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北포격 할지 몰라… 대피 침낭 챙겨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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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4시경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연평도에 북한이 발사한 포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주민 이모 씨(63)는 "연평도에 산 지 4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며칠 내내 사격 소리가 이어지고 대피까지 한 건 처음"이라며 "정말 전쟁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와 연평도 주민 등에 따르면 대피 안내 방송 자체도 도발이 시작된 지 약 4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연평도 주민인 A 씨는 "대피 장소에서 방송이 왜 늦었는지 이장에게 따지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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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불량에 내용 전달 잘 안돼… 5일 도발 5시간 뒤에야 대피하기도
“아이들 무섭다고 울어 이사 고민”… 주민들 2010년 트라우마 시름
“쿵쿵쿵!”
7일 오후 4시경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연평도에 북한이 발사한 포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민 문모 씨(63)는 혼비백산해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침낭을 찾기 위해서였다. 문 씨는 “언제 대피하게 될지 몰라 (침낭을) 아예 챙겨 다니려고 한다”며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가 매일 ‘무섭다’며 우는데 아예 (섬 밖으로) 이사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北 개머리해안 진지서 포착된 화염 7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약 15km 떨어진 북한 개머리해안 일대 해안포 진지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염(점선 안)이 포착된 모습. 북한의 포 사격 소리가 이날 수십 분간 이어졌는데, 이 화염이 포착된 이후 포격 소리는 멈췄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 “2010년 트라우마 떠올라 불안”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5일 200발이 넘는 포를 연평도 방향으로 발사한 데 이어 6일에도 60여 발, 7일 90여 발을 각각 퍼부었다. 사흘째 서해 접경 지역에 사격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취재팀이 만난 연평도 주민들은 연이은 포성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6일 오후 4시경에도 ‘쾅’ 하는 포성이 민가의 창문을 뒤흔들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자 주민들이 연평면사무소 앞에 모여 “이게 무슨 일이냐”며 발을 굴렀다.
특히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경험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연평도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A 씨는 “시어머니가 심장 수술을 하셨고, (2010년 당시) 집도 포탄에 한 번 맞았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모 씨(63)는 “연평도에 산 지 4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며칠 내내 사격 소리가 이어지고 대피까지 한 건 처음”이라며 “정말 전쟁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계에 지장이 생길 것도 우려했다. 주민 상당수는 연평도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주 고객인 군인들의 외출·외박 금지가 길어질 경우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다. 연평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 씨(54)는 “포격도 무섭지만 이틀 넘게 장사를 못 하는 것도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연평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6)는 “손님이 크게 줄어 하루 만에 60만 원 넘게 손해를 봤다”며 “(사격 도발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아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 “안내 방송 못 들어 5시간 만에 대피”
장비 문제 등으로 대피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포격 시 마을 안내 방송으로 주민들에게 대피 장소 등을 안내하는데, 스피커가 노후화돼 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연평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 씨(68)는 “이 동네는 스피커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들려도 대피 방송인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5일에도 대피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은 뒤 오후 2시경에야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북한의 포격이 시작된 지 약 5시간이 지난 후에야 대피가 이뤄진 것. 다른 아파트 주민 채모 씨(59)도 “안내 방송이 울리긴 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며 “이웃이 대피 위치 등을 말해줘 겨우 대피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와 연평도 주민 등에 따르면 대피 안내 방송 자체도 도발이 시작된 지 약 4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연평면은 5일 낮 12시경부터 주민들에게 대피 장소인 연평초중고로 이동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백령·대청면의 경우 오후 1시가 넘어서 대피 방송을 했고, 안내 문자는 오후 1시 22분경에야 발송됐다고 한다. 연평도 주민인 A 씨는 “대피 장소에서 방송이 왜 늦었는지 이장에게 따지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군부대 측에서 요청한 뒤에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방송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게 규정”이라며 “군 측의 통보가 늦어지며 안내 방송과 문자메시지 발송도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연평도=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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