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의사당 난입’ 3주년 날, 바이든-트럼프 서로 “민주주의 위협”

홍정수 기자 2024. 1.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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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대선의 해’ 네거티브로 출발
바이든, 연설서 ‘트럼프’ 44번 저격… 당내선 지지율 회복 가능성 의문
트럼프, 우크라 전쟁-고물가 공세… “부패하고 무능한 美 최악 대통령”
아내 손잡고 연단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질 여사가 5일 펜실베이니아주 블루벨의 몽고메리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잡고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블루벨=AP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해 첫 주말 ‘1·6 의사당 난입 사태’ 3주년을 맞아 서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나란히 비난하며 ‘대선의 해’ 출정을 알렸다. 최근 지지율 정체로 고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공격’ 전략을 강화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네거티브를 이어 가면서 진흙탕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 바이든, 새해 첫 연설서 트럼프 44차례 언급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성과를 홍보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 대 독재’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5일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에서 개최한 새해 첫 연설에서는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내 임기의 핵심 대의”라고 강조했다. 밸리포지는 초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워싱턴의 군대가 독립전쟁 당시 주둔한 곳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다.

31분간 이어진 연설에는 ‘트럼프’가 44번이나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 선거에 나섰다”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희생해 권력을 잡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한 2021년 1월 6일을 “미국을 거의 잃을 뻔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임기 첫날은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 등을 들며 자신과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수호자’와 ‘파괴자’로 대비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것 중 가장 수위가 높았다”라며 반(反)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를 결집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의 수차례 비공개 오찬에서 전반적인 유세 전략을 논의하며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거전 초반부터 빠르고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진짜 민주주의 위협은 바이든”

지지자 모자에 사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일 아이오와주 뉴턴의 디모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에게 자신이 사인한 모자를 건네고 있다. 뉴턴=AP 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곧바로 ‘맞불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아이오와주 뉴턴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해 “한심한 공포 조장”이라고 비난했다. 폭스뉴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선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협은 바이든”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고물가 등을 전부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리며 “그는 가장 부패하고 무능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1920년대 활동한 전설적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보다 더 많이 기소됐다는 주장도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네 차례 기소됐지만,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카포네는 적어도 6번 기소됐으며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연방 교도소에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허위 주장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다며 “그야말로 미, 미,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월 19일 예정된 일리노이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4일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 서류를 내면서 “연방정부 또는 주(州)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옹호하지 않겠다”는 ‘충성 서약(loyalty oath)’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즘이 휩쓸던 1950년대 만들어진 이 서약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70년 가까이 관습처럼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서명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프는 “트럼프는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고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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