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사흘 ‘실종’에 발칵… “백악관에 보고 없이 수술-입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1.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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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나흘 뒤에야 늑장 공개… 입원 당시 바이든도 부장관도 휴가
우크라-중동전쟁 도중 ‘국방 공백’… 美정가 “용납할 수 없는 사건” 비판
오스틴 “모든 책임은 내게” 성명
“미국이 중국, 러시아, 이란의 도전에 직면한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직 승계 순위 6번째 인물이 사라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70·사진)이 중환자실(ICU)에 입원하고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흘 동안 이를 숨겼던 사실이 드러나 미 정가가 들끊고 있다. 오스틴 장관 입원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장관 대행을 맡아야 할 캐서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도 휴가 중이었다.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1, 2인자가 모두 자리를 비운 아찔한 공백이 벌어진 셈이다. 오스틴 장관 입원을 둘러싼 ‘펜타곤 미스터리’의 여파가 커지는 가운데 미 정가에선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늑장 보고한 美국방에 뒤집힌 백악관

미 국방부는 5일 오후 5시경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이 1일 선택적 의료 시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에 입원했다”며 “현재 회복 중이며 오늘(5일) 모든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장관이 입원한 지 나흘이나 지나서야 발표됐다.

심지어 백악관 보고도 늦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난 4일 오후 늦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백악관 참모들은 국방부가 장관의 입원 사실을 늑장 보고했단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美항모 방문 지난해 12월 2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의 확전을 막고자 이스라엘 인근으로 파견한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를 깜짝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는 오스틴 장관의 가장 최근 공식석상 모습으로, 그는 1일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사흘이 지난 4일에야 백악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AP 뉴시스
국방부는 미 의회에도 공개 성명 15분 전에야 오스틴 장관의 상태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병인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오스틴 장관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사실도 미 NBC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문제는 오스틴 장관 부재 동안 국방부 2인자인 힉스 부장관 역시 푸에르토리코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2일까지 휴가차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머물고 있었다. 미군 지휘체계에 심각한 공백이 며칠 동안 이어졌던 셈이다.

특히 대통령 권력 승계 서열 6위인 국방부 장관의 입원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은 충격적이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 내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으며,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애틀랜틱지는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지시하면 명령의 진위를 파악해 전략사령부에 확인해줘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백악관이 국방부 장관과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도 폴리티코에 “대통령은 각료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오스틴 “모든 책임은 나에게”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의 입원을 늑장 공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장관의 성향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혼밥’을 즐기고 언론을 멀리하는 등 운둔형 성향으로 유명하다. 폴리티코는 “오스틴 장관은 사생활을 중시해 4성 장군 시절에도 환영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스틴 장관은 2016년 중부사령관으로 은퇴한 뒤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초의 흑인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미 의회 안팎에선 오스틴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은 “유사 시 긴밀하게 공조하고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할 인물이 자리를 비운 이유를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취재기재단도 공개서한에서 “국방부가 뒤늦게 입원 사실을 공개한 데 분노한다”고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오스틴 장관은 6일 직접 성명을 내고 “(입원 사실 비공개)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6일 오스틴 장관과 통화했다. 대통령은 장관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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