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정기선사,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검토해야
국내 최대 정기선사인 HMM의 매각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2016년 한진해운 도산 이후 정기선 해운의 부활을 목적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영구채 형식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쓰러져 가는 현대상선을 되살려 놓은 기업이 HMM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자금을 투입할 당시만 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HMM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맞으면서 전세계 해운업계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운임폭등의 시기를 맞으면서 연 10조 원 정도의 당기순이익(2022년 기준 10조662억 원)을 기록, 세계 8위의 정기선사로 도약하게 되었다.
애초 HMM에 공급한 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권을 민간에 이양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HMM의 지분구조는 한국산업은행이 보통주 1억 199만주(보유지분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통주 9759만주(보유지분 19.96%), SM 상선외 16인이 3206만573주(보유지분 6.56%)인데, 이 중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주식 1억 9878만주와 보유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 원을 주식으로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 9878만주가 매각대상이다.
이번 매각의 대상은 대략 HMM 주식의 57% 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HMM의 최대 주주가 된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하림(&JK파트너스), 동원, LX와 독일의 하팍로이드(세계 5위의 독일 선사)였는데, 하림(&JK파트너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종협상 중이다.
HMM은 국내최대정기선사로서 2022년 매출액 18조 5868억 원, 영업이익 9조9455억 원에 달하는 실적에 현금성 자산을 12조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서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제 HMM의 인수에 참여한 기업 중 대기업은 없고 HMM보다 자본금 규모가 훨씬 못 미치는 중견기업만 참여해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2023년 9월 이후 HMM의 매각을 둘러싸고는 해외매각을 우려하는 목소리, 매각무산 등의 얘기가 계속 이어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림이 현재는 산업은행 등과 협상 중이다. 하림그룹이 최종 인수하게 되면 외형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의 부정기선 회사인 Pan Ocean과 정기선 회사인 HMM을 모두 보유한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운 선박회사 그룹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어서 우리 해운사에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현금자산을 12조 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연간 10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낸 기업의 매각에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여러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2016년에 경험한 한진해운 도산과 현대상선의 공적자금 투입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정기선 해운은 단기간 호황에 장기 불황이라는 경기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충분한 운영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갖추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해운업계에서 논란이 되어온 정기선사의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인가의 여부를 다투고 있는 것도 다 정기선 해운의 이런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최상위권의 정기선사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창고업,항공화물운송업, 포워딩업 등에 진출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하여 종합 물류기업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로 물류기능이 분리된 우리나라에서 정책 수립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정 규모이상의 정기선사는 금융기관과 같이 지주회사체제로 설립하도록 하여 정기선사를 중심으로 복합운송 전과정에서 자회사가 손익을 분담해서 지주회사 전체가 적정 수익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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