파람을 불지 못하게 했다. 물고기를 뒤집으면 배가 전복될 수 있고 휘파람을 불면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미신 탓이다. 가장 보편적인 금기사항은 여성이 배를 타는 것이었다. 여자가 배에 오르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특수한 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있으면서 생길 불미스러운 일을 염려한 까닭이 깔렸다.
서양에서는 선박을 뜻하는 단어는 여성명사를 사용하고, 진수식의 테이프커팅은 여성이 했다. 첫 항해는 ‘처녀항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다를 ‘금녀의 영역’으로 여기는 것이 이제 옛날얘기가 됐다. 1999년 여성 생도가 해군사관학교에 처음 입학했고, 2011년에는 해군 첫 여성 함장이 탄생했다. 지난 2017년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이름을 붙인 함정인 유관순함도 탄생했다.
해군에서 여군 근무 기회가 넓어졌으나 잠수함만큼은 여군을 허락하지 않았다. 잠수함 내부 공간은 비좁다. 남녀가 함께 근무하려면 여성을 위한 별도 거주 구역을 마련해야 한다. 효율적인 잠수함 작전 운용에 제약이 우려됐다. 또한 한번 출항하면 장기간 항해를 해야 해 외부와 연락되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이 배치되면서 내부 공간이 넓어져 승조원 거주구역을 격실로 나눠 여성 승조원 탑승이 가능해졌다.
해외에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은 198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덴마크 스웨덴 호주 등에서 나왔다. 우리나라도 지난 5일 여군 잠수함 승조원들이 탄생해 화제가 됐다. 함정병과 장교 2명, 조타·전파탐지·전자·추진기관 담당 부사관 각 1명, 음파탐지 담당 부사관 3명 등 모두 9명이다. 이들은 잠수함 기본과정 38기 교육생으로서 11∼29주 교육·훈련을 거쳐 자격을 얻었다.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에 5명과 4명이 배치된다.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감소하면서 잠수함 부대 인력이 부족한 데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여군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여군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해군을 포함한 전 군대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따돌림 당하는 사건이 많았다. 해군은 여성 승조원을 위한 시설 보완은 물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내 성평등 의식 개선에도 힘써야 하겠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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